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원대학교 서문 부근에서 산란을 위해 이동하던 두꺼비들이 대거 로드킬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 박경숙 K에코연구소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최근 창원대학교 서문 부근에서 산란을 위해 이동하던 두꺼비들이 대거 로드킬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 박경숙 K에코연구소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올해 창원대학교 서문 부근에서 겨울잠에서 깨어나 산란을 위해 이동하던 두꺼비들이 대거 차에 깔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나흘간 발견된 사체만 수십 마리. 우선 두꺼비들의 이동을 막는 연석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립창원대학교 안에는 청운지라는 호수가 있다. 두꺼비를 비롯한 다양한 양서류의 산란처이기도 한 이 호수는 물고기와 새 등 다양한 생물들이 어우러 살아가는 생태계다.

청운지에서 태어난 두꺼비 올챙이들은 시간이 지나 팔다리가 나오면서 두 곳으로 흩어진다. 청운지 뒤편 작은 산으로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숲과, 학교 밖을 흐르는 마을 하천 퇴촌천이다.

각각 산과 퇴촌천으로 자리를 옮긴 두꺼비들은 그곳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다시 자신들이 태어난 청운지로 돌아온다. 짝짓기와 산란을 위해서다. 그런데 여느 해처럼 퇴촌천에서 겨울을 나고 잠에서 깨어나 청운지로 돌아오던 두꺼비들에게 재앙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도로 위 로드킬 사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퇴천촌과 청운지에서 오랫동안 양서류를 모니터링해 온 K에코연구소의 박경숙 연구원은 올해 두꺼비 로드킬 사고가 급증한 이유로 올해 개방된 서문을 지목했다.

경위는 이렇다. 퇴천촌에서 창원대학교로 올라가는 길에는 서문이 있다. 이 서문은 오랫동안 외부 차량 통제 목적으로 닫혀 있었다. 블록으로 막혀 통행하는 차량이 없다 보니 로드킬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3월 1일부터 서문이 다시 개방됐다. 차도가 막혔을 때는 안전하게 길을 따라 이동했던 두꺼비들이 활짝 열린 차도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차도를 따라 가던 두꺼비가 청운지로 가기 위해선 인도로 올라가야 하는데, 문제는 두꺼비에게는 거대한 벽과 같을 연석(차도와 인도의 경계가 되는 돌)이 두꺼비를 가로막고 섰다는 점이다. 길을 잃은 두꺼비들은 차도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차량을 피하지 못하고 밟혀 죽었다.

특히 서문 차량 차단봉 앞에서 많은 두꺼비가 죽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창원대학교 서문은 남문이나 북문과 다르게 교내에 등록된 차량이 아니면 통행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차단봉 앞까지 다가왔다가 돌아 나가는 차량이 많은데, 차단봉이 열리고 차가 그대로 지나갔다면 무사했을 두꺼비가 앞뒤 좌우로 움직이며 머리를 돌려 나가는 차량에 밟혀 죽은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사진 박경숙 K에코연구소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사진 박경숙 K에코연구소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사진 박경숙 K에코연구소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사진 박경숙 K에코연구소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사진 박경숙 K에코연구소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사진 박경숙 K에코연구소 연구원 제공)/뉴스펭귄

박 연구원이 3월 1일부터 4일까지 나흘 동안 창원대 서문에서 두꺼비 로드킬 상황을 모니터링한 결과, 포접(짝짓기를 위해 수컷이 암컷 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을 한 상태였던 두꺼비 32쌍과 독립 개체 14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포접 시 암컷 한 마리 위에 두 마리 이상의 수컷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헤아린 것보다 더 많은 두꺼비가 죽었을 가능성도 있다.

박 연구원은 “작년에 같은 장소에서 모니터링을 했을 때는 길을 따라 올라가지 못해 로드킬을 당한 개체가 서너 마리 있었을 뿐인데,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로드킬 사고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며, “올해처럼 로드킬이 많아지면 내년에는 이곳 두꺼비 개체수 자체가 확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두꺼비가 청운지로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하려면 우선 연석이 낮은 형태가 되어야 한다”며,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연석이 낮게 되어 있는 것처럼, 서문 입구에서부터 횡단보도가 있는 곳까지만이라도 연석을 낮추면 두꺼비들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 창원 지역에는 매년 늘어나는 양서류 로드킬 사고를 막기 위해 자발적 민간 네트워크를 꾸려 보호 활동을 펼치는 시민들인 ‘사람개구리’들이 있다. 사람개구리들은 두꺼비의 서식지를 모니터링하고 산란기 등 이동 시기에 두꺼비의 이동을 돕는 등 활동을 자발적으로 이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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