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펀딩:횟감된 멸종위기종③] 한국 상어, 57%가 멸종위기종

  • 임병선 기자
  • 2022.12.21 09:55

한국 바다 출현 상어 49종 중 28종이 국제적 멸종위기
기후위기로 한국 상어 증가추세지만 한국의 '보호종 지정' 조치는 2016년 '스톱'
"40종은 개체수 '감소중'...해양수산부 적극적 보호조치 마련해야"

(그래픽 이후림·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그래픽 이후림·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임병선 기자] <뉴스펭귄>은 국내 상어 전문가인 최윤 군산대 교수와 김진구 부경대 교수, 이우준 부경대 연구원 등이 펴낸 논문을 기반으로 한국 출현 기록이 있는 상어를 49종으로 정리했다. 한국 바다에 나타나는 ‘한국의 상어’다. 

분석 결과, 19일 현재 한국의 상어 총 49종 중 28종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57%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셈이다. 멸종위기종에 속하는 종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채택한 기준대로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종, 위기(EN, Endangered)종, 취약(VU, Vulnerable)종으로 분류된 것을 의미한다. 

(그래픽 이후림·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그래픽 이후림·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그래픽 이후림·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그래픽 이후림·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적색목록 위급(CR)종에 해당하는 생물은 절멸 바로 직전에 처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 국내 출현하는 위급종 상어는 전자리상어, 홍살귀상어, 모래뱀상어 3종이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전자리상어는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서 수산물로 취급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자리상어는 부산시 용원어시장에서 1건, 출처를 알 수 없지만 어시장 혹은 위판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수산물로 취급되는 사례 1건이 발견됐다.

위급종 3종 중 유일하게 법적 보호종인 홍살귀상어도 어업에 의해 잡혀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SNS 상에서 확인됐다. 2021년 11월 어업인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정치망 어업에 홍살귀상어 2마리가 잡혔다고 밝혔다. 정치망은 바다 일정 구역에 구조물을 만들어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적색목록 위기(EN)종은 가까운 미래에 멸종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우다. 한국의 상어 중 무려 16종이 위기종에 속했다. 대표적으로 횟집에서 팔리는 까치상어, 별상어가 이 등급에 속한다. 종종 동해나 남해에서 잡히는 고래상어, 청상아리도 같은 등급에 속한다. 상어가 아닌 생물로는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사바나코끼리가 위기종이다.

취약(VU)종은 멸종 위협이 높은 생물에 부여되는 멸종위기 등급이다. 한국의 상어 중 취약종은 과거 ‘으낙’으로 불리며 흑산도 지역에서 활발하게 어획됐던 칠성상어 등이 있다. 영화 등 미디어로 많이 소비되는 백상아리도 같은 등급에 포함된다. 상어가 아닌 취약종은 해양포유류 벨루가가 대표적이다. 

'으낙'이라고 불리며 활발하게 어획됐던 칠성상어 (사진 José María Pérez Nuñez)/뉴스펭귄
'으낙'이라고 불리며 활발하게 어획됐던 칠성상어 (사진 José María Pérez Nuñez)/뉴스펭귄

멸종위기에 바로 근접한 준위협(NT)종도 10종에 달했다. 멸종위기 우려가 적다는 평가를 받은 최소관심(LC)종은 49종 중 9종, 자료 부족으로 평가가 불가능한 정보부족(DD, Data Deficient)종은 2종이다.

한국의 상어 대부분은 개체수 감소 중이다. 49종 중 무려 40종이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체수가 안정된 종은 5종으로 집계됐다. 증감 추이가 불명확한 경우는 3종이었는데, 이중 2종은 데이터 부족으로 평가되지 않은 종이다. 개체수가 증가한 종은 강남상어 1종에 불과했다.

 

2016년에 멈춘 상어 ‘해양보호생물’ 지정

IUCN이 상어 각 종을 멸종위기종으로 평가한 연도를 살펴보니,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과 국제적 멸종위기종 간 격차가 상당했다. 한국의 해양보호생물 지정은 2016년에 멈춰 있는 상태다.

