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혁명①] 과소평가된 담배꽁초의 유해성

  • 조은비 기자
  • 2023.03.27 17:05

[꽁초혁명] 시리즈는 시가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어다인의 후원으로 작성되는 기획기사다. 뉴스펭귄과 ㈜어다인은 담배꽁초를 무단투기하는 지금의 인식이,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인식으로 전환되는 일종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회사 근처에서 주워담은 꽁초들. 버려진지 오래돼 변색된 것부터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꽁초까지 다양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회사 근처에서 주워담은 꽁초들. 버려진지 오래돼 변색된 것부터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꽁초까지 다양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남예진 기획, 조은비 글] 엄청난 파괴력에 비해 너무 쉽게 버려지는 쓰레기가 있다. 바로 담배꽁초다.

 

많아도 너무 많은
길거리 담배꽁초

담배꽁초 무단투기의 심각성은 길거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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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회사 주변에서 꽁초줍기, 이른바 꽁줍에 나선 두 명의 기자는 그리 어렵지 않게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주울 수 있었다. 그리고 몇 걸음 더 가기도 전에 담배꽁초가 무더기로 버려져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두 개에 담배꽁초 300개비가 가득 찰 동안 소요된 시간은 고작 7분 30초였다.

7분 30초만에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가득 찬 담배꽁초 300개비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7분 30초만에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가득 찬 담배꽁초 300개비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만들어지는 약 6조개의 담배 중 약 4조5000억개가 무단투기로 버려지고 있다. 엄연히 쓰레기지만, 흡연자들 대다수에게 담배꽁초 무단투기가 관습처럼 스며들어 있는 탓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WHO는 "담배꽁초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무단투기되는 쓰레기 중 하나가 됐고, 많은 흡연자들에게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것이 사회적 규범에 가까워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외 해안에서 담배꽁초는 발견되기 쉬운 쓰레기 중 하나다.

2020년 7월 환경운동연합이 한 달간 전국 해안가 14곳에서 해양쓰레기 조사를 했을 때 가장 많이 집계된 쓰레기는 담배꽁초였다. 한국해양구조단은 2018년 1~9월 전국 32곳 해안과 해저에서 수거된 쓰레기 중 담배꽁초가 21%를 차지했다고 보고했다.

미국 환경보호단체 오선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는 해변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 중에서 담배꽁초가 34년 동안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과소평가는 아닐까'
국내 담배꽁초 추가 조사해야

국내에서 하루에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얼마나 많을까.

환경부 요청으로 진행돼 2020년 발표된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은 서울시 강남구와 충북 청주시 일부 지역에서 직접 담배꽁초를 계수하고, 면적당 실측된 담배꽁초 개수를 토대로 전국 발생량을 산정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담배꽁초 규모는 약 1246만개비로 추정됐다. 하지만 더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연구 자료에서도 '표본의 수, 계절별, 요일별, 담배꽁초의 배출경로 등 고려되지 못한 요소가 있어 실제 발생량과의 오차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여 전하고 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최근에는 '1246만개비' 보다 더 많은 양이 버려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연구 자료에서 전하고 있는 국내 하루 평균 담배판매량은 1억7200만여 개비인데, 이 중에서 무단투기되는 것으로 추산된 1246만여 개비는 약 7.25%에 불과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담배 한갑에 있는 20개비 중 1.45개비만 무단투기 되고 있는 것과 같다.

이와 관련해 시가랩 캠페인 최재웅 매니저는 "국제기구에서 추정하는 기준은 훨씬 높고, 독일 언론에서는 자국민 추산 무단투기 비율을 약 80%로 보고 있다"라며 "연구 내용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인용이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더 많은 담배꽁초가 버려지고 있다고 봐야 연구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라고 말했다.

국제기구 기준으로 국내 담배꽁초 무단투기 상황을 파악해보면 훨씬 높은 수치가 나오게 된다. WHO는 전 세계에서 하루에 판매되는 150억여 개비 중 약 66.6%에 해당하는 100억여 개비가 무단투기 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수치를 국내 하루 평균 담배판매량에 적용해보면 매일 약 1억1455만개비가 버려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

 

잘 알려지지 않은
담배꽁초의 위력

담배꽁초의 심각성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환경연합이 2019년에 발표한 '흡연자 담배꽁초 처리실태 설문조사'에서는 701명 중 63.5%의 응답자가 담배꽁초에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고, 해양에 미세플라스틱 피해를 주는 것을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손 끝에 머물러 있다가 땅에 버려졌을 이 꽁초들은 필터에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라고 하는 플라스틱 다발이 들어있다.

담배필터 안에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가 들어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담배필터 안에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가 들어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이 물질은 자연에서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분해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고, 이에 노출된 해양생물은 다시 우리의 식탁까지 올라오게 된다.

또 물에 닿으면서 배출되는 니코틴, 비소, 카드뮴, 휘발성 유기물질 등 각종 유독물질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담배꽁초가 오염시킨 토양과 물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조사하는 연구도 수차례 진행됐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은 담배꽁초 한 개비를 96시간 동안 넣어둔 물 1L에서 민물고기, 해수어 모두 50% 이상 폐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식물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담배꽁초가 있는 토양에서 자라난 작물에 니코틴이 흡수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1㎡에 담배꽁초가 1개만 있을 경우에도 오염이 발생했고, 니코틴 오염이 높게 나타난 바질과 페퍼민트는 니코틴 최대 잔류량(MRL)을 20배 이상 초과했다. 니코틴 최대 잔류량은 1㎏당 0.01㎎이다.

담배꽁초의 유독물질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탈리아 나폴리페데리코대 연구팀은 흡연 직후에 버려진 담배꽁초에서 독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일부 물질은 2~5년 후에도 독성이 높게 유지됐다고 밝혔다.

 

빗물받이에 버려진
담배꽁초의 역습

불투수 포장면적이 높은 도시에서 빗물을 하수관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빗물받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홍수가 났을 때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쌓여있으면 이 과정에서 방해를 받게 된다.

빗물받이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빗물받이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2015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시간당 100㎜ 집중호우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는 나뭇가지와 흙만 있을 때보다, 다른 쓰레기가 함께 섞여 있을 때 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고, 더 빠르게 침수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쓰레기가 있을 때 침수 면적은 3배, 침수 높이는 2배까지 증가했다.

모래, 부엽토 등이 있을 때 집중호우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실험 영상. 출처 :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모래, 부엽토 등과 쓰레기가 섞여 있을 때 집중호우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실험 영상. 출처 :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빗물받이에 흔하게 버려지는 쓰레기 중 하나가 담배꽁초다. 지난 22일 기자 두 명이 직접 돌아다니며 확인한 서울시 마포구의 빗물받이 57곳은 한 곳도 빠짐없이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이렇게 빗물받이로 버려진 담배꽁초는 침수 피해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우수관을 통해 하천과 바다로 유입될 수 있다.

연남동 골목에 있는 빗물받이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연남동 골목에 있는 빗물받이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홍대입구역 근처 거리에 있는 빗물받이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홍대입구역 근처 거리에 있는 빗물받이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서울시는 빗물받이로 빗물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매년 예산을 편성해 자치구의 빗물받이 청소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물재생계획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시에는 55만7533개의 빗물받이가 있으며 2020년 45억원, 2021년 50억원, 2022년 69억원의 청소예산이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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