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생이는 조선시대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도장인 어보의 표본이기도 할 만큼 우리나라에서 귀하게 여겨 온 거북이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남생이는 조선시대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도장인 어보의 표본이기도 할 만큼 우리나라에서 귀하게 여겨 온 거북이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5월 23일 오늘은 세계 거북의 날이다. 야생의 거북이라고 하면 머나먼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헤엄치는 거대한 바다거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토종 민물 거북이 있다. 바로 그 이름도 친근한 남생이.

남생이는 조선시대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도장인 어보의 표본이기도 할 만큼 우리나라에서 귀하게 여긴 거북이다. '방죽에 줄남생이 늘어앉듯 한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우리 주변에 흔하게 살았던 동물이지만, 온순하고 느린 탓에 사람들에게 쉽게 잡혀버리고 말았던 남생이는 1960년대부터 보신용, 약재 등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남획을 피하지 못했고,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진행된 무차별적인 개발에 서식지를 잃어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했다.

세계 거북의 날을 앞두고 우리나라 남생이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남생이보호협회 남상헌 대표에게 남생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잘 모르고 낯설었던 남생이가 친근하고 또 가엽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한국남생이보호협회 남상헌 대표.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한국남생이보호협회 남상헌 대표.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Q. 한국남생이보호협회를 소개해주세요.

한국남생이보호협회는 서식지 훼손, 밀렵, 자연재해 등으로 서식지에서 이탈해 보호가 필요한 남생이를 구조, 치료하고 증식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단체입니다.

처음엔 시민 단체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인 남생이의 관리 단체로 공식 지정돼,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보호 업무를 위임받아 전국 일원에서 남생이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Q. 최근에는 어떤 보호 활동을 하셨나요?

최근 3년간 전남 구례, 전북 전주, 경남 경주, 경남 진주 등 지역에서 남생이 서식지가 많이 훼손됐어요. 만약에 저희처럼 남생이를 전문적으로 보호하는 단체가 없었더라면 아마 절종에 이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미래의 후손에게 우리 자랑스러운 천연기념물을 계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남생이보호협회는 서식지 훼손, 밀렵, 자연재해 등으로 서식지에서 이탈해 보호가 필요한 남생이를 구조, 치료하고 증식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단체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한국남생이보호협회는 서식지 훼손, 밀렵, 자연재해 등으로 서식지에서 이탈해 보호가 필요한 남생이를 구조, 치료하고 증식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단체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갖은 고초 겪고 있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남생이

Q. 현재 우리나라에는 남생이가 얼마나 살고 있나요?

남생이는 주로 물 흐름이 없는 저수지나 소류지, 둠벙 등 수초의 피도량(식물 군집을 구성하는 종류가 지표면에서 차지하는 양)이 많은 습지에 서식합니다. 산란지가 잘 갖추어진 곳에서는 아성체의 남생이도 볼 수 있어요. 강이나 계곡에서 산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잘못된 정보입니다.

전국에 서식하고 있는 남생이의 개체수는 정확히 파악되진 않아요. 다만 저희가 지난 8년 동안 전국을 조사하며 확인한 바로는 남생이 서식지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건 확실해요. 

남생이는 주로 물 흐름이 없는 저수지나 소류지, 둠벙 등 습지에 서식한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남생이는 주로 물 흐름이 없는 저수지나 소류지, 둠벙 등 습지에 서식한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Q. 왜 남생이의 서식지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걸까요?

각종 개발 공사와 환경 오염이 가장 커요. 수초가 많은 습지에 주로 서식하는 남생이는 기타 조류나 포유류에 비해 이동 범위도 넓지 않고 잘 관찰되지 않는데요. 만일 서식지에 개발 공사가 시작되면 조류와 포유류는 적어도 도망칠 수라도 있지만, 남생이는 서식하는 저수지나 습지의 지반 속으로 파고드는 습성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공사가 진행되면 폐사하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남생이 서식지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남생이가 서식하는 곳에 안내문을 설치하도록 지자체들에 요청하고 있어요. 서식지 안내문 설치가 밀렵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사실 밀렵보다는 저수지 준설 공사 등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큰 것 같아요. 남생이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공사가 진행돼 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공사 전에 사전 보호 조치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종 개발 공사와 환경 오염으로 남생이이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각종 개발 공사와 환경 오염으로 남생이이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Q. 관상용 거북으로 우리나라에 팔려왔다가 유기된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 때문에 남생이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생태계 영향은 어떤가요?

자연에서 발견되는 외래종 거북의 특징은 뒷다리의 물갈퀴가 남생이보다 더 발달돼 있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수중에서 이동이 민첩해 먹이를 선점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또 외래종 수컷의 경우 앞다리 발톱이 상당히 길고 날카로워 먹이 경쟁에 더 우세해요. 

