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로 접어드는 시점인데 연일 폭염이 이어진다. 과거와 다른 날씨는 우리 주변 곤충 생태계도 크게 바꾸고 있다. 최근 모기는 자취를 감춘 대신 벌 쏘임 사고가 크게 늘어나는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벌 쏘임 환자 매년 증가… 8월에 집중
20일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벌에 쏘여 치료받은 환자는 총 9만1401명에 달했다. 2020년 1만5118명, 2021년 1만7577명, 2022년 2만1117명, 2023년 1만7678명, 2024년 1만9911명으로, 2023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다. 작년에만 2020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월에서 9월 사이에 가장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8월에 전체 사고의 약 27%인 2만4306명이 몰렸고 7월 2만1103명, 9월 1만9163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5년 동안 7~9월 세 달에만 매일 140명씩 벌에 쏘인 셈이다.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 벌 쏘임 사고가 가장 많은 것이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벌은 7월과 8월에 개체 증식기를 거쳐 8월 중순부터 최대 활동기에 이른다. 여기에 추석을 앞두고 벌초·성묘객이 늘어나면서 벌과 접촉하는 빈도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벌 개체 수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19년 환경부에서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한 ‘등검은말벌’이 문제다. 중국 남부 저장성의 아열대 기후가 원산지인 등검은말벌은 국내에선 2003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중국과 부산을 오가는 무역선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외래종은 빠른 속도로 국내 각지에 퍼졌고, 양봉 농가를 초토화시키며 ‘꿀벌 킬러’로 알려졌다.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된 2019년에 이미 수도권과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퍼진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벌 쏘임 사고의 절반 가까이가 등검은말벌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말벌 전문가 최문보 경북대학교 교수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기온이 높아지면서 등검은말벌의 생존율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많이 살아남아 벌집을 더 많이 만드는 탓에 개체 수가 늘어나고 도심에 출현하는 빈도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아열대 말벌인만큼 날이 더우면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벌 쏘임 사고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2025 소방청 통계연감에 따르면, 실제로 ‘벌(집) 제거’ 출동 건수는 2024년 30만4821건으로 2022년 19만3986건 대비 25.4% 증가했다.
모기는 오히려 '실종'… 가을 대량 출현 우려
반대로 모기는 극심한 폭염 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전국 일평균 기온이 35℃를 웃도는 날이 이어지면서 여름철 모기 활동이 평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모기의 활동 최적 온도는 25~30℃ 전후지만, 32℃를 넘어서는 극한 폭염에서는 오히려 활동과 산란이 억제된다고 설명한다. 짧은 장마와 국지성 폭우 현상까지 겹치면서 물웅덩이가 증발해 산란지 자체가 사라진 것도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모기 예보'에 따르면 올해 7월 모기활동지수가 40대를 유지하는 등 전체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모기활동지수가 100이면 10분 동안 야외에 서 있으면 5번 이상 모기에 물릴 수 있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모기는 30도를 크게 웃도는 무더위에서는 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밤에도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모기들의 활동 영역과 생존 자체가 위축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을철 모기 급증을 경고하고 있다. 극한 폭염으로 억제됐던 모기 개체수가 기온이 25~28도대로 안정되면서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도 그런 현상이 발생하며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 폭염 일수는 22일로 2018년, 1994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포털에 따르면 2024년 7~8월에 전국 13개 지점 축사에서 채집된 전체 모기 개체수는 총 4990마리였다. 평년(2020∼2022년 7~8월) 평균치(5972마리)보다 20%가량 감소한 수치다. 그런데 8월 25~31일 집계만 보면 725마리로 평년 평균치인 583마리에 비해 25%가량 늘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뉴스펭귄에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 기후변화 이전, 1945년 8월 15일 날씨 어땠을까?
- "모기가 더 끈질겨졌다"...기후변화로 감염병 확산 비상?
- 전쟁과 조명 때문에 사라진 벌...식량안보 위협
- "잠깐 스위치 끌게요"...꿀벌도 밤에는 퇴근(?)
- “기후위기·천적 증가...꿀벌 생태계 붕괴 중”
- 무더위 땡볕에도 OK...꿀벌 폐사 막는 ‘AI 감별사’
- “앉으면 더 뜨거워” 당신만 몰랐던 폭염의 함정
- 도대체 가을은 언제 와? "9월 10월도 계속 더워"
- 기후변화에 세계로 퍼지는 뜻밖의 바이러스
- 기후변화에 천적 늘어 이중고...꿀벌 절반 사라진 이곳
- 바다 건너와 숲 말려 죽이는 기후변화 불청객
- "생태시계 뒤죽박죽" 동물 산란시기 빨라져 생존 위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