한국에 출몰하는 상어에 대해 멸종위기 등급이 대거 재평가되기 시작한 것은 2019년이다. 이때부터 일본 어류학자 2명이 IUCN의 연골어류 분과인 종생존위원회(SSC) 상어전문가그룹(SSG) 소속으로 활발하게 북서태평양 지역 상어 관련 멸종위기 등급 평가를 내놨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9월 28일 고래상어와 홍살귀상어를 연골어류 최초로 해양보호생물에 지정했다.

어류 중 가장 몸집이 큰 고래상어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어류 중 가장 몸집이 큰 고래상어. 법적 보호종이지만 여전히 동해와 남해에서 혼획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당시 IUCN 적색목록에 고래상어는 위기종, 홍살귀상어는 위급종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2006년 제정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 어류 중에는 고래상어와 홍살귀상어, 복해마 총 3종이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후 상어는 물론 어류 관련 해양보호생물 추가 지정은 없었다.

해양보호생물 지정 현황. 어류는 총 5종, 상어는 2종뿐이며 2016년 9월이 마지막 신규 지정이었다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해양보호생물 지정 현황. 어류는 총 5종, 상어는 2종뿐이며 2016년 9월이 마지막 신규 지정이었다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뉴스펭귄

 

기후위기 때문에 한국의 상어는 늘어난다

이러한 악조건에서 국내 상어 혼획량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원인으로는 기후영향도 한몫했다. 상어는 열대 및 아열대해역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데,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으로 국내 해역에 상어 출몰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기후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미국 지리학자 글렌 트레와다 기후대 구분법에 따르면 월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1년 중 8개월을 넘어서면 아열대기후로 정의한다.

최근까지 한국은 온대기후에 속했지만, 지구가열화가 심화하면서 제주, 경상남도 통영, 전라남도 목포 등 남해안 일부 지역의 경우 이미 아열대기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은 11월에도 평균 기온이 10℃를 넘어서며 8개월 기준을 충족했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남해안뿐 아니라 남한 전체가 아열대기후에 속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월 전국 평균기온은 9.6℃로 평년 대비 1.3℃ 높았고, 내륙에 속하는 서울 평균기온 역시 10℃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8개월 기준에 거의 근접한 셈이다.

국내 바다 수온 역시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아열대성 해역에 분포하는 해양생물 출현이 최남단 제주 바다를 시작으로 점점 북상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사진 IPCC)/뉴스펭귄
1985년부터 2014년 이상고수온 발생 빈도 (사진 IPCC)/뉴스펭귄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발간한 ‘2022 수산 부문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4년간 우리 바다 수온은 약 1.35℃ 상승했고, 2100년에는 현재 대비 최대 4℃까지 상승하는 등 해양가열화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심화할 전망이다. 해수온 상승으로 최근 국내 바다에서는 아열대성 어종 및 해파리와 같은 생물의 출현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연근해에 앞으로 더 많은 상어종이 출몰할 것이란 이야기다. 

국내 상어전문가 최윤 군산대학교 해양생물학과 교수는 19일 <뉴스펭귄>에 “해수온 상승으로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상어종과 개체 수는 이미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중요한 건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상어종과 개체 수가 증가할수록 이들을 더욱 잘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아무리 상어 개체 수가 (국내 바다에서) 증가하더라도 세계적으로는 감소 추세다. 또 바다 생태계 균형을 위해 상어는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취재팀 조사 결과, 한국 해역에 출몰하는 상어 49종 중 절반 이상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서는 이 중 해양보호생물 2종을 제외한 47종이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라도 국내 현행법상 해양보호생물로 미지정됐다면 국내 해역에서만큼은 혼획은 물론 포획까지 가능하다.

무분별한 혼획에 따른 상어 개체군 피해와 대안 또한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국내 해역에 상어 개체군이 늘어난다면 한국에서 혼획되는 상어 개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무관심 속에 국제적 멸종위기종 상어를 제대로 보호해 보지도 못하고 도리어 멸종 가속페달을 밟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핵심종' 상어 없으면 해양생태계 크게 변한다

지난달 14일 개막한 제19차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사이테스)' 당사국총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주요 의제는 ‘상어 국제거래 규제’ 문제다. 결과는 꽤 고무적이었다. 상어 95종이 사이테스 II부속서에 새롭게 등재됐다.

