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제니의 '최애동물'로 알려진 카피바라. SNS를 타고 솟아오르는 세계적인 인기에 애완용으로 삼기 위한 불법 거래가 늘면서, 이 사랑스러운 설치류가 위험에 처했다.
최근 코스타리카에서 야생동물 불법 거래 과정에서 구조된 카피바라가 끝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인은 영양실조와 극심한 스트레스. 관계자들은 SNS로 인한 외래종 반려동물 수요 증가가 불러온 사고라며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카피바라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번 밀수 사건은 코스타리카 태평양 연안의 오로티나(Orotina) 지역에서 적발됐다. 지난주 오로티나 지역의 코스타네라 수르(Route 34) 도로에서 검문을 하던 경찰은 정차를 거부하고 도주를 시도한 차량을 추격, 차량 내부에 어린 카피바라 다섯 마리와 코카인, 마리화나 등이 실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운전자와 동승자는 전과자로 밝혀졌으며 현장에서 즉시 체포됐다.
구조된 다섯 마리의 카피바라는 즉시 레스카테 야생동물 구조센터(Rescate Wildlife Rescue Center)로 옮겨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수컷 개체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났다. 부검 결과, 카피바라의 위장 안에는 내용물이 전혀 없었고 가스만 차 있었다. 전문가들은 죽은 카피바라가 며칠간 먹이를 먹지 못했으며, 이전에도 부적절한 사료를 제공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구조센터는 나머지 4마리 역시 심각한 스트레스와 영양실조, 면역 기능 저하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더 넓고 조용한 환경에서 맞춤형 식단과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회복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밀수 사건은 코스타리카 현지에서 처음으로 적발된 카피바라 밀수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코스타리카 국가보전지역관리청(SINAC)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국내 불법 야생동물 거래에서 카피바라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사건은 SNS를 통해 카피바라의 인기가 높아지며 불법 거래가 증가한 배경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귀엽다는 이유로 야생동물인 카피바라를 반려동물로 들여오는 행위는 생태계에도, 카피바라와 다른 야생동물들에게도 해를 끼친다”며, “카피바라는 남미의 자연에서 살아야 할 동물이며 코스타리카 가정집에 있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코스타리카에선 야생동물 카피바라의 소유, 이동, 거래가 전면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버려진 블루길, 배스, 붉은귀거북 등 생태계 교란종이 그랬던 것처럼 외래종인 카피바라가 유기되거나 생태계에 노출될 경우 토종 생물을 위협하거나 생태계에 면역력이 없는 질병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조센터도 “구조된 카피바라들은 결코 자연에 방사될 수 없으며, 허가된 보호소에서 보전, 교육 목적으로 보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스타리카 사법수사기관(OIJ)에 따르면, 2024년 야생동물 밀수와 관련된 신고는 200건을 넘어섰다. 당국은 "불법 야생동물 거래는 마약, 인신매매, 무기 밀매에 이어 세계 4대 불법 시장"이라고 강조하며, 시민들에게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삼지 말고, 관련 범죄를 발견하면 적극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마리오 사모라 공공안전부(Ministerio de Seguridad Pública) 장관은 “이번 사건은 마약과 야생동물 불법 거래가 함께 이뤄지는 어두운 현실을 드러냈다”며, “이는 생태계와 공공안전 모두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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