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박쥐 빼먹은 영양풍력사업? 곧 드러날 진실

  • 이수연 기자
  • 2024.01.30 09:40
지난해 1월 경북 영양군 풍력발전단지 예정지 인근에서 무인카메라에 찍힌 멸종위기종 산양. (사진 주민 송재웅 씨)/뉴스펭귄
지난해 1월 경북 영양군 풍력발전단지 예정지 인근에서 무인카메라에 찍힌 멸종위기종 산양. (사진 주민 송재웅 씨)/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경북 영양군에 풍력발전단지를 세우는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거짓·부실 여부를 판단할 전문가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AWP영양풍력사업(이하 AWP영양풍력)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가 31일 열린다. 

AWP영양풍력은 사업자 AWP가 경북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일원에 풍력발전기 14기를 건설하려는 사업이다. 환경부는 2017년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부동의했지만 2022년 새로 제출된 평가서는 조건부로 동의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2022년 10월 4일 이은주 당시 정의당 의원은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AWP영양풍력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 의혹을 제기했고 환경부 장관이 재조사하겠다고 답하면서 공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이 구성됐다. 조사단은 그해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7차례에 걸친 현장조사 등을 거쳐 이 평가서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사단은 지난달 20일 "박쥐, 산양, 식생 등 3개 분야에서 거짓·부실 문제를 확인했으며 전문적인 판단을 위해 거짓·부실전문검토위에 이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각계 전문가, 협의기관 등으로 거짓·부실전문검토위를 꾸린다.

앞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박쥐가 한 개체도 없었다고 기록했지만 지난해 9월 국립생태원의 현장조사 당시 멸종위기종 1급 붉은박쥐가 발견됐다. 지난해 6~11월 사업자 측의 추가조사에서 멸종위기 1급 작은관코박쥐를 포함한 박쥐 14종이 출현했다. 우리나라 박쥐 23종 중 14종이 사업 예정지에 서식하는 셈이다.

2021년 6월 경북 영양군 풍력발전단지 예정지 인근에서 무인카메라에 찍힌 멸종위기종 산양. (사진 주민 송재웅 씨)/뉴스펭귄

이 평가서가 산양 서식을 빠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사업자 측은 2곳에서 산양을 촬영한 후 풍력발전기 1기를 줄이는 쪽으로 서류를 보완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주민들이 설치한 무인카메라에는 사업 예정지 21곳에서 산양이 발견됐다. 조사단에 참여한 산양 전문가들은 "사업자 측 전문가가 결과를 왜곡하기 위해 위치를 선정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산양을 위한 조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평가서에 있는 식생 분야 현지조사 기록이 실제 현장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조사단과 사업자 측이 지난해 4월 함께 현장을 조사할 때 사업자 측이 기록한 식물상이 기존 평가서에 기재된 식물상과 달랐다는 이유에서다.

무분별한 풍력저지 영양·영덕 공동대책위는 "이 사업은 환경성뿐 아니라 주민수용성도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사업 예정지 마을 5곳 중 4곳이 공식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서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허술하게 작성한 것이 밝혀지면 사업자는 고발, 과태료 부과, 행정처분 등 조치를 받는다.

2022년 6월 경북 영양군 풍력발전단지 사업 예정지 인근에서 무인카메라에 찍힌 멸종위기종 산양. (사진 주민 송재웅 씨)/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