[지구인’터뷰⑱] '종이팩이 재활용휴지로...' 공장탐방기(2)

  • 남주원 기자
  • 2024.03.07 14:04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삼정펄프 지구인터뷰 1편에서는 평택공장을 진두지휘하는 전신배 공장장과 인터뷰를 소개했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종이팩 분리배출에 대한 필수정보와 함께 삼정펄프 평택공장에서 이뤄지는 재활용 종이팩 휴지 공정 등 시민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소개한다.

삼정펄프 평택공장 전신배 공장장과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뉴스펭귄
삼정펄프 평택공장 전신배 공장장과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뉴스펭귄

-종이팩이라고 다 똑같은 종이팩이 아냐

종이팩에는 일반팩과 멸균팩(테트라팩) 2가지 종류가 있다. 대표적으로 우유팩은 일반팩에 속한다. 멸균팩은 멸균음료를 담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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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이팩을 구분하는 이유는 일반팩은 종이에 PE코팅이, 멸균팩은 PE와 함께 알루미늄이 코팅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반 종이류와도 다른 재활용 공정을 거쳐야 한다. 수거단계에서부터 일반팩과 멸균팩을 구분해야 가장 좋지만, 어려울 경우 최소한 다른 폐지들과 섞이지 않도록 '종이팩'만 따로 모아 분리배출해야 한다.

일반팩(우유팩) 사이에 멸균팩 하나가 섞여 있다. 엄밀히 구분하면 두 종이팩은 별도로 배출해야 한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일반팩(우유팩) 사이에 멸균팩 하나가 섞여 있다. 엄밀히 구분하면 두 종이팩은 별도로 배출해야 한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하지만 현재는 시민들이 종이팩을 분리배출하려면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종이팩은 금속이나 유리, 페트 등처럼 집앞에 내놓을 곳이 따로 없는 탓이다. 종이팩을 재활용하려면 하나하나 모아 직접 주민센터나 제로웨이스트샵, 스마트 수거기가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자치단체에서는 종이팩 수거보상제(종이팩을 모아 전달하면 물품으로 교환해주는 제도)로 재활용 휴지 대신 '새 펄프로 만든 휴지'를 제공하고 있다. 재활용 휴지가 품질이 떨어진다는 클레임을 우려해서다. 재활용을 위한 종이팩 수거제도 취지에 역행하는 상황인 셈이다.

뉴스펭귄은 올해 1월말 취재보도한 <마포구 1등, 용산구 꼴등인 '이것'><재활용하라고 종이팩 보냈더니...새 휴지요?> 기사를 통해 이같은 국내 종이팩 재활용 실태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삼정펄프 평택공장 종이팩 원자재 보관소.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삼정펄프 평택공장 종이팩 원자재 보관소.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수많은 종이팩이 겹겹이 쌓여 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수많은 종이팩이 겹겹이 쌓여 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재활용 휴지를 향한 인식 개선과 수요 활성화가 필요한 가운데 삼정펄프는 지속적으로 종이팩과 종이컵, 사무용지 등을 재활용해 화장지를 생산하고 있다. 삼정펄프의 재생펄프 연간사용량은 11만톤으로 전체 사용량의 86%를 차지한다.

 

-종이팩을 재활용했더니 휴지가 됐다

깨끗하게 씻어 말린 후 분리배출한 종이팩은 휴지로 재탄생할 수 있다.

뉴스펭귄은 삼정펄프 평택공장 전신배 공장장과 동행하며 원자재 보관소부터 해리공정, 초지기, 화장지 가공, 물류창고까지 전체적인 종이팩 재활용 공정을 살펴봤다. 

평택공장에 모인 재활용 원자재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평택공장에 모인 재활용 원자재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삼정펄프 평택공장 전신배 공장장과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뉴스펭귄
삼정펄프 평택공장 전신배 공장장과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뉴스펭귄

처음 향한 곳은 종이팩 원자재를 보관하는 야적장이다. 이곳에는 국내에서 수거된 종이팩, 수입산 종이팩, 종이팩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원지 잔여물 등 수많은 재활용 종이팩이 하늘 높이 쌓여 있다. 다른 한켠에는 화이트레자 사무용지와 같은 다른 종이류가 종이팩과 구분돼 겹쌓여 있다.

해리공정을 통해 종이팩에서 분리된 펄프 섬유. /뉴스펭귄
해리공정을 통해 종이팩에서 분리된 펄프 섬유. /뉴스펭귄

각 가정에서 세척된 후 이곳에 모인 수많은 종이팩은 '해리'를 거친다. 해리는 종이팩을 분쇄해 PE필름, 즉 비닐과 펄프를 분리하는 과정이다. 멸균팩의 경우 PE필름과 알루미늄, 펄프를 분리한다.

