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펀딩:횟감된 멸종위기종①] 멸종위기 상어가 수산물로

  • 임병선 기자
  • 2022.12.12 14:54

[뉴스펭귄 이후림·임병선 기자] 싸게 회를 떠 준다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을 지나치며 취재팀은 수조 속을 들여다봤다. 푸른바다거북이나 침팬지와 같은 등급의 멸종위기종, 까치상어를 찾기 위해서였다.

해산물판매상 수십 곳을 지나치다 모두가 찾는 수산시장에 멸종위기종이 있는 게 흔한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한 판매상 수조 바닥 구석에서 까치상어 한 마리가 아가미를 뻐끔거리고 있었다. 양식산 광어와 같은 신세였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가격이 얼마냐고 묻자 "5만원만 달라"고 했다. 이토록 '저렴'한 멸종위기종이라니. 이날 까치상어를 팔던 해산물 판매상은 두 곳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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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더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고 나니, 횟감 까치상어가 '흔하지 않은 일'이라던 생각은 '너무 흔한 문제'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어진 <뉴스펭귄> 취재팀의 취재에서는 이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국내에서 상어는 회나 돔배기, 두투, 상어포 등 여러 형태로 소비된다. 돔배기는 상어를 크게 토막내 굽거나 찌는 조리법이다. 경상도 지역에서 제수음식으로 많이 쓰인다. 두투는 상어 지느러미를 삶아서 썰어낸 요리를 지칭한다.

우리가 이렇게 요리해 먹는 상어 가운데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판매하는 상인이나 사먹는 소비자나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멸종위기종 보호 책임을 맡고 있는 해양수산부, 환경부 관계자들은 이런 사실을 파악이라도 하고 있을까?

<뉴스펭귄>은 이같은 문제점에 주목, 올해 두 번째 뉴스펀딩 특집으로 약 3개월에 걸쳐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까치상어 등의 국내 유통과정을 추적했다. 서해안과 남해안에 있는 주요 수산시장과 위판장 등에서 멸종위기종 어류가 어떻게 사고 팔리는지, 현장취재를 통해 확인한 충격적인 사실들을 모두 4회에 걸쳐 보도한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서울시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가장 익숙하게 접하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살아 있는 까치상어가 다수 발견됐다. 취재팀은 노량진수산시장에 지난 9월 30일부터 2주 정도 간격으로 3회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까치상어를 판매하는 판매상을 3~4곳 가량 꾸준히 발견할 수 있었다. 

까치상어는 등에 있는 줄무늬와 점, 고양이 눈을 닮은 눈 모양이 독특한 종이다. 까치상어는 2019년 8월 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CUN) 적색목록에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분류됐다. 위기종은 적색목록에서 가장 높은 멸종위기 등급인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종 바로 아래 단계다. 

까치상어는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까치상어는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멸종위기종 까치상어에 매겨진 값은 작으면 4만5000원에서 5만 원, 크면​ 10만 원이었다. 한 상인은 상어에 관해 묻는 취재팀에게 “남해나 서해에서 주로 온다. 회로 떠서 먹는데 예전에는 많이 사갔다”면서 “매일은 아니고 가끔가다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까치상어는 규모가 큰 수산시장이 아니어도 흔하게 발견된다. 활어회로 수요가 있어 규모가 작은 횟집에서도 종종 발견될 정도다. 

새벽에 열린 노량진수산시장 경매장에서는 선어로 유통되는 종 불명 상어도 한 마리 확인할 수 있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쪽은 경매장, 한쪽은 수산시장으로 구성됐다. 상인들이 경매장에서 공급받아 수조에 넣고 판매하는 구조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팔리던 선어 상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팔리던 선어 상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간과하기 쉽지만 사람들이 즐겨 먹는 참홍어 또한 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분류된 멸종위기종이다. 노량진수산시장만 해도 회센터 한쪽에 홍어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체가 즐비한 만큼 참홍어는 흔하게 거래된다. 새벽 시간 진행되는 경매에도 참홍어는 활발하게 입고됐다.

