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하 한전)의 부채가 120조원에 달하는 동안, 한전 자회사가 운영하는 석탄발전소들은 과도한 보상을 받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투자비를 이미 회수한 발전소들이 받은 '초과 보상' 규모만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기후솔루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석탄발전기 36개가 이미 건설투자비와 적정이윤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발전기가 지금까지 받은 누적 초과보상액은 27조 원이 넘는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장소와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기후솔루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으로 석탄발전기 36개가 이미 건설투자비와 적정이윤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발전기가 지금까지 받은 누적 초과보상액은 27조 원이 넘는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장소와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기후솔루션이 10일 발표한 '석탄발전 과잉보상 실태와 해결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이 2024년 전력 구매에 지출한 금액은 약 73.8조원이다. 이 중 약 70%인 51.9조원이 석탄 및 LNG 발전소 보상에 투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석탄발전기 36개가 투자비와 적정 이윤을 모두 회수하고도 27조원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을 포함한 44개 발전기가 30년 운영 기간을 채울 경우 받게 될 초과보상 규모는 53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2024년 기준 36개 발전기 투자비 회수 완료

보고서는 한전발전자회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소유 석탄발전기 53기를 대상으로 2015~2024년 매출 및 운영비용 자료를 분석해 내부수익률(Project IRR)을 계산했다. 분석 기준은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4%로, 이는 한전과 같은 공기업의 적정 수익률로 간주되는 수준이다.

분석 결과 2024년 말 기준으로 석탄발전기 36개가 이미 건설투자비와 적정이윤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발전기가 지금까지 받은 누적 초과보상액은 27조 원이 넘는다.

일부 발전기의 수익률은 10%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남동발전의 영흥3호기와 삼천포6호기는 2024년 기준 수익률이 각각 14.5%이었고, 한국남부발전의 하동8호기는 13.6%, 영흥4호기는 11.9%, 당진8호기는 11.0%의 수익률을 보였다. 여기에는 운영 기간이 20년 이하인 발전기들도 다수 포함됐다.

보고서는 "이들 발전기를 계획된 30년간 계속 운영할 경우, 53기 중 44기가 초과보상을 받게 되며 그 규모는 총 53조 228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 수익률을 6%로 높여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39개 발전기가 40조 5692억원의 초과보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괄원가보상제, "리스크는 한전이 부담"

이러한 구조의 핵심에는 '총괄원가보상제'가 있다. 현재 한전발전자회사는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라 연료비, 운영비, 건설투자비, 투자보수 등이 회수되도록 정산금이 조정되는 체계로 운영된다.

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한전이 보전해준다는 뜻이다. 석탄 구매 비용, 발전소 직원 월급, 발전소 건설비와 적정한 이윤까지 지원한다.

원래 이 제도는 한전이 50% 이상 지분을 소유한 발전사업자의 과도한 보상을 방지하기 위해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서는 화력발전소에 안정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기능해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연료비 보전 방식이다. 전력도매시장이 비용기반시장(Cost-Based Pool, CBP)으로 운영되면서, 발전기의 실제 연료비를 그대로 보상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은 한국의 비용기반시장 체제가 국제적으로도 특수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용기반시장을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며 “2001년 도입 당시에는 시장기반 제도로 넘어가기 전 과도기적 조치였는데, 20년 넘게 유지되면서 시장이 비효율적으로 고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기업이라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국제 석탄 가격이 2배로 뛰어도 한전이 그 비용을 고스란히 보전해준다. 발전자회사 입장에서는 석탄 가격이 올라도 경영에 위험이 없다. 반면 한전은 연료비가 급등하는 만큼 더 많은 돈을 발전자회사에 지급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연료비가 급등했을 때 이러한 구조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은 2021년 40조원대에서 2022년 68조원으로 급증했다. 한전의 부채는 2020년 대비 2배 증가해 2024년 기준 120조원(개별재무제표)에 달했다.

반면 한전발전자회사들은 위험부담 없이 원가를 보상받았다. 오히려 한전 자회사 발전소들은 운영 기간 전체를 통산해 1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은 한전이 떠안고, 이익은 발전자회사가 가져가는 구조가 된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10일 “석탄발전 과잉보상 실태와 해결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현행 전력시장 구조가 석탄발전소에 과도한 보상을 제공해 에너지 전환을 지연시키고 국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기후솔루션 보고서 표지 캡처)
기후솔루션은 10일 “석탄발전 과잉보상 실태와 해결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현행 전력시장 구조가 석탄발전소에 과도한 보상을 제공해 에너지 전환을 지연시키고 국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기후솔루션 보고서 표지 캡처)

용량요금도 90% 인상..."비용은 줄었는데 보상은 증가"

보고서는 용량요금 제도의 비효율성도 지적했다. 용량요금은 발전소가 실제 발전하지 않아도 발전 가능 용량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지급되는 보상이다.

문제는 2016년부터 용량요금 결정의 핵심 요소인 기준용량가격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면서, 2024년 기준 기준용량가격이 90%나 상승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준용량가격 산정에 활용되는 LNG 발전기의 고정비는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은 줄었는데 보상은 증가하는 구조다.

보고서는 "이는 용량요금이 전력시장 효율성 제고가 아니라 화력발전소 수익 유지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확대 저해...전력시장 개편 필요"

보고서는 현재의 보상 구조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가상발전소(VPP) 등 유연성 자원에 대한 보상 체계는 불충분한 반면, 대규모 화력발전 중심으로 설계된 시장 규칙이 적용되면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한전발전자회사 및 민간발전사의 화력발전소 초과보상 실태 전수조사 및 총괄원가보상제 폐지 등 비용기반전력시장(CBP) 전면 개편 ▲과잉보상을 받은 석탄발전기 우선 퇴출을 통한 2040 탈석탄 목표 조기 달성 ▲화력발전소 과잉보상 재원을 재생에너지와 ESS 등 유연성 자원에 재투자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임 연구원은 현재 전력 요금 구조의 최종 부담자가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전이 적자를 떠안으면서 발전자회사들을 지원하는 구조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이 석탄발전소 유지 비용을 계속 부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시장운영규칙과 보상 체계는 한전이 아니라 전력거래소의 내부 규칙에 따라 운영된다"며 "한전은 거래소가 정한 규칙에 따라 전력을 구매하고 정산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전 부채는 이 규칙에 따른 결과론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전력거래소 시장규칙팀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 파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력거래소 입장은 추후 보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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