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하라고 종이팩 보냈더니...새 휴지요?

  • 남주원 기자
  • 2024.01.24 16:26
수거된 종이팩들. (사진 서울환경연합 공식 블로그)/뉴스펭귄
수거된 종이팩들. (사진 서울환경연합 공식 블로그)/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재활용을 위해 종이팩을 모아 전달했더니 정작 새 펄프로 만든 휴지가 제공되고 있다.

뉴스펭귄은 앞서 23일 <마포구 1등, 용산구 꼴등인 '이것'> 기사를 통해 서울시 지자체들의 종이팩 수거현황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수거보상제의 실태는 어떨까.

종이팩 수거보상제는 종이팩을 모아 전달하면 물품으로 교환해주는 제도다. 24일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서울시 자치구 25곳 가운데 총 20곳이 수거보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수거보상제 품목에 휴지가 포함된 자치구는 17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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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활용 휴지'를 제공하는 자치구는 17곳 중 단 3곳에 그친다는 사실이다. 마포구, 서초구, 강북구가 이에 속한다. 나머지 자치구는 새 펄프로 만든 휴지를 제공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활용을 위한 종이팩 수거제도 취지에 역행하는 상황이다.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 제6조에는 '공공기관의 장은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경우 녹색제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공공기관의 녹색제품 구매의무를 법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서울환경연합은 "현실은 대다수의 자치구가 구매의무가 있음에도 재활용 휴지를 수거보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재활용을 위해 시민들이 종이팩을 수거해도 새 펄프로 만든 휴지만 사용될 뿐, 재활용 휴지 구매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지자체에서 새 휴지를 지급해온 걸까. 이들 자치구는 수거된 종이팩을 공통적으로 A업체에 전달해왔다. A업체는 자치구에 수거보상용으로 새 휴지를 제공했고, 정작 자치구에서는 이 휴지가 재활용 펄프로 생산된 제품이라고 오인했다.

A업체는 재활용 휴지를 지급할 경우 품질이 떨어진다는 클레임을 우려해 새 펄프로 생산한 휴지를 제공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활용 휴지의 인식 개선과 수요 활성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서울환경연합은 "종이팩 재활용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종이팩을 재활용한 제품의 수요가 높아져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따라 행정복지센터의 종이팩 수거보상제를 통해 재활용 휴지의 공공구매를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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