살아 있는 참홍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살아 있는 참홍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참홍어는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참홍어는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충남 태안 위판장

태안 위판장은 까치상어의 집산지 격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유통되는 까치상어도 대부분 태안 위판장에서 온다. <뉴스펭귄> 취재팀은 지난달 4일 태안 수협제1위판장, 수협몽산포위판장 등 2곳에서 살아 있는 까치상어가 다수 입고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태안 몽산포위판장에서 발견된 까치상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태안 몽산포위판장에서 발견된 까치상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태안 위판장에 있던 한 경매사는 까치상어 뿐 아니라, 까치상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입이 넙적한 ‘개상어(학명 Mustelus griseus)’도 잡힌다고 <뉴스펭귄> 취재팀에 말했다. 개상어는 경매사의 설명대로 몸에 줄무늬가 없지만 까치상어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개상어 (사진 opencage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개상어 (사진 opencage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개상어는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개상어는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취재팀이 이날 하루 태안 위판장 2곳에서 발견한 활어 까치상어는 20마리 정도다. 현장 수협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물량은 많지 않은 편이었다. 태안에는 위판장 총 4곳이 있어, 실제 태안 주변 해역에서 잡혀 태안 위판장으로 입고되는 멸종위기종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전남 목포 위판장

노량진수산시장 통계를 보면 목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선어 상어가 유통되는 최대 집산지다. 선어는 수산물이 죽은 채 유통되는 경우를 말한다. 목포는 활어 위판장과 선어 위판장이 따로 운영되고 있다.

취재팀이 방문한 지난달 3일, 선어 위판장에는 약 100마리 정도의 곱상어 추정 생물이 경매에 부쳐졌다. 현장에 있던 수협 소속 경매사는 상어가 입고되는 양은 다른 수산물이 들어오는 것과 어느 정도 비례한다고 밝혔다.

목포 위판장에 상어가 쌓여 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목포 위판장에 상어가 쌓여 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국내에 출현하는 곱상어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돔발상어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섞여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장에 있던 어부들이나 경매사는 종을 구분하지 않고 있었다.

만약 구분을 한다고 해도 곱상어와 돔발상어는 매우 흡사하게 생겨 일반적으로 구분이 어렵다. 곱상어와 돔발상어의 차이는 곱상어 윗면에 흰 점이 있다는 것인데, 이 점이 없는 곱상어 개체도 있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라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돔발상어(Squalus mitsukurii)는 IUCN 적색목록 위기(EN)종이다.

돔발상어는 IUCN 적색목록 위기종에 속한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경매를 기다리는 곱상어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경매를 기다리는 곱상어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경매사들은 날씨에 따라 꼬리가 긴 상어도 잡힌다고 증언했다. 꼬리가 긴 상어는 여러 종이지만, 과거 기록을 볼 때 꼬리기름상어로 추정된다. 2005년 포항에서 '꼬리상어'가 잡힌 기록이 있다. 꼬리기름상어는 멸종위기에 근접한 IUCN 적색목록 준위협(NT, Near Threatened)종에 속한다.

같은 날 목포 활어 위판장에서는 까치상어 한 마리가 발견됐다. 이 위판장의 주요 상품은 낙지였다. 현장 경매사들은 상어가 많이 입고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갓 잡힌 참홍어도 다수 있었다.

한 마리 있던 까치상어는 어린 참홍어 2마리, 다른 어류 4마리와 함께 ‘잡어’로 경매에 나왔다. 까치상어 포함 잡어를 입수한 한 횟집 사장은 상어를 어류 운반 차량에 실었다. 그는 “횟집에서 회나 매운탕으로 손님에게 나간다”며 “잘 나가진 않지만 다른 수산물과 잡어로 같이 싸게 나와 샀다”고 취재팀에 밝혔다.

