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이 잦아지는데 관련 정보에는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 기후에너지환경부, 행정안전부 등 여러 부처에 정보가 분산돼있고 시민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도 재난이 점점 더 잦고, 크게 발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140명이 자연재난으로 사망했다. (사진 Unsplash)
한국도 재난이 점점 더 잦고, 크게 발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140명이 자연재난으로 사망했다. (사진 Unsplash)

미국, 45년간의 기후재난 데이터 추적 중단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45년간 축적된 기후재난 데이터 추적을 전격 중단했다.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1980년부터 10억 달러 이상 피해를 낸 재난을 추적해온 이 데이터셋을 "우선순위와 인력 변화"를 이유로 폐기하자, 비영리단체 Climate Central이 즉각 부활 프로젝트에 나섰다.

Climate Central의 애덤 스미스 연구원은 "이 데이터는 너무 중요해서 업데이트를 중단할 수 없었다. 민간 부문, 지역사회, 학계에서 이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에만 10억 달러 이상 재난이 14건 발생해 총 약 1010억 달러(한화 약 143조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1980년 이래 최악의 기록이다.

한국도 기후재난 증가하지만... 대응 정보 흩어져 있어

한국도 올해 들어 경남 산불, 강릉 돌발 가뭄, 시간당 100mm 이상 ‘괴물폭우’ 등 기후재난의 빈도가 잦아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4~2023년 자연재난으로 인한 연평균 재산피해는 3980억원에 달하며, 2023년에는 958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기상자료개방포털'을 통해 관측 자료, 예보 자료, 기후변화 감시 자료 등을 제공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후정보포털'을 운영하고, 행정안전부는 '재난안전데이터 공유플랫폼'에서 긴급재난문자와 침수흔적도 등을 공개한다.

부처별로 분산된 데이터, 시민 접근성 낮아

문제는 이 데이터들이 부처별로 흩어져 있고,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이해하고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상청 포털에서 폭염 일수 통계를 찾을 수는 있지만 특정 지역의 위험도 변화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침수 지도는 존재하지만 개별 가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각 지자체가 홈페이지를 통해 대응 매뉴얼을 공유하고, 행정안전부는 이를 공무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에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시민들은 재난 예방과 대응 정보를 기상청,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을 통해 각각 취합해야 하는 상황이다.

황정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과학적 관측 자료 축적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그런 정보를 이해하고 자기 지역 위험을 판단할 수 있도록 가공·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Climate Central, 시민 친화적 정보 제공 모델 제공

미국 Climate Central은 시민 친화적 접근을 택했다. 웹사이트에서 도시나 주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지역의 홍수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신 지역의 폭염 일수가 50년 전보다 X일 증가했습니다" 같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복잡한 기후 데이터를 시민이 즉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 것이다.

기상청, 장기 전망 제공하나 당장 대비 정보는 부족

한국의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에도 기후변화 상황지도,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 기후 분석 정보 등이 제공된다.

2100년까지의 미래 평균기온, 강수량 변화 등 장기 전망 자료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다가올 폭염이나 집중호우 같은 임박한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정보는 부족하다. "우리 동네가 산불 고위험 지역인가", "침수 위험이 있는 우리 집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같은 구체적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실시간 위험도 평가나 행동 지침을 찾기는 어렵다.

황 연구원은 "데이터를 단순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며 "침수 위험 지역의 주거 제한, 반지하 임대 금지, 산불 위험 지역 주거 이격거리 가이드라인 같은 구체적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데이터 중단, 한국은 활용 공백

2025년 상반기 미국의 기록적 재난 비용 중 대부분은 LA 산불이 차지했다. 610억 달러(한화 약 86조 원) 피해를 낸 이 재난으로 건물 1만6000동이 파괴되고 약 400명이 사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효율화를 이유로 연방재난관리청(FEMA) 인력을 200명 가량 삭감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대형 재난이 닥치면 손쓸 도리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도 재난이 점점 더 잦고, 크게 발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140명이 자연재난으로 사망했다. 통계청은 2023년 보고서를 통해 폭염, 집중호우, 태풍 같은 기후변화 관련 재난 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데이터 중단이라는 '물리적 공백'에 직면했고, 한국은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시민이 접근할 수 없는 '활용 공백'에 놓여 있다. 

황 연구원은 "기후정보를 시민이 이해하고 행동 변화로 이어갈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할 가이드라인과 교육, 역량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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