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업계의 의약품 오염 검사 시험에는 투구게의 푸른색 혈액이 사용된다. (사진 Thom Stromer - Humane World)/뉴스펭귄
제약 업계의 의약품 오염 검사 시험에는 투구게의 푸른색 혈액이 사용된다. (사진 Thom Stromer - Humane World)/뉴스펭귄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투구게의 개체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투구게의 혈액을 사용하는 의약품 시험 때문인데, 대체할 수 있는 시험법이 개발된지 오래지만, 비용과 업계 관성 등으로 인해 전환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투구게는 전체 체액의 최대 1/3에 달하는 혈액을 채취 당한다.

동물 보호 단체가 지난 20일 투구게의 날을 맞아 규제 당국과 업계에 지속 가능한 대체 시험 방법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동물 보호 단체는 투구게 혈액을 사용하지 않고도 의약품 시험을 할 수 있는 대체 기술이 존재함에도 투구게의 혈액을 사용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구게는 약 4억 5천만 년 동안 해안 생태계 유지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고대 생물로, 현존하는 4종 중 투구게, 아메리카투구게 2종이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의 위기(EN), 취약(VU) 종으로 각각 지정돼 있다. 나머지 두 종은 정보 부족으로 평가에서 제외돼 있으나, 역시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투구게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지만, 지금도 매년 약 100만 마리의 투구게가 야생에서 포획되고 있다. 제약 업계의 의약품 오염 검사 시험에 투구게의 푸른색 혈액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포획된 투구게는 물 밖에서 장시간 결박된 상태로 심장에 주삿바늘이 찔러 넣어진 채 전체 체액의 최대 1/3에 달하는 혈액을 채취 당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투구게가 죽거나 부상을 입고, 운이 좋게 생존한 개체라 할지라도 이후 상당수가 폐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보호 단체는 투구게 혈액 기반 시험을 대체할 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시험법이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조합 C 인자(recombinant Factor C, 이하 rFC) 및 재조합 연쇄 반응 시약(recombinant Cascade Reagent, 이하 rCR)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두 기술은 모두 미국 FDA, 유럽 약전 등 글로벌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아 사용이 허가됐다. 국내에서는 2023년 두 기술 모두 규제상 대체 시험법으로 공식 인정되었지만, 업계에서는 비용, 신기술에 대한 불신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여전히 관행적으로 투구게 혈액 사용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 보호 단체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는 "대체 시험법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재정적 투자, 인프라 구축, 직원 교육 등 노력과 함께 평균 2~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는 약 4억5천만 년을 생존해 온 해양 고대 생물 투구게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송우진 연구원은 “대체 시험법은 과학적으로 그 정확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어 있고, 지속 가능한 대체 기술로 존재하고 있어 더 이상 투구게 혈액에 의존할 실질적인 이유가 없다"며, "재조합 합성 기술을 이용한 시험법 도입은 의료 제품을 보다 높은 신뢰성과 지속 가능한 방식의 시험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는 생태학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투구게를 포획해 사용하는 현재 실험 방식에서 벗어나, 개체수 감소를 막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는 투구게가 실험실에서 벗어나 본래 서식지인 바다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업계 내 대체 시험법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 세계 정책 결정자, 규제 당국 및 업계와 협력해 재조합 기술의 조화로운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제약 산업 주요 단체 및 rFC 공급 업체와 협력해 각계 실무진을 대상으로 한 rFC 웨비나 운영 등 현장 적용 및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