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보 아닌데'...조류충돌 막으려 맹금류 모형을?

  • 이수연 기자
  • 2024.01.30 17:38
지난해 7월 동해고속도로에서 발견한 맹금류 조형물.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지난해 7월 동해고속도로에서 발견한 맹금류 조형물.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최근 비둘기를 내쫓기 위해 합정역 출구에 붙인 독수리 사진이 화제인 가운데, 이와 비슷하게 고속도로 방음벽에 설치된 맹금류 모형이 눈길을 끈다. 

30일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합정역 1번 출구 앞에 맹금류 얼굴을 크게 인쇄한 사진이 붙었다. 비둘기를 퇴치하려고 합정역 관계자가 붙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허수아비'처럼 효과가 없는 방법이라고 봤다.

합정역 1번 출구에 붙은 독수리 사진.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합정역 1번 출구에 붙은 독수리 사진.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한편 동해고속도로 속초-북양양IC 구간 일부 투명 방음벽에는 맹금류 모형이 설치돼 있다. 한국도로공사 양양지사 관계자는 "2016년 동해고속도로를 신설할 당시 조류충돌 저감을 목적으로 설치했다"고 30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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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퇴치뿐 아니라 새들이 유리벽에 부딪히는 문제를 막는 방법으로도 맹금류 스티커 등은 무용지물이다. 유리벽에 붙은 맹금류 스티커는 조류가 천적을 피해 날아가도록 유도하기 위해 고안됐는데, 실제로는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투명한 부분으로 날아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해서다. 그렇다면 동해고속도로에 있는 새 모형은 효과가 있을까.

맹금류 모형이 설치된 동해고속도로 투명 방음벽. (사진 네이버지도 로드뷰 캡처)/뉴스펭귄
맹금류 모형이 설치된 고속도로 투명 방음벽. (사진 네이버지도 로드뷰 캡처)/뉴스펭귄
맹금류 모형이 설치된 고속도로 투명 방음벽. (사진 네이버지도 로드뷰 캡처)/뉴스펭귄

이종구 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처음에는 두려움을 줄 수 있지만 모형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새들이 빨리 인지해 점점 효과가 사라진다"며 "애초에 충돌방지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고 설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제 덩치가 큰 맹금류는 비행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 작은 새들이 무서워하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위협 효과를 높이려면 새매나 참매 등이 적절하지만 생각보다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전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 팀장은 "맹금류 스티커와 같은 목적을 가진 모형일 텐데 역시나 의미가 없어 보인다"며 "맹금류 모형을 설치한 사례가 적고 고속도로 한복판이라 피해 확인이 어렵지만 실제 다른 곳에서 새를 쫓아낼 목적으로 모형을 설치했을 때도 충돌 피해가 기록됐다"고 전했다. 

안성진 조류충돌방지협회 이사는 "새들도 학습 능력이 있어 몇 번 보면 모형이라고 인지한다"면서 "투명 유리벽 자체에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충돌할 위험성은 항상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공사 측도 효과가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한국도로공사 양양지사 관계자는 "생각보다 충돌방지 효과가 적어 환경부 지침에 따라 일부는 교체를 계획 중"이라며 "맹금류 스티커나 모형을 설치한 곳도 점 스티커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9년 환경부는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유리벽에 5x10㎝ 간격으로 점을 표시할 것을 권고했다.

충남 서천군 국도 방음벽에 붙은 조류충돌 방지용 스티커. (사진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뉴스펭귄
충남 서천군 국도 방음벽에 붙은 조류충돌 방지용 스티커. (사진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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