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거제도에서 발견된 푸른줄까마귀왕나비, 제주도에서 발견된 닮은모래가는납작벌레. (사진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뉴스펭귄 
왼쪽부터 거제도에서 발견된 푸른줄까마귀왕나비, 제주도에서 발견된 닮은모래가는납작벌레. (사진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뉴스펭귄 

국내 섬 지역에서 발견되는 미기록 곤충의 절반 이상이 열대·아열대성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로 생물지리 경계의 남북 이동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섬 생태계가 더운 기후권 종들이 가장 먼저 유입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연구자들은 이 같은 변화가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환경지표라고 평가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섬·연안 생물자원 조사·발굴 연구’를 통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섬 지역에서 미기록종 곤충 45종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이 이들 종의 분포 특성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55.5%에 해당하는 25종이 열대·아열대성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0종은 온대·냉대 기후대에 적응한 곤충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열대·아열대성 곤충들은 일본 오키나와, 인도 등 적도와 가까운 저위도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종들이다. 거제도에서는 푸른줄까마귀왕나비를 포함한 5종, 제주도에서는 닮은모래가는납작벌레 등 6종이 발견되는 등 남부 섬 지역을 중심으로 확인됐다. 

섬에서 발견된 미기록종 곤충의 해외 분포도. 종별 서식지를 겹쳐서 표시한 분포도, 색이 진할수록 많은 종이 분포. (자료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뉴스펭귄 
섬에서 발견된 미기록종 곤충의 해외 분포도. 종별 서식지를 겹쳐서 표시. 색 진할수록 많은 종 분포. (자료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뉴스펭귄 

우리나라는 사계절 기온 차가 뚜렷한 온대 기후권으로, 더운 기후대 생물종이 섬 지역에서 먼저 관찰되는 현상은 기후변화의 환경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섬은 외래 생물의 첫 유입 지점이자 내륙 확산의 중간 관문으로 기후대 이동에 따른 생물상 변화를 초기에 감지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따라서 섬 생물다양성을 장기적·정밀하게 추적하는 일은 국가 생태계 위험 관리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가거도·흑산도 같은 원거리 섬부터 제주도·울릉도 등 주요 도서 지역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하며, 곤충·어류·지의류 등 다양한 열대·아열대 생물 출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미기록종 45종 가운데 남방가는나방 등 18종을 국가생물종목록에 등재했다. 남은 종들도 학술 검증이 완료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등재할 예정이다.

노승진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동물자원연구부장은 “섬에서 새롭게 확인되는 미기록 곤충 상당수가 열대·아열대성이라는 점은 기후변화가 국내 생물다양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신호”라며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상 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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