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가 처음으로 석탄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력원이 됐지만, 석탄 사용량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보다 전력 수요 증가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AI와 데이터센터 투자 러시가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한국도 오픈AI와 블랙록 등의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한국이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에너지 전환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재생에너지가 처음으로 석탄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력원이 됐지만, 석탄 사용량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재생에너지가 처음으로 석탄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력원이 됐지만, 석탄 사용량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처음으로 석탄을 앞질렀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전체 전력의 34.3%를 차지한 반면, 석탄은 33.1%로 떨어졌다. 하지만 석탄 소비량 자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전 세계 석탄 소비가 88억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력 수요 급증의 두 가지 원인

IE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력 수요는 4.3% 증가했다. GDP 성장률 3.2%를 상회하는 수치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있지만 전력 수요가 더 빠르게 늘고 있어 석탄 소비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IEA는 이러한 전력 수요 증가가 단순한 경제 성장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지구 가열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AI·데이터센터 등 구조적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IEA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냉방 수요 증가가 전력 수요 성장의 약 20%, 석탄 수요 증가의 거의 전부를 차지했다.

IEA는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전체 전력의 4%를 차지했으며, 2030년까지 두 배 이상(945TWh)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일본의 연간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2024~2030년 미국 전력 수요 증가의 절반 가까이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빨라" vs "석탄 사용 줄일 만큼 아냐"

엠버 보고서는 "전력 수요가 연 4.1%씩 증가하더라도 청정에너지 증가가 이를 따라잡을 만큼 충분히 빠르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전 세계 전력 증가의 80%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으로 충당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지난해 전 세계 석탄 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45개 기후행동 지표 중 단 하나도 2030년 목표를 달성할 궤도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담당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향은 맞지만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며 "석탄 사용량이 계속 늘면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재생에너지 비중 10.6%에 그치는데… 데이터센터 몰려든다

한국은 세계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6%로 처음으로 10%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전 세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엠버 보고서는 "한국은 1인당 전력 부문 배출량이 전 세계 전력 소비량 상위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전력 수요를 증가시키는 AI 데이터센터도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오픈AI의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가 한국에 상륙한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은 1일 오픈AI와 각각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고, 경북 포항과 전남 서남권에 오픈AI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오픈AI가 경북 포함과 전남 서남권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오픈AI가 경북 포함과 전남 서남권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오픈AI가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함께 4년간 5000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자해 추진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목표 전력 용량만 10GW급에 달한다. 이는 2025년 기준 한국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용량 591MW의 약 17배 규모다.

삼성SDS는 포항에, SK텔레콤은 서남권에 각각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며 '한국형 스타게이트'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전력이다. 미국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첫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전력량만 5GWh로, 현재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인 네이버 '각 세종'의 최대 전력량 270MWh 대비 18배가 넘는다.

한국에 건설될 데이터센터의 구체적인 전력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AI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만 연간 수 TWh의 전력을 소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력 공급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한국에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20조 원 규모의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다. PwC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데이터센터 용량은 2024년 12.2GW에서 2028년 26.1GW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2030년 100GW, 2035년 150~200GW"

환경단체들은 한국이 더 빠른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플랜1.5는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고, 2035년 탈석탄을 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창민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주요 선진국은 1990년대부터 감축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OECD 최하위, 배출권 가격 전세계 최하위 등의 지표가 드러내듯 현재까지 감축 노력을 게을리 한 반대급부로 미래의 감축 잠재력은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결정과 국제사법재판소(ICJ) 권고적 의견에 따르면, 2035 NDC는 적어도 1.5℃ 전지구적 감축경로의 전세계 평균 감축률(61.2%) 이상에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과 감축 역량에 부합하는 수준(65%)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상향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재명 정부 5년 동안 최소 100GW 이상으로 늘리려고 계획을 수정하려 하고 있다"며 "2035년까지 추가로 대략 50~100GW 정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치 78GW보다 약 28%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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