먹이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은 야생에서 곧 생존의 문제와 직결돼요. 남생이는 겨울잠에 들기 전 적절한 체지방을 유지한 채로 잠에 들어야 봄에 깨어나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어요. 또 겨울잠에서 깨어난 직후 먹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금방 쇠약해져 폐사하는 경우가 많아요.

Q. 외래종 거북이 우리나라 생태계에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을까요?

붉은귀거북, 중국줄무늬목거북, 플로리다붉은배거북, 리버쿠터, 늑대거북 등 남생이와 서식지를 공유하는 민물 거북들은 현재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돼 더 이상 수입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 키우고 계신 분들이 있어도 절대 자연에 유기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고요.

하지만 뒤늦게 이런 조치들을 시행하는 것보다 사전에 국내로 수입되는 민물 거북 중 남생이와 서식지를 공유하는 종에 대해서 사육시설 등록제 등을 도입해 책임감을 갖고 사육하게 하거나, 쉽게 거북을 사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반려동물인 개도 인식표 등록제가 있고, 미성년자는 반드시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입양을 할 수 있잖아요. 그것처럼 국내로 수입되는 민물 거북에 대한 엄격한 사육 기준을 마련한다면, 자연에 버려지는 외래종 거북의 수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관상용 거북으로 우리나라에 팔려왔다가 유기된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이 우리나라 고유의 생태계를 교란하면서 남생이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관상용 거북으로 우리나라에 팔려왔다가 유기된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이 우리나라 고유의 생태계를 교란하면서 남생이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Q. 재작년 뉴스펭귄에 제보해주셨던 남생이 불법 판매 행위에 대한 보도 기사가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불법 행위자에 대한 조치가 있은 후, 재래 시장에서 몰래 남생이를 판매하거나 하는 일은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기사가 나간 뒤로 간간이 남생이를 불법으로 판매하는 상점에 대한 제보를 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희도 시간이 되는 대로 제보가 들어온 곳들을 방문해 계도하는 일을 지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지키는 남생이

알을 까고 부화하는 새끼 남생이.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알을 까고 부화하는 새끼 남생이.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Q. 대표님은 언제부터 남생이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사실 이렇게 협회까지 운영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는데요. 어릴 적에 개를 키우고 싶어 부모님께 졸랐는데, 워낙 완강히 반대하셔서 대신 애완용 거북을 키우게 됐어요. 키우게 된 거북은 알고 보니 붉은귀거북이 아닌 남생이였고요. 반려 거북으로 정말 오랫동안 함께 살았는데, 어느 날 남생이가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이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남생이라는 종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됐어요. 

이후에 외국 서적 등을 찾아보며 증식을 시도했었는데, 아마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 증식에 성공을 했고, 매년 태어난 남생이를 연구 기관에 기증해 보내면서 남생이 보호에 일조하게 된 계기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Q. 남생이보호협회 활동 중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14년 전에 천연기념물센터와 영암군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남생이를 기증했었는데요. 천연기념물센터에 많은 멸종위기종 동물이 전시돼 있는데 유일하게 남생이만 박제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로 연못에서 잘 지내고 있더라고요. 영암군에서는 깃대종으로 남생이가 지정됐고, 남생이 공원이 생기는 등 남생이 보호 캠페인이 활성화돼 있는 걸 보고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남생이 서식지를 보유한 지자체들이 멸종위기종 자연 유산에 대한 생명 윤리와 멸종위기종 보호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앞으로 협회 활동을 하면서도 계속 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일반 시민도 남생이 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일반 시민분들과 함께 남생이 방사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협회가 위치한 천안시에서 많은 천안 시민분들이 참석해주신 가운데 뜻깊은 남생이 방사 행사를 치렀습니다. 남생이 방사 행사에 참여하고 싶으신 시민분들, 방사를 요청하는 지자체가 있다면 협회는 자연 유산 절종 방지를 위해 늘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남생이보호협회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 남생이 방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한국남생이보호협회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 남생이 방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남상헌 대표 제공)/뉴스펭귄

Q. 우리나라에서 남생이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우선 남생이가 우리나라 토종 거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토종 거북에 대해 생소해 하시는 분들이 많고, 자라와 헷갈려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실제로 아쿠아리움이나 동물원에도 남생이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죠.

많은 외래종 거북이 수입되고, 누구나 쉽게 거북을 키우다보니 개체수가 적고 사육할 수 없는 남생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우선은 남생이가 우리나라 토종 거북임이 널리 알려져야 할 것 같습니다.

Q. 남생이보호협회 운영에 있어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천연기념물 관리 단체가 되어 전국적으로 활동하다보니 일손이 많이 부족합니다. 업무 난이도가 높아지기도 했고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며 잘 살아갈 수 있게 남생이 보호에 동참하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언제든 협회로 연락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조된 남생이들이 자연으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늘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