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UCN)이 운영하는 적색목록에는 2025년 기준 멸종위기종 약 17만종이 등재돼 있다. IUCN은 1948년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유엔(UN)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 환경보전기구다. 멸종위기 정도에 따라 전세계 생물을 분류하고 평가한다. 

리스트는 9개의 범주로 나뉜다. 멸종한 종은 절멸(Extinct, EX)과 야생절멸(Extinct in the Wild, EW) 등급으로 나뉘고, 멸종우려범주는 위협이 가장 높은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부터 위기(Endangered, EN), 취약(Vulnerable, VU) 순으로 구분한다. 이외에 멸종위기에는 포함되지 않는 준위협(Near Threatened, NT), 최소관심(Least Concern, LC), 자료부족(Data Deficient, DD) 또는 미평가(Not Evaluated, NE) 등급도 존재한다.

이 목록에는 한국의 이름을 달고 있는 동식물도 포함된다. '한국(Korea/Korean)'이라는 지명을 학명이나 영문명에 남긴 채 지금은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는 생명들이다. 2025년 9월 기준 이름에 '한국'이 붙은 동식물은 총 42종이다.

이 중 멸종우려범주인 위급(CR)에 포함된 동식물은 1종, 위기(EN)는 7종, 취약(VU)은 7종이다. 최소관심(LC)은 19종으로 가장 많고, 자료부족(DD)은 8종이다. 학명에 한국이 들어갈만큼 상징성을 띄지만 살펴보니 익숙하지 않은 동식물이 많았다. 각 등급 별로 한 종을 꼽아 소개한다.

 

1. 위급

고려홍어 (Hongeo koreana / 영문명 Korean Skate)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고려홍어는 1997년 신종으로 보고됐고 2019년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위급종으로 등재됐다. 정충훈 박사가 한국어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려홍어는 주로 한반도 남서해안, 그중에서도 제주해협이나 흑산도에 서식하는 분포범위가 굉장히 좁은 한국 고유종이다. 수심 30~80m에 저서성으로 서식하고 최대 몸길이는 84cm다. 일본 인근 섬에서 드물게 발견된 사례가 있지만 연구진은 우리 해역 개체가 일부 유입된 것으로 추측한다.

과거에는 자망어업으로 다른 가오리류와 함께 잡히곤 했지만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IUCN에 따르면 고려홍어는 과도한 포획으로 지난 30년간 개체수가 80% 이상 감소했다. 해양수산부는 2020년 10월 20일 고려홍어를 국외반출승인대상종으로 지정했으나 현재 별다른 보존활동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2. 위기

사슴벌레붙이 (Leptaulax koreanus / 영문명 없음)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사슴벌레붙이는 2022년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등재됐다. 이름처럼 한국 고유종으로 지구상 오로지 경기도 광릉에만 분포한다. 몸길이는 18~21mm로 작으며 광택이 있는 검은색 몸을 지녔다. 부식되어가는 나무에 산란하고 활동한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분포지가 워낙 제한적이어서 서식지 훼손과 남획에 취약하다. 실제 과거 개체수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 3~5년 사이 남획으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애호가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탓인데 앞으로도 남획으로 인한 위협이 가장 큰 것으로 국립생물자원관 측은 판단했다.

 

3. 취약

이빨개미 (Strongylognathus koreanus / 영문명 없음)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사진 IUCN 적색목록 캡처)/뉴스펭귄

이빨개미는 1996년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 취약종으로 올랐다. 이름과 달리 실제로 이빨은 없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남한에는 경상남도 사량도를 비롯한 제한된 산지에, 북한에는 묘향산 등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발견된다. 체장은 약 3mm이며 체색은 황갈색이다. 구체적인 행동과 번식방법, 서식밀도, 개체수 등 정보가 부족한 희귀종이자 한반도 고유종이다.

워낙 발견이 어렵고 서식지가 제한적이어서 실물로 보기 어렵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보관하고 있는 표본조차 한 점에 불과하다. 

 

4. 최소관심

멧토끼 (Lepus coreanus / 영문명 Korean Hare)

멧토끼 (사진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제공)/뉴스펭귄
멧토끼 (사진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제공)/뉴스펭귄

동요 '산토끼'로 익숙한 멧토끼는 2018년 멸종위기종 적색목록 최소관심종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지만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야생생물로 보호받고 있지는 않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야산에 서식하는데 주로 아침과 저녁에 활동한다. 

담비, 삵, 야생고양이 등 포식자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큰 귀와 긴 뒷다리를 가지도록 진화했다. 이런 특징 덕분에 멧토끼는 소리를 잘 듣고 빠르게 달릴 수 있다.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산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최근 개체수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밀렵, 전염병, 산림녹화사업으로 인한 서식지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고유종임에도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야생생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5. 자료부족

상주물뱀 (Ophichthus sangjuensis / 영문명 Korean Snake Eel)

(사진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사진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경상남도 남해 상주에 서식하는 상주물뱀은 한국 고유종으로 2010년 남해 상주 앞바다에서 최초 채집했다. 2011년 신종으로 등록됐고 2019년 멸종위기종 적색목록 자료부족종으로 올랐다. 한국에서만 확인된 고유종으로 보전가치가 높지만 서식환경과 생태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제학술지 '동물분류(Zootaxa)'에 실린 최초 보고에 따르면 원통형의 긴 몸통을 지녔으며 주둥이는 뾰족하고 몸색은 황갈색이다. 단단한 꼬리를 사용해 모래바닥에 구멍을 파고 산다. 제주도 남쪽에서 5월쯤 산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 생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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