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로축구리그 마인츠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 '병수거자'가 카트를 끌고 빈 병을 수집하고 있다. (사진 유호연 기자)/뉴스펭귄
독일 프로축구리그 마인츠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 '병수거자'가 카트를 끌고 빈 병을 수집하고 있다. (사진 유호연 기자)/뉴스펭귄

[영국 통신원] 독일에서 프로축구 경기 당일, 경기장으로 향하는 수많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쓰레기 좀 주세요”라고 말하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병수거자(Pfandsammler)다.

이들이 큰 가방이나 카트를 끌고 다니며 빈 병을 수집하는 이유는 독일의 보증금 반환 제도(Pfandsystem) 때문이다. 독일은 2003년부터 페트병, 유리병, 캔 등 대부분의 음료 용기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마인츠 경기날, 병수거자가 팬들이 사용한 빈 병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 유호연 기자)/뉴스펭귄
마인츠 경기날, 병수거자가 팬들이 사용한 빈 병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 유호연 기자)/뉴스펭귄

이 제도는 구조도 간단하다. 소비자가 음료를 구매할 때 병에 대한 보증금(Pfand)을 함께 지불하고, 이후 빈 병을 마트 등에 설치된 자동 수거기에 반납하면 현금이나 바우처 형태로 돌려받는다. 이렇게 수거된 용기는 대부분 재활용되거나, 세척 후 재사용된다.

보증금은 용기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일회용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에는 0.25유로(약 400원), 다회용 유리병에는 0.15유로(약 240원)가 부과된다.

'Einweg Pfand(1회용 보증금) 0.25€(약 400원)'라고 적혀있는 페트병. (사진 유호연 기자)/뉴스펭귄
'Einweg Pfand(1회용 보증금) 0.25€(약 400원)'라고 적혀있는 페트병. (사진 유호연 기자)/뉴스펭귄

이 제도는 단순히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재활용 수거기 운영사 TOMRA에 따르면, 독일의 일회용 음료 용기 반환율은 98%에 달해 유럽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 병수거자들에게는 실질적인 경제적 수익을 제공해, 환경과 복지가 함께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독일에서는 특별한 시민 문화도 생겨났다. 병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 쓰레기통 옆에 병을 세워두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Pfand gehört daneben(판트는 옆에)”이라는 문구로도 알려진 이 비공식 캠페인은, 병수거자가 병을 쉽게 모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이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한국에서도 소주·맥주 등 유리병에 한해 100원의 보증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페트병이나 캔 등으로는 확대되지 않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페트병·캔을 수거하는 자동 수거기를 시범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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