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대형 맹금류인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 실체가 77년 만에 확인됐다. 한라산 절벽에서 암수 한쌍과 새끼가 사는 번식 둥지를 확인했는데, 1948년 경기도에서 발견된 이후 처음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17일 “최근 제주도 한라산 북쪽 방향의 한 절벽에서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번식 둥지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검독수리 조사에 나서면서 발견됐다. 지난해 7월 제주대학교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이 한라산 북쪽 인근에서 어린 검독수리 1마리를 구조했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독수리 목격담이 들려오면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구조된 독수리는 1살 미만으로 추정됐는데 안타깝게 구조 3일만에 목숨을 잃었다.
이후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로부터 조사허가를 받고 올해 4월부터 최근까지 한국조류보호협회와 함께 검독수리 서식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한라산 북쪽 지대 약 90m 절벽의 1/3 지점에서 지름 약 2m, 높이 약 1.5m 추정되는 검독수리 둥지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올해 5월 이곳 둥지에 검독수리 암수 한 쌍과, 새끼 한 마리가 서식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망원렌즈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둥지는 마른 나뭇가지를 쌓아 올려 만들어졌으며 안쪽에 마른 풀잎과 푸른 솔가지가 깔린 것으로 보였다.
연구진은 이들 암수 개체 모두 최소 6년생 이상의 어른새(성조)로 추정했으며, 새끼 성별은 외형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7월 조사에서 이들 검독수리 가족이 둥지를 떠난 것(이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검독수리가 번식지를 쉽게 옮기지 않는 특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같은 장소에서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번식 둥지를 비롯해 번식 쌍과 새끼가 함께 발견된 것은 미군 장교의 논문 기록 이후 77년 만에 처음이다.
1940년대 우리나라에 복무한 미국 육군 장교 로이드 레이몬드 울프가 1948년 4월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경기도 예봉산 정상 인근 절벽에서 검독수리 어른새와 함께 번식 둥지를 발견했고 이 무렵 경기도 천마산에서도 새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둥지를 발견한 바 있다.
수리목 수리과에 속하는 검독수리는 날개 편 길이가 2m가 넘는 대형 맹금류다. 국내에서는 전국 산야 및 습지 주변에서 겨울에 소수 개체가 주로 관찰됐다. 전 세계 분포 지역은 유럽, 아시아 및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다.
이들은 포유류(사슴, 토끼, 고라니 등)나 조류(오리류, 꿩 등)를 사냥하며 동물사체도 먹는다.
국립생태원은 이번 검독수리 번식 둥지 발견을 계기로 제주도 등 유관 기관과 협업해 서식지 보전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번식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번식한 개체의 기원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창석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 발견은 역사적,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다”라며,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 보전과 중장기적인 보호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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