횟집으로 가는 까치상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횟집으로 가는 까치상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부산 자갈치 시장, 부산공동어시장 

취재팀이 지난 10월15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현장취재했을 때 상어를 비롯해 멸종위기종은 발견되지 않았다. 회를 팔던 상인들은 상어는 입고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상어껍질을 삶은 두투를 판매하는 전문점 2곳이 존재했다. 두투 전문점 상인은 상어 종을 묻는 취재팀 질문에 “무슨 종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상어 껍질을 삶아 자른 요리. 두투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상어 껍질을 삶아 자른 요리. 두투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다음날인 16일 새벽 경매가 이뤄지던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장에도 방문했으나 부산공동어시장 수협 관계자는 상어가 입고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취재팀은 트롤어선에서 경매를 기다리던 어민에게 같은 질문을 했으나 “상어는 잡히지 않는다”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고등어 경매가 준비 중이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고등어 경매가 준비 중이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포항 죽도시장, 위판장

포항 죽도시장은 돔배기를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돔배기에 쓰이는 상어 종은 귀상어, 돔발상어, 곱상어 등 여러 종류다. 

지난 10월13일, 취재팀이 방문한 죽도시장 안에는 ‘제사고기’ 팻말을 써 붙인 전문점이 다수 자리잡고 있었다. 추석이 지나 위축된 상태긴 하지만, 시장 한편에서 5개 정도 업체가 상어고기를 판매 중이었다. 

이중 한 곳만 국산 상어라고 주장하는 제사고기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해당 상인은 정확한 종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제사고기 전문점의 경우도 원양어선에서 잡혀 오는 것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떤 종인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국산이라는 상어 돔배기 (사진 이후림 기자)/뉴스펭귄
국산이라는 상어 돔배기 (사진 이후림 기자)/뉴스펭귄

이날 취재팀은 포항 수협 죽도위판장에도 방문했으나 멸종위기종은 입고되지 않았다. 다만 관계자로부터 상어가 종종 입고된다는 답변을 얻었다. 포항 위판장에 근무하는 수협 소속 정병화 경매사는 “(이곳 사람들은) 토막을 내 제사고기로 쓸 수 있는 정도로 커야 상어라고 인식하는데, 그런 상어는 달에 1~2마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어는 어떻게 소비되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상어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엿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까치상어 소비가 주로 나타났으며 이외에도 별상어나 곱상어 등이 회나 찜으로 소비됐다. 제주도, 부산시, 전남 통영 등 남부에서 많이 발견되는 경향을 보였다. 

수산물 관련 콘텐츠를 게시하는 A유튜버는 까치상어와 백상아리를 회로 조리하는 콘텐츠를 각각 2020년 1월, 2022년 7월 게시했다. 백상아리는 의도치 않게 그물에 걸린 개체라고 밝혔다. 백상아리는 2021년 10월 IUCN 적색목록에 취약(VU)종으로 분류됐다. 해당 유튜버는 구독자 116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백상아리 손질 콘텐츠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백상아리 손질 콘텐츠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B유튜버는 별상어를 잘라 손질해 조리하는 영상을 2020년 4월 게시했다. 별상어는 몸 윗면 흰색 작은 점이 촘촘하게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유튜버에 따르면 별상어는 자망에 의해 잡힌 개체다. 별상어는 2020년 5월 IUCN 적색목록에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평가됐다. 

별상어. 몸 윗면 촘촘한 흰색 점이 특징이다 (사진 울진아쿠아리움)/뉴스펭귄
별상어. 몸 윗면 촘촘한 흰색 점이 특징이다 (사진 울진아쿠아리움)/뉴스펭귄
별상어는 까치상어와 마찬가지로 적색목록 위기종에 등재돼 있다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별상어는 까치상어와 마찬가지로 적색목록 위기종에 등재돼 있다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는 공통적으로 상어를 지칭할 때 ‘죽상어’라는 키워드가 나타났다. 죽상어는 정식 명칭이 아니며 게시물에 따라 까치상어, 곱상어 등 여러 종을 의미했다. 이 명칭으로 특정 종을 판별하기는 어려웠다.

 

'횟감 된 멸종위기종' 2편에서는

멸종위기 상어들을 구하려면 왜, 어떤 어구에 잡혀 올라오는 걸까 알아야 한다. 하지만 서울권 대형 수산물 유통업체에서 상어 유통을 담당한다는 직원조차 상어의 자세한 출처는 알지 못한다고 <뉴스펭귄>에 밝혔다. 

‘횟감된 멸종위기종’ 2편에서는 취재팀이 현장에서 수협 경매인과 어민 등 관계자를 만나 상어가 어떻게 잡혀 올라왔는지 출처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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