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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살전에 서커스, 59살에 끝난...' 국내 최고령 코끼리 별 되다

2024. 02. 16 by 남주원 기자
살아생전 사쿠라. (사진 서울대공원)/뉴스펭귄
살아생전 사쿠라. (사진 서울대공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언제나 친절했던 할머니 코끼리 사쿠라는 이제 우리 곁에 없습니다. 사쿠라는 평생을 일어선 채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잤습니다. 이제는 하늘나라 푹신한 구름 위에 편하게 누워 드르렁 코를 골며 꿀맛 같은 단잠을 청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할머니 코끼리'로 불리던 국내 최고령 코끼리가 59살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사람 나이로 치면 90살인 격이다. 14일 서울대공원은 이곳에서 지내던 암컷 아시아코끼리 '사쿠라'가 전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사쿠라는 1965년 2월 태국에서 태어났다. 고작 7개월 밖에 되지 않았을 때 일본으로 옮겨져 다카라즈카 패밀리공원에서 서커스 공연을 하며 살았다. 이후 유원지가 문을 닫으며 2003년 5월 서울대공원에 오게 됐다.

사쿠라는 어린 나이부터 일본에서 오랜 시간 홀로 지낸 탓에 다른 코끼리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서울대공원으로 온 뒤에도 다른 코끼리들과 무리생활하기를 어려워했다.

사쿠라와 다른 코끼리들. (사진 서울대공원)/뉴스펭귄
사쿠라와 다른 코끼리들. (사진 서울대공원)/뉴스펭귄

본래 야생에서 코끼리는 암컷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무리생활을 하며, 구성원 간 다양한 감정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모계사회를 이루기 때문에 원래였다면 사쿠라는 무리를 이끄는 리더 역할이다.

사육사들이 다른 코끼리들과의 합사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들인 덕분에 다행히 최근까지는 '키마', '수겔라', '희망이' 등 코끼리 3마리와 함께 지내왔다.

서울대공원 사육사팀은 "'사쿠라, 이리 와' 하고 부르면 천천히 다가와 혹시나 사육사가 다치진 않을까 조심스럽게 긴 코를 내밀며 냄새 맡는 것을 좋아했다. 낯선 사람은 경계하고,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새침데기이기도 했다"며 사쿠라를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세월은 속이지 못하는지 아기 코끼리 희망이가 함께 놀자고 다가와도, 다른 코끼리들이 먹이를 찾아 이동할 때도 힘에 부쳐 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사쿠라는 점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아픈 곳도 늘어갔다. 사육사들이 사쿠라의 식욕을 돋우기 위해 사쿠라가 좋아하는 대나무와 과일을 주고 밤낮으로 보살폈지만 끝내 눈을 감았다.

사육사팀은 "사쿠라는 하늘의 별이 됐다"며 "사쿠라의 마지막 가는 길이 편안하기를 함께 애도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주 점보빌리지에서 자행되는 코끼리쇼.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뉴스펭귄
제주 점보빌리지에서 자행되는 코끼리쇼.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뉴스펭귄

한편 사쿠라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야생동물의 서커스쇼 동원과 동물원 전시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사쿠라를 추모하는 내용과 함께 "여전히 전국의 동물원, 전시공연업체 등에서는 수많은 동물이 전근대적 착취와 억압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15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전했다.

단체에 따르면 아시아코끼리 '코순이'는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의 좁은 방사장에 홀로 남아 하루 종일 정형행동을 반복하고 있으며, 제주도 업체 '점보빌리지'에서는 코끼리들이 쇼에 동원돼 몸에 장식을 얹고 뒷발로 서서 관객들의 소음을 감당하고 있다.

단체가 올린 국내 코끼리들의 실태 사진에 시민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댓글창에 "너무 충격적이다. 요즘도 저런 걸 운영하다니. 코끼리 학대쇼"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동물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간의 유희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뉴스펭귄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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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러브 2024-02-19 17:53:25
인간이 제일 잔인해. 인간이 하면 기술이지만, 동물이 하면 학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