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현수막 쓰나요?"...정당들 '반전' 답변은

  • 이수연 기자
  • 2024.02.15 16:57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기후위기 대응을 선언한 정당들이 정작 홍보용 현수막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는 외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기후전문가를 영입했으며, 선거연합정당으로 출범한 녹색정의당은 강령으로 기후위기 해소를 내걸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선택에선 친환경과 동떨어졌다.

<뉴스펭귄> 취재팀은 각 정당이 현수막 사용 시 친환경을 고려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에 질의했다. 그 결과 세 정당 모두 중앙당 차원에서 현수막을 친환경적으로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수막 친환경 사용의 방법으로는 생분해 원단으로 제작하거나, 폐현수막 업사이클 등이 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녹색정의당도 '일반 현수막'
민주당 "필요하지만 권고 못해"

더불어민주당 홍보팀 관계자는 "늘 필요성은 느끼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정당 현수막은 빨리 제작해서 내걸어야 하는데 지역에 친환경 현수막을 제작하는 업체가 없으면 그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수막 설치는 지역에서 하기 때문에 중앙당이 각 지역위에 친환경 현수막 사용을 제안할 순 있지만 권고까진 못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홍보팀 관계자는 "솔직히 현수막 자체가 친환경을 벗어나지만 정치할 때 현수막을 걸지 않을 순 없다"면서 "얼마 전부터 녹색당과 연합해 녹색정의당이라는 이름으로 현수막 걸고 있는데 그건 일반 현수막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홍보팀 관계자는 "친환경 현수막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선거철이 아닌데도 붙은 정당 현수막.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선거철이 아닌데도 붙은 정당 현수막.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난립하는 현수막,
방치하는 쓰레기

현수막을 만드는 최초 원료는 석유인데, 석유는 생산부터 사용까지 전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 주범으로 불린다.

환경부가 2023년 1~3월에 전국 지자체가 철거한 정당 현수막 무게를 합쳤더니 총 1300톤에 달했다. 현수막 하나 무게가 600g이라고 한다면 200만장을 훌쩍 넘는다. 2022년 1~4월 대선 때 철거한 현수막 1100만톤보다 많은 양이다. 지자체가 수거한 현수막은 게시 기한 15일이 지난 불법 현수막이기 때문에 현수막 업체가 직접 수거한 양까지 감안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도 아닌데 많은 현수막이 걸리는 이유는 정당 등이 '무허가·무신고'로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2022년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현수막 공해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일자, 다시 법을 개정해 읍면동 2개 이하로 개수를 제한했지만 여전히 도심 곳곳은 정당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곧 있을 선거운동 기간에는 후보자 개인이 내거는 현수막까지 더해져 수많은 쓰레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 쓰인 현수막은 재활용이 어렵고 대부분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 현수막 1장을 소각할 때 온실가스 6kg이 배출되고 다이옥신 등 1급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플라스틱 재질이라 땅에 묻어도 썩지 않는다.

지난해 1~3월 사용한 현수막의 24.7%만 재활용됐다. 44%는 소각됐으며 6.4%만 매립 등으로 처리됐다. 2022년 대선 때 발생한 현수막 재활용률은 24.6%에 그쳤으며 50.5%는 소각, 나머지 24.9%는 매립했거나 보관 중이다.

쌓인 폐현수막. 대부분은 소각된다. (사진 성남시청)/뉴스펭귄
쌓인 폐현수막. 대부분은 소각된다. (사진 성남시청)/뉴스펭귄

 

'우리는 해요' 마포구에 붙은
재활용 예정 현수막

중앙당과 달리 정당 지역위원회 차원에선 친환경을 고려하는 사례도 있다. 정의당 마포구위원회는 최근 설 명절을 맞아 홍대입구역 2번출구 앞에 내건 현수막 하단에 '업사이클 예정'이라는 문구를 표시했다.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장혜영 의원 측이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혜영 의원실은 "현수막을 걸긴 해야 하는데, 최대한 쓰레기로 만들진 말자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총선 때 사용할 현수막도 이후 업사이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실은 현수막 업사이클 업체 '터치포굿'과 협약을 맺었다.

현재 녹색정의당 현수막은 정의당이 담당하고 있지만, 선거연합정당이 출범하기 이전 녹색당은 현수막 설치 시 친환경을 고려해왔다고 <뉴스펭귄>에 밝혔다. 녹색당 홍보팀 관계자는 "현수막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주로 사탕수수 성분의 친환경 현수막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보다 2배 비싼 친환경 현수막도 결국 소각장 들어가면 효과가 전혀 없다"면서 "친환경 현수막만 따로 모아서 매립하는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자체가 수거한 현수막은 대부분 소각한다"며 "식물성 성분으로 만든 생분해 현수막을 소각할 때 기존 현수막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을 순 있지만 땅에 묻히지 않는다는 점에선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역 앞에 붙은 업사이클 예정 현수막.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홍대입구역 앞에 붙은 업사이클 예정 현수막.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중요한 건 쓰지 않기?"
가능하려면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는 "한 번 쓰인 현수막이 바로 버려지지 않도록 업사이클 사업을 시작했는데 일각에선 어차피 재활용하니까 더 만들어도 된다는 듯이 면죄부 삼는 경우가 있다"면서 "현수막을 최소로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번 협약 때도 그 부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거리를 현수막으로 도배하는 후진적인 홍보방식이 과연 효과적인지 모르겠다. 각자 자제하라고 하면 현수막을 안 쓰기 어렵다. 공평하게 모든 정당이 현수막을 쓰지 않는 법적 구조를 만들고 그 안에서 다른 홍보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