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감 신세된 멸종위기 I급 나팔고둥…'1년간 조사도 안해'

  • 이수연 기자
  • 2023.09.18 13:51
울릉도 오징어 회타운 횟집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나팔고둥이 불법으로 팔려나가는 동안 당국은 전수조사조차 시행하지 않았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뉴스펭귄
울릉도 오징어 회타운 횟집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나팔고둥. 당국은 지난 1년간 전수조사도 시행하지 않았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나팔고둥이 울릉도 내 횟집에서 버젓이 팔려나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의 멸종위기종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과 시민단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 지난 2일 제보를 받고 울릉도 현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울릉도 오징어 회타운 횟집 3곳에서 나팔고둥이 불법으로 팔리고 있었다.

이은주 의원실 측이 주민 인터뷰를 통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대부분 식당에서 나팔고둥을 판매하거나 보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울릉도에서 '해방고둥'으로도 불리는 나팔고둥은 해양보호생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지만 이곳에서는 횟감 신세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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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고둥은 뿔소라, 참소라 등 식용 고둥류를 통발로 어획하는 과정에서 함께 잡히거나 비슷하게 생긴 고둥류와 섞여 식용으로 유통됐다.

나팔고둥이 울릉도에서 불법으로 유통, 판매되고 있다는 의혹은 지난달 25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 예고편에 나팔고둥이 등장하면서 제기됐다. 울릉도의 한 횟집 수족관에서 나팔고둥을 손으로 들어 올리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나혼자산다' 예고편을 본 시민이 얼마 전 울릉도에 갔을 때 똑같은 횟집에서 나팔고둥을 발견했다고 제보했다"며 "결국 나팔고둥이 멸종위기종인지 잘 모르는 탓에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먼저 정부가 실제 멸종위기종이 어떻게 잡히고 팔리는지 전수조사해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릉도 오징어 회타운 횟집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나팔고둥. 당국은 지난 1년간 전수조사도 시행하지 않았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뉴스펭귄
울릉도 오징어 회타운 횟집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나팔고둥. 당국은 지난 1년간 전수조사도 시행하지 않았다. (사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뉴스펭귄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7월 합동 보호대책을 통해 나팔고둥이 혼획, 유통되지 않도록 홍보와 계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은주 의원이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보호대책 발표 이후 전국적으로 나팔고둥 혼획, 유통 사례를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울릉도를 담당하는 대구지방환경청은 1년이 넘도록 어떤 활동도 진행하지 않다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제기되자 지난 13일 처음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이은주 의원은 "멸종위기종을 보호, 관리해야 할 환경부와 지방환경청마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을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는데 나머지 종들은 어떠하겠냐"며 "환경부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해양 국가보호종 보호대책을 재점검하고 보호종들의 씨가 마르기 전에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을 허가 없이 가공·유통·보관·수출·수입·반출·반입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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