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만에 시금치 가격이 143% 올랐다. 기록적인 폭우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2년 동안 전세계 18개국에서 극한 날씨로 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이 건강한 먹거리를 구매하기 어려워져 질병에 더 취약해진다고 경고했다.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 연구진은 지난 2년간 한국을 포함한 18개국에서 식품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폭우 등 극한 기상 현상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염 이후 9월 배추 가격이 70% 급등했다. 당시 여름철 평균 기온은 5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역대 평균보다 2도나 높은 수치였다. 같은 기간 일본은 쌀 가격이 48% 상승했고 중국 채소 전반 가격이 30% 상승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5월 폭염 이후 양파와 감자 가격이 80% 이상 급등했다. 연구진은 기후위기로 인도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는 겨울철 극심한 폭우가 발행한 뒤 지난해 2월 감자 가격이 한 달 만에 22% 올랐다.
전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는 폭염의 영향으로 코코아 가격이 약 280% 폭등했다. 연구진은 두 나라의 기온이 기후위기로 4도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는 2022년 40년 만에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은 뒤 2023년 식품 가격이 30% 상승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 정도 규모의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100배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커피 수출국인 브라질은 2023년 가뭄 이후 원두 가격이 55% 올랐고, 세계 최대 로부스타 커피 수출국인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5월 폭염 이후 원두 가격이 100% 상승했다.
기후위기 속 식량 물가...저소득층에 특히 악영향
연구진은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 가격 충격이 영양실조부터 만성 질환까지 건강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식량 불안과 불균형한 식습관은 정신 건강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막시밀리안 코츠 박사는 "식품 가격이 오르면 저소득층 가정은 과일이나 채소처럼 건강한 먹거리를 구매하기 어려워진다"며 "대신 값을 싸지만 영양가는 낮은 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암과 당뇨병, 심장병 같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우려는 한국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광주와 전남 지역에는 기상 관측 이래 7월 중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한 극한 폭우가 내리며 농작물 피해가 컸고, 이는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침수된 논밭 면적은 잠정적으로 2만9448헥타르에 달한다. 서울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복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폭염이 이어지면서, 추가 피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수산물유통정보를 분석한 결과, 23일 기준 배추 가격은 전월보다 45.7% 상승했다. 수박 1개 가격은 37.7% 상승했으며 시금치는 100g당 143.8%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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