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수첩] 아주 근사한 봄날의 비건코스

  • 남주원 기자
  • 2024.03.11 15:15
친구 생일식사로 대접한 비건 코스. 접시 위에 데코된 꽃은 식용이라 먹을 수 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친구 생일식사로 대접한 비건 코스. 접시 위에 데코된 꽃은 식용이라 먹을 수 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여기는 미쉐린 받은 비건 위주 식당이야. 3만8000원짜리 코스 먹었는데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어서 우리 둘 다 만족스러워했어. 외국인도 많고. 예약만 받아."

얼마 전 남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근사한 식사를 하고 왔단다. 때마침 멋진 음식 사진들로 새로 바뀐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 '취향저격' 당해 동생에게 어딘지 물으니 왠지 익숙한 이름이다. 알고 보니 나도 예전부터 가려고 식당예약 어플에 저장해둔 곳이다.  

안국에 있는 이 식당은 친환경 재료만 사용하고 어떠한 화학적 첨가물이나 조미료 없이 요리한다. 유기농 제철 식재료로 정성어린 한식을 만들어 남녀노소, 비건과 논비건, 국적불문 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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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식문화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2021년부터 3년 연속 '미쉐린 그린스타'에 선정됐다. 그린스타뿐만 아니라 미쉐린 빕구르망과 블루리본에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이름이 올랐다. 

남동생의 귀띔 이후 곧바로 애정하는 친구의 생일기념으로 이곳을 방문해 '비건 하프 코스'를 주문했다. 많은 음식을 함께 먹은 사이지만 비건식은 처음이었다.

애피타이저는 제철 농산물로 끓인 스프를 시작으로 유기농 샐러드와 특별 레시피로 만든 드레싱, 세 가지 전과 장김치, 제철채소와 양념을 곁들인 냉채가 순서대로 준비됐다. 

메인식사로는 무농약 눈개승마 나물밥과 콩시래기 된장국, 홍시와 좁쌀죽으로 담근 비건 석박지가 나왔다. 고기 맛이 난다고 알려진 눈개승마 나물은 마이클잭슨이 내한 당시 즐겨먹어 '마이클잭슨 나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후식으로 유기농 쌀과 조청으로 만든 유과 그리고 유기농 단호박과 설탕, 엿기름으로 우려낸 식혜까지 먹으니 속이 든든하게 찼다.

구성 하나하나가 자극적이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이 풍부하게 느껴졌다. 친구와 나는 어여쁜 데코레이션에 한번 반하고, 건강해지는 맛에 두번 반했다. 먹는 내내 "너무 맛있어. 이거 뭐야?", "완전 건강해지는 기분"이라며 연신 호들갑을 떨었다.

심지어 친구는 앞으로 만날 때마다 비건식당을 찾아다니자는 제안까지 했다. 어차피 만나면 한 끼는 같이 할 텐데 육류 대신 채식으로 몸과 마음, 지구를 챙기자는 얘기였다. 

자연스럽게 '채소 한 끼, 최소 한 끼'의 다짐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완벽한 비건이 되려 하지 말고, 자기 속도에 맞게 조금씩 비건 지향에 동참하는 것. 하루에 한 끼씩 아니, 일주일에 딱 한 번만.

어쩌면 사람들에게 백마디 말이나 수차례 기사를 공유하는 것보다 맛있는 비건코스를 한번 경험시켜주는 것이 더 생각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 만족스러운 채식 한 끼에 마음속 꽃이 활짝 피어난 하루였다. '꽃, 밥에 피다' 이 식당의 이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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