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야생동물 불법거래 과정에서 구조된 동부로랜드고릴라 암컷 4마리가 최근 드디어 야생으로 되돌아갔다.(사진 GRACE)/뉴스펭귄
15년 전 야생동물 불법거래 과정에서 구조된 동부로랜드고릴라 암컷 4마리가 최근 드디어 야생으로 되돌아갔다.(사진 GRACE)/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15년 전 야생동물 불법거래 과정에서 구조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동부로랜드고릴라 암컷 4마리가 최근 콩고민주공화국에 위치한 비룽가 국립공원 마운트 치아베리무(Mt. Tshiaberimu) 지역의 야생으로 되돌아갔다. 고릴라들은 야생으로 돌아가자마자 빠르게 적응했고, 그중 한 마리는 야생의 수컷 고릴라와 짝짓기에도 성공했다.

방사된 고릴라들은 새끼 시절 불법 거래 과정에서 구조돼 고릴라 재활·보전·교육센터(GRACE)에서 보호되던 개체들이다. 이번에 야생으로 돌아간 고릴라들의 이름은 이산기(Isangi), 루링구(Lulingu), 마펜도(Mapendo), 은징갈라(Ndjingala). 이들은 모두 2010년부터 2016년 사이에 보호소에 들어왔다. 모두 불법 거래 과정에서 구조됐고, 구조 당시에는 모두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1~2살이었다.

네 마리의 고릴라들은 GRACE의 4만5천 평 규모의 자연형 보호 시설에서 지내며 군집 생활, 채집, 나무 오르기, 놀기 등 야생 적응 훈련을 해오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유인원 방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방사 적합 개체로 선별, 지난해 10월 드디어 GRACE 보호소에서 헬기로 비룽가 국립공원 치아베리무 지역까지 이송됐다.

네 마리 고릴라는 IUCN의 유인원 방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방사 적합 개체로 선별, 지난해 10월 드디어 GRACE 보호소에서 헬기로 비룽가 국립공원 치아베리무 지역까지 이송됐다. (사진 GRACE)/뉴스펭귄
네 마리 고릴라는 IUCN의 유인원 방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방사 적합 개체로 선별, 지난해 10월 드디어 GRACE 보호소에서 헬기로 비룽가 국립공원 치아베리무 지역까지 이송됐다. (사진 GRACE)/뉴스펭귄

치아베리무 지역에 도착한 고릴라들은 이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 방사 전환 시설에 머무르며 환경에 적응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릴라들은 도착 직후부터 정상적인 식사 및 수면 패턴을 보였으며, 이송 과정에서도 건강을 잘 유지했다. 세드릭 캄베레 키벵고(Cedric Kambere Kibengo) 수의사는 “고릴라들은 건강 이상 징후 없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다”며 “수의사의 개입이 필요 없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고릴라들이 고지대 식생과 기후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생각했지만, 고릴라들은 전문가들의 우려보다 훨씬 더 야생에 잘 적응했다. 작년 11월 말에는 야생 수컷 고릴라 무와사(Mwasa)가 방사 시설 근처에 자주 나타나면서 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무와사는 땅을 두드리고 소리를 내는 등 구애 행동을 보였고, 네 마리 암컷 고릴라들도 이에 응답하며 그와 가까이 지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 12월 3일, 네 마리 고릴라는 자발적으로 시설을 벗어나 인근 숲으로 들어갔다. 은징갈라가 무와사와 교미하는 장면도 포착됐지만, 고릴라의 복잡한 사회 구조상, 이 암컷들이 무와사와 계속 함께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비룽가 국립공원의 감시 책임자 베누아 이샤바(Benoit Ishaba)는 “고릴라들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방사 전환 시설을 떠났고, 무와사를 따라 높은 고지대 식물을 섭취하기 시작했다”며 “건강한 모습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작년 11월 말에는 야생 수컷 고릴라 무와사가 방사 전환 시설 근처에 나타나면서 암컷 고릴라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사진 GRACE)/뉴스펭귄
작년 11월 말에는 야생 수컷 고릴라 무와사가 방사 전환 시설 근처에 나타나면서 암컷 고릴라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사진 GRACE)/뉴스펭귄

현재 이산기, 루링구, 마펜도, 은징갈라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관계자는 고릴라들이 풍부한 식생을 섭취하며 털에 윤기가 나고 배가 불룩하게 나온 상태라고 말했다. 수의사들은 분변, 고릴라들이 씹은 잎 등 비침습적 생물학 샘플을 주기적으로 수집해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에디 캄발레 시알루하(Eddy Kambale Syaluha) 수의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직접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다”며 “동부고릴라 개체군이 야생에서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계속 관찰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방사로 마운트 치아베리무의 고릴라 수는 기존 8마리에서 12마리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방사된 고릴라들이 8마리만 남아 있던 치아베리무 고릴라 개체군에 유전적 다양성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RACE에 따르면 고립된 치아베리무 개체군은 새로운 개체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50년 이내에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동부로랜드고릴라는 현존하는 영장류 중 가장 큰데 수컷은 평균 키 1.7m에 체중은 140~205kg 정도, 암컷도 평균 키 1.5m에 체중은 90~100kg 정도다.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와 우간다, 르완다의 산악 열대우림에 서식하고 IUCN이 평가한 멸종위기 적색목록에서 ‘야생절멸(EW)’ 바로 아래 단계인 ‘위급(CR)’ 단계에 놓인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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