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 옷에 벌금 매기자"...프랑스 달군 법안

  • 이수연 기자
  • 2024.03.05 16:36
(사진 The University of Queensland)/뉴스펭귄
(사진 The University of Queensland)/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프랑스 하원의원이 값싸게 만들어진 패스트패션 의류에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뜨겁다.

프랑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앙투안 베르모렐 마르케스(Antoine Vermorel-Marques)는 환경 및 사회적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의류에 벌금 5유로(우리돈 약 7300원)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소비자가 옷을 구매할 때 5유로가 더 붙는 방식이다.

의류 과소비를 부추겨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패스트패션 회사들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다. 전세계 패스트패션 열풍으로 타격 입은 프랑스 섬유산업을 지원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프랑스 국회는 3월 말에 이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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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법안은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을 겨냥했다. 중국 온라인 패션 브랜드 쉬인은 지난해 프랑스 패션시장 점유율 13%를 기록할 정도로 프랑스 소비자들이 두 번째로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가 됐다.

쉬인은 패스트패션을 넘어 울트라-패스트패션을 조장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울트라 패스트패션은 옷 생산부터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존 패스트패션보다 2배 빠르다.

(사진 Shein)/뉴스펭귄
(사진 Shein)/뉴스펭귄

'쉬인'의 패스트패션,
무엇이 문제인가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을 반영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이 특징이다. 값싼 의류 제품을 빠르게 많이 생산하면서 옷의 수명은 짧게 만들고, 폐기물이 늘어나는 데 일조한 탓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면 티셔츠 한 장 만드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3년 동안 마실 물이, 청바지 한 벌에는 10년 동안 마실 물이 쓰이는데 패스트패션은 수많은 옷을 매일 시장에 쏟아낸다.

앙투안 의원은 지난달 12일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유행하는 의류 개봉(언박싱)을 흉내내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영상 속 의원은 쉬인 브랜드 신발을 상자에서 꺼내며 "멋지고 고급스럽다"고 말하지만 이내 "불임을 유발하는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한다. 

@antoinevermorel42 Les vêtements à 2€ qui arrivent en avion, contiennent des substances nocives pour la santé et finissent sur les plages en Afrique, c’est non ! Je dépose à l'Assemblée nationale une proposition de loi pour instaurer un bonus-malus afin de pénaliser les marques et pour encourager les démarches plus vertueuses ♻️ #shein#sheinhaul#ecologie#fastfashion#stopshein#pourtoi#fyp @lookbookaly @menezangel_ @loufitlove @lila_drila @cilia.ghass @tifanywallemacq @veronika_cln @lia__toutcourt @iamm_mae.e@IAMM_MAE.E ♬ son original - antoinevermorel

지난해 6월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쉬인이 하루 평균 7000개 이상 새 제품을 선보이고 매일 100만 벌이 넘는 의류를 만든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렇게 생산한 의류 한 벌의 평균 가격은 7유로, 우리돈 1만 원 안팎이다.

환경부 장관도 지지...
'저소득층 부담' 비판도

프랑스 의원들뿐 아니라 정부도 이 법안에 주목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베추 프랑스 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환경부는 패스트패션을 재정적으로 규제하고 패스트패션 회사의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의 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프랑스24(France24) 등 외신에 따르면 값싼 옷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에 부담을 주는 세금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수많은 제품에 일일이 벌금 부과 기준을 따지기 어려울 거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들 반응도 엇갈렸다. 한 네티즌은 "어떤 사람에겐 패스트패션이 옷을 고르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지만 다른 네티즌은 "가난해도 가치관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프랑스24는 전했다.

이에 앙투안 의원은 "옷에 매기는 벌금은 소비자가 추가로 내는 세금이 아니라 오염자부담원칙에 기반을 둔 조치"라며 "벌금에만 그치지 않고 프랑스나 유럽에서 생산한 지속가능한 의류를 구매하면 5유로를 보상하는 것까지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미래학 싱크탱크 퓨처리블의 세실 드혀니 연구이사는 "소비의 자유에 관한 민감한 문제이지만 젊은 소비자들이 저가의 패스트패션 옷을 과하게 소비하는 건 맞다"면서 "지속가능한 대안 중 하나는 중고 의류를 구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쉬인 측은 자사가 패스트패션을 조장한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쉬인 대변인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전통적인 패션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저렴하고 접근하기 쉬운 옷을 원하는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며 "책임 있는 의류 관행을 위해선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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