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1등, 용산구 꼴등인 '이것'

  • 남주원 기자
  • 2024.01.23 18:16
아파트 분리배출 광경.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아파트 분리배출 광경.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10점 만점에 마포구와 서초구는 9점, 강북구 8점, 강남구·강서구·성동구 7.5점, 동대문구는 4점, 중랑구·양천구 3.5점, 서대문구와 용산구 3점...

서울시 지자체가 받은 각각의 점수들. 이 성적표는 무엇을 기준으로 매겨진 걸까? 정답은 '종이팩'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종이팩 수거현황에 따라 서울시 25개 지자체 중 우수 자치구 6곳과 하위 자치구 5곳을 나열한 것이다.

서울시 종이팩 재활용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3일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2013년 35%에 이르던 종이팩 재활용률은 2014년 26%, 2019년 19%, 2020년 15.8%, 2021년 13.9%, 2022년 13.7%로 해마다 떨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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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팩에는 '일반팩'과 '멸균팩(테트라팩)'이 있다. 우유팩이 일반팩에 속한다. 멸균팩은 멸균음료를 담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일반팩은 종이에 PE 코팅이, 멸균팩은 PE와 알루미늄 코팅이 돼 있어 보통의 폐지류와는 다른 재활용 공정이 필요하다. 수거단계에서부터 일반팩과 멸균팩을 분리해야 가장 좋지만, 불가피할 경우 최소한 '종이팩류'로 다른 폐지들과 구분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에서 종이팩만 따로 모아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은 ▲행정복지센터 수거 ▲스마트 수거기 이용 ▲제로웨이스트샵에서 수거 등 크게 3가지다. 직접 종이팩을 모아 수거거점까지 찾아가야 하는 방식이다. 금속이나 유리, 페트 등처럼 집앞에서 손쉽게 분리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종이팩을 재활용하겠다는데, 정작 지자체가 종이팩 분리배출 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이다.

점수에 따른 우수 자치구 6곳과 하위 자치구 5곳. (사진 서울환경연합 '2024 서울시 지자체 종이팩 수거 현황 보고서')/뉴스펭귄

위 성적표에서 하위점수를 받은 동대문구와 중랑구, 양천구, 서대문구, 용산구를 보면 이 같은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환경연합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5곳 모두 행정복지센터에서 종이팩을 수거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동대문구와 중랑구, 양천구의 경우 최소한의 노력은 보이고 있다. 동대문구는 종이팩 수거거점은 없지만 담당 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수거하는 방식으로 수거보상제를 운영 중이다. 중랑구와 양천구는 스마트 수거기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상위권에 든 마포구와 서초구, 강북구, 강남구, 강서구, 성동구 등 6곳은 종이팩 재활용을 위해 나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5점을 받은 강남구·강서구·성동구는 공통적으로 일반팩과 멸균팩을 모두 수거하고 있다. 이중 강서구는 리워드로 휴지를 제공하며 스마트 수거기도 운영한다. 강남구와 성동구는 휴지를 제공하지는 않으나 스마트 수거기를 운영 중이다. 

8점을 획득한 강북구는 종이팩 중 일반팩만 수거하지만 수거보상제 리워드로 재활용 휴지를 지급하고 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마포구와 서초구는 행정복지센터에서 일반팩과 멸균팩을 모두 수거하고, 수거보상제 리워드로 재활용 휴지를 지급한다. 스마트 수거기는 운영하지 않는다.

이처럼 서울시 지자체의 종이팩 수거와 재활용 시스템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서울환경연합은 3가지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종이팩도 캔이나 병 등처럼 수거함을 마련해 집앞에 배출해도 수거·선별·재활용이 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재활용 휴지의 인식 개선과 수요 활성화를 위해, 행정복지센터에서 시행하는 종이팩 수거보상제를 통해 재활용 휴지의 공공구매를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다. 

단체는 조사과정에서 종이팩 수거보상제의 리워드로 제공되는 휴지가 실제 재활용 펄프로 만들어진 휴지인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각 자치구 담당자에게 추가 확인 후 사실여부에 따라 2점씩 점수를 반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멸균팩 재활용 '어려움' 표시 이전에 재활용 시스템 마련에 집중해 달라는 당부다. 2024년 1월1일부터 멸균팩의 재활용 용이성 등급이 ‘어려움’으로 표기되는 탓이다.

단체는 "종이팩 재활용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멸균팩의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어려움'으로 표기하는 것은 멸균팩에 대한 시민들의 재활용 의지를 꺾어 멸균팩 자원순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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