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등으로 외래 산림해충 유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산불이나 토지 이용 등으로 생태계가 교란되면 외래종 침입과 피해를 더 크게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려 종에 대한 위험성을 평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인접국 등과의 공조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달 발행한 ‘외래 산림해충 유입 증가와 이에 따른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외래 산림해충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외래해충 유입 위험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래 산림해충은 우리나라에 없던 곤충 종이 인위적으로 유입·정착해 산림에서 해충화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유입 곤충은 침입 과정에서 겪는 지리적, 환경적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착에 실패하지만 일부 성공한 종은 번성해 새로운 지역에서 영향력을 가진다.
이들은 토착 생태계의 구조적·기능적 안정성을 저해해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토착 종들과의 경쟁이나 포식 등을 통해 산림 생태계를 변화시키거나 생태계 균형을 교란할 수도 있다.
국제교역 확대와 심해지는 기후변화가 원인
최근 이런 해충 유입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제 교역 확대다. 교역 수단 발달 등을 통해 이동시간이 단축되면서 건강한 번식체 유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다른 이유는 기후변화다. 외래종이 이전에는 정착할 수 없던 지역에서 새롭게 분포를 확장할 수 있게 하며 발생 패턴에도 영향을 준다. 과학원에 따르면 남방계 곤충의 분포 범위 확장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기후대가 이동하면서 새로운 기주를 이용하거나 수목의 스트레스 증가로 해충 감수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따듯해진 겨울은 아열대 해충의 월동 생존율을 높이고 연간 세대수를 증가시켜 초기 도입 개체군의 정착에 유리할 수 있다.
여기에 산불이나 토지이용 변화 등으로 교란된 생태계는 외래 산림해충의 침입과 피해에 상대적으로 취약해진다. 생태계가 교란되면 자원 변동성과 경쟁 압력 감소로 외래종 정착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과거 미국흰불나방(1950년대)이나 소나무재선충(1980년대)에 이어 소나무허리노린재(2010년대), 노랑알락하늘소(2020년대) 등 외래 산림 해충이 지속 유입되고 있다.
과학원에 따르면 미국흰불나방은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해충인데 최근 피해율이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0년 침입한 소나무허리노린재는 잣을 가해해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데 지난 2020년에는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에서 75%가량의 잣 구과 피해율이 보고된 바 있다.
노랑알락하늘소는 2022년 제주에서 정착이 보고됐다. 살아있는 팽나무의 수목 건강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올해 팽나무 1그루당 최대 30개 이상의 성충 탈출공이 관찰됐다.
“단계별 대응 전략·범국가적 공조 필요”
과학원은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물침입의 생태적 단계에 따라 국가 전략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래 산림해충이 국내 전역으로 확산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과 노력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침입 단계에 따른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 필수다.
유입 차단도 중요하지만 유입 우려 종들에 대한 위험성을 평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 역시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관계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협의기구를 통해 역할을 조정하고 국가 전략 및 행동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과 같은 외래해충은 농림지에서 동시 발생해 산림청과 농촌진흥청이 공동 방제를 수행 중이다.
우리나라만의 노력이 아니라 범국가적 공조 역시 중요하다.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적 현안이므로 이웃 국가와 지역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며 국제기구를 통한 정보 공유와 기술 교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접 국가 등과 정기적인 협의를 통해 신규 외래해충 발생 시 신속한 정보 공유와 검역적 조치 협의가 필요하다고 산림과학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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