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Columba janthina)가 최근 울산 울주군 일대에서 관찰됐다. 지난 4월에 이어 동일 지역에서 같은 해 두 번째 포착 사례다. 이를 두고 현장 기반의 생태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들 두 사례 모두 현지 탐조단체에서 활동하는 고등학생이 직접 관찰했다.
이번 흑비둘기가 관찰된 곳은 울산 울주군 남창 일대 산림 지역으로, 지난 15일 울산 탐조단체 짹짹휴게소에서 활동하는 고등학생 이승현 군(18)이 포착했다. 앞서 4월에도 동구 해안숲 일대에서 흑비둘기를 처음 기록한 바 있다.
흑비둘기는 국내에서 개체 수가 희소한 조류로, 도서 지역에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종이다. 내륙 번식 사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어, 이번 울산에서 연속 관찰은 서식권 확대 또는 번식 가능성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다.
관찰 지역은 상록활엽수가 밀집한 산림 지형으로, 외부 간섭이 적고 수풀이 울창해 흑비둘기의 서식·번식 조건에 부합하는 환경으로 평가된다. <뉴스펭귄>에 제보한 홍승민 짹짹휴게소 대표는 "서생 지역은 생태적 안정성이 높고 인위적 교란이 적어 실제 번식처일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둥지를 틀고 있다면 내륙 번식으로는 국내 첫 기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번식을 포기한 개체가 늦게 이동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신중한 해석을 당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류 전문가 또한 신중한 해석을 표하면서 "이번 사례는 남해안 섬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철새 개체군이 경유지로 울산을 잠시 지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2018~2019년 울릉도에서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개체를 통해 일본 남부로 월동 이주한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내륙에서는 주로 이동 시기에 부산이나 울산 등에서 일시적으로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새는 장거리를 이동하는 특성상 예상치 못한 지역에 일시적으로 출현할 수 있으며, 지금처럼 개체 수가 적고 체류 기간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번식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4월 발견된 개체는 이동 중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사례는 시기상으로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전문가는 "번식을 포기하고 남하 중이거나, 낙오된 개체가 관찰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번식 판단의 기준도 제시했다. 전문가는 "흑비둘기는 상록수림을 선호하고, 열매와 꽃을 먹으며, 번식기에는 특유의 울음소리를 낸다"면서 "둥지 관찰이 어렵지만, 번식을 확인하려면 한 쌍의 개체가 일정 기간 머무르고 행동 패턴이 관찰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마리만 목격된 이번 상황에서는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흑비둘기는 국내 비둘기류 중 가장 큰 종으로, 몸길이는 약 40cm에 이르며, 햇빛 아래에서 보랏빛 광택과 진줏빛 녹색이 도는 목깃이 특징이다. 다리는 붉고, 어린 개체는 광택이 덜하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보통 알을 1개만 낳으며, 둥지는 상록활엽수림 내 지상 3m 이상 높이에 접시 형태로 짓는다. 번식 습성은 대부분 미확인 상태로, 생태정보가 많지는 않다.
앞서 4월 관찰이 이뤄진 동구 해안숲은 비교적 개방적인 지역으로, 번식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이번 남창 일대는 외부 시야가 차단되는 밀도 높은 숲 지형으로, 흑비둘기의 은폐적 생태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홍승민 대표는 "울산 연안 생태계가 법정보호종의 실제 서식지로 기능하고 있음에도 해당 지역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며 "울산시와 울주군 차원의 실효성 있는 생태 보전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관찰은 둥지나 번식 행위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도심 인접 산림에서 연속적 출현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장기 모니터링 체계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홍 대표는 "흑비둘기처럼 행동반경이 좁고 은폐성이 강한 종은 관찰 자체가 어려워, 현장 기반의 생태 연구가 절실하다"며 "정부 차원의 기초생태지원 확대와 전문인력 양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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