해리공정.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해리공정.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이 과정에서 약품처리를 통해 잉크나 불순물이 제거되면서 벗겨진 비닐은 기계 위에 걸러지고, 펄프는 아래 구멍으로 빠져나간다. 이렇게 모인 비닐들은 추후 소각되면서 공장 운영에 필요한 열에너지로 다시 활용된다.

현재 삼정펄프는 우유팩에서 벗겨낸 폐비닐을 에너지로 전환한 후 이때 발생한 고압 스팀으로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 절감사업도 시공 중이다.

일반팩뿐만 아니라 멸균팩에서 분리된 비닐과 알루미늄은 작은 펠릿으로 만들어지고, 이 펠릿은 다시 녹는 과정을 통해 팔레트 등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으로 생산된다.

재활용 종이팩이 거대한 휴지롤이 됐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재활용 종이팩이 거대한 휴지롤이 됐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이후 커팅작업을 거쳐 작은 휴지가 된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이후 커팅작업을 거쳐 작은 휴지가 된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해리공정을 거쳐 분리된 펄프 섬유는 마치 죽처럼 묽은데, 곧이어 '초지기'를 통해 아주 거대한 휴지롤이 된다. 초지기란 제지업에서 종이를 대량으로 빠르게 만들어내는 기계를 말한다. 이후 큰 휴지롤 원단은 커팅되면서 점차 작은 화장지가 된다. 

 

-삼정펄프 종이팩 재활용 Q&A

뉴스펭귄이 묻고 삼정펄프 평택공장 전신배 공장장이 답했다.

Q. 종이팩으로만 100% 만들어진 제품이 있나.

A. "종이팩으로만 만든다는 건 마치 자갈만 사용해 집을 짓는다는 것과 같다. 만들 수는 있지만 가급적이면 적정 배합을 지켜줘야 강도와 촉감을 좋게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우유팩, 즉 종이팩은 주로 장섬유다. 종이컵은 거의 단섬유다. 우유팩 100%로만 만들기보다 둘을 적절히 배합해야 훨씬 품질 좋은 완제품이 된다."

Q. 천연펄프 휴지와 비교했을 때 품질은 어떠한가.

A. "품질 부분에서 큰 차이는 없다. 왜냐하면 우유팩 같은 경우는 대부분 비닐 위에 제품 로고나 설명을 인쇄해서 비닐만 뜯어내면 안에는 펄프랑 똑같기 때문이다. 비닐코팅만 제거하면 무척 훌륭한 원료가 된다. 그러니까 종이팩을 얼마나 잘 분리해서 오느냐, 그게 어떻게 보면 가장 핵심이다."

삼정펄프 평택공장 전신배 공장장과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뉴스펭귄
삼정펄프 평택공장 전신배 공장장과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뉴스펭귄
종이팩이 휴지로 재탄생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종이팩이 휴지로 재탄생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Q. 종이팩을 깨끗하게 씻어서 배출하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안 씻고 그냥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공장 입장에서는 어떤가.

A. "종이팩이 한꺼번에 압착돼서 들어오니 하나하나 펴볼 수는 없어서, 사실 씻었는지 안 씻었는지 외형만 보고는 알 길이 없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수거되는 종이팩은 많이 사용하고 싶어도 어려움이 크다. 세척이 제대로 안 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척이 한 번 됐으면 괜찮은데 어떤 것들은 덜 먹고 내용물이 들어있는 채로 버려진다. 그런 것들이 섞이면 부패가 많이 일어난다. 물론 공정 과정에서 어느 정도 세척은 하지만 완벽하게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깨끗히 씻거나 물로 한번 헹궈서라도 버려야 한다. 일본 수입 종이팩의 경우 분리도 잘하고 아예 세척까지 해서 깔끔하게 들어온다. 일본한테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일본에서 수입한 종이팩.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일본에서 수입한 종이팩.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Q. 소비자가 따로 종이팩을 수거해서 공장으로 가져와도 되나.

A. "어떻게 보면 비합리적이다. 우리 공장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원재료가 150톤 이상이다. 보통 공장 차량 한대에는 24톤 정도가 들어온다. 소비자들이 여기까지 오려면 시간과 기름 등을 써서 와야 하는데 많아야 5kg 정도 가져온다. 개인이 일일이 들고 오는 것보다 차라리 중간중간에 거점센터를 두고, 거기서 취합해서 트럭으로 가져오면 그나마 효율적일 것 같다."

Q. 모든 공정이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A. "품질적인 측면이냐, 안전적인 측면이냐, 비용적인 측면이냐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매 공정 하나하나를 다 신경 써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삼정펄프에서 우유팩으로 만든 화장지.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삼정펄프에서 우유팩으로 만든 화장지.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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