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은 세계 거북이의 날이다. 아름다운 바다를 가로지르며 살아야 할 지구 곳곳의 바다거북들은 안타깝게도 지금 위기에 놓였다. 호주 북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지역에서는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의 99% 이상이 암컷이라는 놀라운 소식도 들린다. 극심한 성비불균형은 개체수 불안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데 대체 무슨 까닭일까?
바다거북은 해초를 섭취해 해초지대를 유지하고, 산호초의 건강을 돕우며 해양 생태계의 균형 유지에 기여한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 등으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바다거북 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지정된 멸종위기종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환경 변화는 바다거북의 주요 산란지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개체군의 성비 불균형을 초래하며 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뜨거워지는 모래, 사라지는 수컷...달라진 날씨의 경고
호주 WWF(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최근 호주 북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지역에서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의 99% 이상이 암컷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컷 1마리에 암컷이 116마리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불균형이 보고되기도 했다.
바다거북의 성별은 알이 부화할 때 모래의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섭씨 29.1도 이상에서는 암컷이, 그보다 낮으면 수컷이 태어난다.
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이러한 ‘자성화(feminisation)’ 현상은 수컷 개체 수 감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바다거북 번식과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혼획도 바다거북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다. 혼획이란 목표한 어종을 잡으려고 내렸던 그물에 목표 대상 외의 종이 섞여 잡히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그린피스가 2020년 발간한 보고서 '위험에 처한 거북이'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08년사이 850만 마리의 거북이가 혼획에 의해 희생됐다. 지난해 그린피스는 해당 내용을 전하면서 "혼획의 희생양들은 바다거북, 상어, 돌고래, 고래 등의 멸종위기종이 대부분"이라고 발힌 바 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도 바다거북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WWF에 따르면 바다거북은 폐어망,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쓰레기에 얽혀 질식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하며, 이를 해파리나 해조류로 착각해 삼키는 사례도 많다. 플라스틱을 삼킨 바다거북은 장기가 손상돼 내부 출혈로 폐사하기도 하며, 위장이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포만감을 느껴 굶어 죽는 경우도 있다.
그린피스 역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거북이의 주 먹이는 바로 해파리지만, 바닷속에 버려진 비닐봉지를 해파리 등의 먹이로 착각한 바다거북이가 이를 섭취해 사고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선샤인코스트대학교 공동 연구에 따르면,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1조각만 섭취해도 사망 확률이 22%, 14조각 이상을 삼키면 사망 확률이 50%에 달한다.
한편, 세계자연기금(WWF)은 바다거북 보호를 위해 해양 보호구역을 확대, 산란지 모니터링 및 복원, 지속가능한 어업 방식 도입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 WWF도 제주 지역에서 해안 및 수중 정화 활동, 바다거북 생태 조사 등 서식지 보전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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