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한 기자] 물가가 오르면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월급이나 용돈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오르면 지갑이 얇아져 사는 게 팍팍해진다. 물건 값이 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요즘은 ‘기후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날씨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는 뜻인데, 이 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신조어는 기후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기후위기로 인한 극단적인 날씨나 자연재해가 농산물 생사 등에 영향을 미쳐 먹거리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널뛰는 날씨 때문에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실제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환경운동가나 시민단체만의 주장이 아니다. 최근 국내 경제시장 한복판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제일 곤혹스러운 점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사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 과정에서 재배량이 줄어 공급이 모자른 상황이 이어졌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최근 세계 곳곳에서 있었다. 폭염과 가뭄 등으로 커피 생산량이 줄면서 원두 가격이 올랐고 지난해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일대 가뭄으로 붉은 할라페뇨 고추 생산이 줄면서 스리라차 소스 가격이 폭등했다. 최근에는 스페인 등에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올리브유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아프리카 가뭄으로 코코아 생산량이 줄어 초콜릿 원료 가격도 뛰었다. 실제로 최근 롯데웰푸드는 빼빼로·칸쵸 등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했는데 “초콜릿의 원재료인 코코아의 국제 가격이 급등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마늘 주산지에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마늘이 생산된 경우가 관찰됐는데 이 역시 달라진 날씨의 영향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날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지난 2022년 여름 유럽에 폭염이 이어지고 물가도 올랐다. 당시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폭염으로 유럽 식품 물가가 0.43~0.93%p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35년이 되면 기온 상승에 따른 기후플레이션으로 식품 물가가 최대 3.2%p 오르고, 전체 물가는 최대 1.2%p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널 뛰는 날씨가 경제분야 전반에 걸쳐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50 거주불능 지구’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책을 통해 “온난화가 1도 진행될 때마다 미국처럼 기후가 온화한 국가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약 1퍼센트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기온이 2도 높아지면 1.5배 높아졌을 때 보다 세계가 20조 달러만큼 가난해진다”는 논문도 소개했다. 아울러 책은 지구 기온이 4도 늘어나는 상태에서 예상될 수 있는 전 세계 피해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600조 달러라고 주장했다. 멸종위기가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산업의 활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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