새로운 국제거래 규제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해당 상어 95종은 사전신청 없이 사업, 학술, 연구목적 국제거래가 불가하게 됐다.

이처럼 보호해야 할 대상보다는 종종 공포 혹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상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멸종위기에 직면했다. 상어와 가오리 등 연골어류 3분의 1 이상이 멸종위기에 놓였고, 상어만 놓고 본다면 지구상 36%가 멸종위기다. 개체 수는 50년 전보다 약 71% 줄었다. 포획이나 남획으로 연간 상어 약 1억 마리가 희생된다.

주낙에 잡혀 위판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까치상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주낙에 잡혀 위판장에서 경매를 기다리는 까치상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해양포유류’인 고래가 인기드라마에 등장하고 돌고래가 해양생태계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고래와 함께 해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꼽히는 ‘어류’ 상어는 비교적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국내든 외국이든 고래전문가보다 상어전문가를 찾기 어려운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고래 또한 보호해야 할 해양생물로 인식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다만 고래와 동일한 국제적 멸종위기 등급에 올라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은 고래에 비해 한참 뒤처졌다. 바다 최상위 포식자이자 핵심종 고래와 상어 중 단 하나라도 사라진다면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은 무너진다.

국제적 상어 전문가 데이비드 쉬프만(David Shiffman)은 올해 펴낸 책, ‘상어는 왜 중요한가(Why Sharks Matter)’에서 상어의 생태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어는 바다에서 포식자 역할을 하고, 이 역할은 해양 생태계가 유지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쉬프만은 사람들이 상어가 물개 등 커다란 동물을 잡아먹는 이미지에 익숙하지만, 상어는 여러 해양생물을 포식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연골어류 중 가장 큰 고래상어는 바닷물 속 플랑크톤을 특수 기관으로 걸러 먹는다. 쉬프만은 ​ “환도상어는 꼬리를 휘둘러 사냥감을 기절시키는 등 상어 사냥 행동도 식단에 따라 다양하다”고 말했다.

환도상어류 생물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환도상어류 생물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상어는 대체로 중소형 어류를 섭취하며 게나 새우, 새, 해양포유류, 문어, 바다뱀 등도 먹는다. ​ 이런 왕성한 먹이 활동은 다른 종이 대신할 수 없다. 상어는 살아서는 포식활동을 통해 바닷속 어류 개체수를 조절하고, 죽어서는 주변에 영양분 많은 먹이원이 된다.

상어가 유발하는 '공포’ 자체가 해양생태계를 유지하는 힘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상어가 나타나 해초를 많이 섭취하는 듀공이 멀리 달아나는 과정이 반복되면 그 지역 해초숲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된다.

이에 상어는 바다에서 생태 군집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으로 분류된다. 핵심종은 없어지면 생태계에는 큰 영향이 나타나는 생물을 부르는 말이다. 예를 들어 육상동물 중 늑대가 핵심종에 속한다.

 

바다를 유지하는 상어, 이대로 멸종시킬 것인가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상어는 인간의 남획이나 혼획에 이미 많은 피해를 입었다. 쉬프만은 “혼획은 상어에게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업을 할 때 상어가 먹는 종을 잡으려 한다면, 근처에 상어가 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어업 과정에서 혼획이 흔하게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다른 해양생물도 혼획에 의해 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어가 유독 혼획이나 남획에 취약한 이유는 1세대가 길고, 많은 상어 종이 번식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숙한 개체가 인간에게 잡혀 죽는다면 남은 생애 동안 낳았어야 할 자손들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에 개체수에 미치는 효과는 커진다. 특히 1마리의 생존이 종 전체 운명을 결정지을 상태까지 내몰린 멸종위기종의 경우 그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주낙(연승)에 혼획된 환도상어 (사진 NOAA)/뉴스펭귄
주낙(연승)에 혼획된 환도상어 (사진 NOAA)/뉴스펭귄

이어지는 '횟감된 멸종위기종' 4편에서는 국내 해양생물 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해양보호생물 지정 권한을 가진 해양수산부 입장을 들어본다. 또한 해외에서 이뤄지는 보전 사례를 비롯해 어떤 보호방안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