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물'에만 사는 이 곤충, 인간의 화장실을 바꾼다?

  • 이수연 기자
  • 2024.02.06 15:57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물에서 발견된 멜트워터 스톤플라이. (사진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뉴스펭귄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물에서 발견된 멜트워터 스톤플라이. (사진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빙하가 녹은 물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곤충을 지키기 위해 한 국립공원이 수세식 화장실을 재래식으로 변경할지 주목된다.

미국 글레이셔국립공원에서 연구하는 생물학자 크리스 다운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몬태나주 지역매체 '데일리 인터 레이크'와 인터뷰에서 "이 국립공원은 멸종위기종 곤충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재래식 화장실을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레이셔국립공원의 로건 패스(Logan Pass) 부근 화장실, 개수대 등 방문자센터에서 쓰이는 물은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인근 계곡에서 끌어온다. 이 방문자센터의 하루 물 소비량은 3만리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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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계곡은 빙하가 녹은 차가운 물에서만 서식하는 멜트워터 스톤플라이의 서식지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이 조사한 결과, 멜트워터 스톤플라이가 사는 계곡 113곳 중 109곳이 글레이셔국립공원 안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멸종위기에 처한 멜트워터 스톤플라이. (사진 미국 지질조사국 - Joe Giersch)/뉴스펭귄
멸종위기에 처한 멜트워터 스톤플라이. (사진 미국 지질조사국 - Joe Giersch)/뉴스펭귄

멜트워터 스톤플라이는 2019년 미국 멸종위기종법에 따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지구가열화로 빙하가 점점 사라지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USFWS는 지구가열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2030년까지 멜트워터 스톤플라이 서식지 81%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9월 글레이셔국립공원은 지난 50년 사이 빙하 40%가 사라졌다고 전한 바 있다.

생물학자 다운스는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이 곤충의 상황도 나빠졌다"며 "재래식 화장실을 새로 설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세식 화장실은 한 번 사용할 때 물 12리터가 필요하지만 재래식 화장실은 물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인 배설물을 하수처리장으로 옮겨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다운스는 또 다른 대안으로 휴대용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계곡 대신 물을 공급할 우물을 뚫는 방법도 제안했다.

다운스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우리 국립공원은 포괄적인 물 공급 계획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멜트워터는 우리말로 '빙하 녹은 물'을 뜻하며 글레이셔국립공원은 '빙하(Glacier)'에서 이름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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