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연어'...기후위기로 사라져가는 소수민족 언어

  • 이수연 기자
  • 2024.03.05 12:35
순록과 함께 있는 사미족 사람. (사진 스웨덴 정부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순록과 함께 있는 사미족 사람. (사진 스웨덴 정부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기후위기가 한 소수민족 공동체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위협하면서 그들의 언어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BBC는 순록 목축과 연어 어획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북극 사미족의 생활방식이 기후위기로 타격을 입으면서 연관된 단어도 사라지고 있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미족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에 흩어져 사는 토착민이며 인구는 약 8만 명이다.

사미족의 언어 '사미어'에는 수천 년간 북극 환경에 적응해온 그들의 문화가 담겨 있다. 눈에 관한 단어만 300개 이상이며, 계절을 표현하는 단어가 8개, 순록 상태를 묘사하는 단어가 6개에 이른다. 그러나 지구가열화로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수온이 상승해 어류 개체수가 줄면서 풍부했던 단어가 소멸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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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강의 얼음이 부서진 직후 이른 봄에 발견한 연어'를 뜻하는 단어(Jiekŋaguolli)를 이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봄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사이 타나강으로 올라오던 연어 개체수가 몇 년간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 연어 개체수 감소를 우려한 핀란드 정부가 연어 어획을 매년 6월부터 허용하면서 이른 봄에 연어를 발견할 일도 드물어졌다.

사미족 구성원인 펜티 피에스키 씨는 "단순히 봄철 연어에 관한 단어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대화주제나 고유한 낚시문화도 사라지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핀란드 천연자원연구소 자코 에르키나로 연구원은 "바다에서 타나강으로 돌아오는 연어 수가 크게 감소했다"면서 "수온이 높아지고 해양 산성화가 증가하는 등 기후위기는 이곳 연어 개체수가 줄어든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순록이 이끼를 구하기 쉬운 조건'을 의미하는 단어(Ealát)도 사라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순록은 부드러운 눈을 헤쳐 이끼를 찾는데, 기후위기로 눈 대신 비가 내리면서 눈이 딱딱해지고 아래에 얼음층까지 생겨 이끼에 접근하기 어려워졌다. 세계자연기금(WWF) 측은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진 순록이 굶어 죽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한편 사미족이 거주하는 북극은 지난해 1900년 이후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을 정도로 지구가열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22년 핀란드 기상연구소는 지난 43년간 북극이 따뜻해지는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4배 빠르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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