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들, "멸종위기 상어 거래는 정부 방관 탓"

  • 임병선 기자
  • 2023.01.12 07:55

"멸종위기종 거래의 책임은 이를 막아야 하는 정부가 져야"
"무분별한 포획과 유통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규제 필요"
"상괭이 보호하듯 까치상어 등도 보호해야"

모조리상어로 추정되는 어류가 위판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모조리상어로 추정되는 어류가 위판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뉴스펭귄>이 최근 보도한 탐사보도시리즈 '횟감된 멸종위기종'에 대해 국내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관련 기관 연구자 등은 하나같이 <뉴스펭귄>의 보도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까치상어를 비롯한 한국 연안 출몰 상어 가운데 3분의2 가까이가 국제적 기준으로 멸종위기종이나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바람에 싸구려 횟감으로 팔린다는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환경활동가들은 정부가 서둘러 멸종위기종 상어 등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멸종위기종 상어 등이 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현실을 막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와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해양환경을 연구하는 변유정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석사과정생 등 3명으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무분별한 상어 조업으로 지난 50년간 전 세계 상어 개체수가 71% 감소했다. 하나로 연결된 바다의 속성을 떠올린다면 국내 상어 멸종위기 수치가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전 세계의 상어 제품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세계적으로 연간 1조3000억 원에 이른다. 반려동물 사료부터 화장품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상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은 전 세계 8번째 규모 상어고기 수입국으로, 2020년 기준 약 87억 원에 달한다.

북인도양에서 이란 국적의 참치잡이 어선에서 상어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북인도양에서 이란 국적의 참치잡이 어선에서 상어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전 세계적으로 상어는 매년 약 1억 마리가 상업적 목적으로 희생되고 있다. 무분별한 어획과 무관심 속에서 멸종을 향해 가는줄도 모르는 채 지금 이시간에도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을 상어가 안타깝기만 하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국내 법적 규제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수산시장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까치상어를 비롯한 멸종위기종 거래의 책임은 상인과 소비자가 아니라 이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의 부재에 있다.

무분별한 포획과 유통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규제를 마련해 한국에서 무자비하게 어획되고 소비되는 국제 멸종위기종 상어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가오슝 동강 수산시장의 냉동 상어 지느러미. 많은 상어가 지느러미만 잘리고 다시 바다로 버려져 죽는 신세가 된다. 이 '샤크 피닝'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금지됐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바다 위기에 관한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한 보고서 발간등의 캠페인 활동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멀리 있는 바다를 시민들 곁으로 끌어오는 일이다. 바다에 생명과 감정을 불어넣으며 시민들과 교감할 수 있는 접점을 더욱 넓혀 간다면 상어를 비롯한 해양보호를 위한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고 믿는다.

지구의 70%를 둘러싼 광활한 바다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생물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바다 먹이사슬 모든 단계의 생물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각자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며 바다를 지탱하고 있다.

보드게임 젠가에서 하나 둘 빼내는 칩이 많아지면 결국 나무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하나 둘 멸종을 향해 나가는 생물들을 지켜내지 않는다면 바다는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바다가 무너진다면 지구 또한 연이어 시들어 갈 것이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지난달 19일 캐나다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oP15)에서 196개 참가국은 2030년까지 전세계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구역 등으로 보전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한국 정부는 이런 글로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해양과 육상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동시에, 오는 2월 개최될 UN 해양생물다양성 보전협약 비상회의에 직접 참석해 해양보호구역을 포함한 강력한 글로벌 해양조약 체결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바다를 비롯한 지구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위기에 처한 생물들이 개체수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제공이 시급하다.

청새리상어가 스페인 어선이 풀어놓은 낚싯줄에 걸려 죽음에 이르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청새리상어가 스페인 어선이 풀어놓은 낚싯줄에 걸려 죽음에 이르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그린피스는 상어가 처한 위기와 무분별한 상어 어획의 실태를 밝히기 위해 지난해 7월 14일 ‘상어 인식 증진의 날’(Shark Awareness Day)을 맞아 상어 남획의 심각성을 알리는 애니메이션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고독한 상어’는 상어 연인이 연승어업에 의해 헤어지게 되는 가슴 아픈 스토리를 담았다. 연승어업은 주낙이라고도 불리며 긴 줄에 바늘 여러개를 매달아 수산물을 포획하는 방식이다. 1분 30초 분량의 '고독한 상어' 영상에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부터 날카로운 낚시줄에 걸린 상어의 절망스러운 표정까지 상어가 느끼는 깊은 슬픔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국제 보호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버젓이 유통돼 수산시장 수족관에서 판매되고 있는 까치상어 연재 기획을 접하고 감사와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수산시장에서 판매될 만큼 보편화된 국제 멸종위기종에 대한 매체의 관심은 시민의 반향을 폭넓게 이끌지 못하고 있다. 이에 매체들이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변화를 이끌길 기대하는 심리다.

또한 해양생태계와 생물의 보전 활동을 하면서도 여력이 부족하다는 자기 설득으로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스스로를 반성했다.

뉴스펭귄의 보도는 멸종위기종 상어의 보호종 지정 문제뿐 아니라 상어가 혼획되는 방식까지 취재했다. 단순하게 멸종위기 상어를 보호종으로 지정할 뿐 아니라 조업에서 어류와 혼획되는 문제도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가져온 기사여서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이 언급한 안강망은 보호종 상괭이가 가장 많이 혼획되어 폐사하는 어업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엔 41종의 허가어업이 있어 각기 다른 방식의 어업이 어떻게 해양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필요하다.

해양생태계는 매체에 무궁한 관심을 요구한다. 해양보전 활동가로서 혼획과 남획은 물론이거니와 플라스틱 소재로 만드는 어구, 어구의 사용 허가량과 관리 현황, 폐기나 유실로 인한 유령어업의 피해까지 뉴스펭귄이 계속 다뤄줄 여력이 있길 희망한다.

장기적으로 해양생태계를 다루는 매체의 기사가 다양해지면서 해양생태계가 인류와 안전한 공존을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

폐어구는 해양에 막심한 피해를 끼친다 (사진 해양경찰청)/뉴스펭귄
폐어구는 해양에 막심한 피해를 끼친다 (사진 해양경찰청)/뉴스펭귄

 

 

변유정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석사과정

연구실에서 해양생물 실험 업무를 담당한다. 어업생산량이 높은 종을 주로 실험 종으로 선정하다 보니 농어, 넙치, 바지락, 낙지는 잘 알지만 상어는 잘 모른다.

(사진 변유정 씨 제공)/뉴스펭귄
(사진 변유정 씨 제공)/뉴스펭귄

개체수가 많지 않고 상업적 가치가 떨어지는 상어가 어시장에서 잡어로 통한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이라는 말을 들으니 사뭇 느낌이 다르다.

(사진 변유정 씨 제공)/뉴스펭귄
(사진 변유정 씨 제공)/뉴스펭귄

같은 멸종위기종이어도 상괭이는 보호종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각인돼 있다. 상괭이가 그물에 걸려 죽는다는 기사는 이미 많고 환경단체들이 이와 관련해 활동하는 것도 SNS상에서 종종 봤다.

반면, 까치상어는 어시장 수조에서 활어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상업적 잣대 위에 공공연히 있는 까치상어를 생태적 가치로 재조명하려면 상괭이의 경우보다 정부 및 지자체의 큰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까치상어가 노량진 수산시장 수조에 잡혀 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국제적 멸종위기종 까치상어가 노량진 수산시장 수조에 잡혀 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