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호주 원주민들 "바로사 가스전 투자 멈춰달라"

  • 이수연 기자
  • 2024.02.27 17:31
대한민국 국회를 찾은 호주 티위족 원주민 3인.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대한민국 국회를 찾은 호주 티위족 원주민 3인.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만약 호주 사람이 백두대간에서 가스를 추출하고 경복궁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깔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바로사 가스전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입니다."

SK E&S가 추진 중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인근 지역인 티위(Tiwi)섬 원주민들이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가스전 사업과 관련한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 기업에 호소하기 위해 5300km를 날아왔다. 한국에 오기 직전 방문한 일본에선 정부 및 가스전 관련 공적금융기관과 면담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수출입은행 등은 면담을 거절했다.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북부 티위섬 인근 해역에 건설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추출 시설로, SK E&S가 37.5% 지분을 갖고 시공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이 사업에 총 8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승인했다. 무역보험공사의 금융지원은 올해 초 만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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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위섬은 바로사 가스전의 파이프라인과 5km 떨어진 거리에 있어, 이곳에 사는 원주민들은 호주법에 따라 협의 대상에 포함된다. 원주민들은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호주 현지법원과 우리나라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에 따라 중단됐던 공사는 지난 1월  재개됐다.

SK E&S 등은 이 사업이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활용하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임을 내세워 공적 자금을 받았다. 
국회 소통관에서 SK 바로사 가스전 투자 중단을 호소하는 호주 원주민 피라와잉기. (사진 기후솔루션 제공)/뉴스펭귄
(사진 Environment Centre NT 유튜브 캡처)/뉴스펭귄
(사진 Environment Centre NT 유튜브 캡처)/뉴스펭귄

티위섬 무느피족 지도자인 피라와잉기는 "수천 년 동안 우리는 바다와 정신적 연결을 유지해왔다"면서 "한국 정부는 우리의 전통적 지식과 관계를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티위섬 말라우족 지도자인 테레즈 부크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에너지 수입원을 결정할 때, 2500명 밖에 남지 않은 우리를 고려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아직 11개 정부 승인이 추가로 필요한데, 우리의 고향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티위섬 원주민들과 다양한 생물의 터전을 파괴한다. 수입된 가스는 수소혼소발전에 쓰일 예정인데, 아직 초기 단계인 수소경제를 화석연료에 얽매이게 해 대한민국 기후위기 대응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세이프가드 메커니즘 등 호주 정부가 각종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업 비용도 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은 투자 행위로 피해를 보는 당사자와 조속히 면담하고 이제라도 투자를 철회하라"고 말했다. 호주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정책인 '세이프가드 메커니즘'은 가스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도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국회 소통관에서 발언하는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 (사진 기후솔루션 제공)/뉴스펭귄
국회 소통관에서 발언하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 (사진 기후솔루션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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