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바다거북들은 그저 해류에 휩쓸려 떠다닐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적극적으로 방향을 정해 헤엄을 쳐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새끼 바다거북들은 그저 해류에 휩쓸려 떠다닐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적극적으로 방향을 정해 헤엄을 쳐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모든 바다거북에게는 ‘잃어버린 시기(lost years)’가 있다. 이 잃어버린 시기는 바다거북이 알에서 부화한 후 바다로 나아가 성체가 되기 전까지의 생애 초기 단계로, 지금까지 이 시기 바다거북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최근 바다거북의 잃어버린 시기를 밝혀낸 연구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너무 작은 몸집 때문에 그저 해류에 밀려 떠다닐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이 시기의 새끼 바다거북들은 스스로 방향을 정해 헤엄을 쳐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이 바다로 나아간 이후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오랫동안 연구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미국 중앙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Central Florida) 연구진은 위성 추적 장치를 이용해 새끼 바다거북의 이동 경로를 추적, 흔히 이들이 단순히 해류를 따라 떠다닌다고 가정했던 것과 달리 적극적으로 헤엄치며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연구를 가능하게 한 것은 위성 추적 기술의 발전이었다. 기존에는 어린 바다거북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껍질을 벗는 특성 때문에 장기간 부착할 수 있는 추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연구진은 가벼운 태양광 기반 위성 태그를 개발, 몇 주에서 몇 달간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새끼 바다거북이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수동적인 존재라고 가정한 과거의 연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연구진이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바다거북이 스스로 이동 경로를 결정하고 능동적으로 헤엄치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동하는 바다거북과 해류에 떠다니는 부표의 경로를 비교했다. 그 결과, 부표는 해류를 따라 표류하며 종종 해안가에 밀려왔지만, 바다거북은 해류를 벗어나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바다거북이 단순히 떠밀려 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이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새끼 바다거북들은 무작정 먼바다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온도 변화와 서식지 조건에 따라 이동 경로를 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연구진이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새끼 바다거북들은 무작정 먼바다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온도 변화와 서식지 조건에 따라 이동 경로를 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또 연구진이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새끼 바다거북들은 무작정 먼바다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온도 변화와 서식지 조건에 따라 이동 경로를 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바다거북들이 먹이 공급이 원활한 지역과 안전한 수온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우리 연구에서 추적한 새끼 붉은바다거북의 이동 경로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제한받고 있었다"며, "어떤 개체도 치명적으로 낮은 수온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새끼 바다거북들이 해조류 군집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확인했다. 일부 바다거북들이 해류를 따라 멀리 이동하지 않고, 해조류가 밀집된 지역에서 머무른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조류 군집은 바다거북에게 먹이 공급원이 될 뿐만 아니라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 역할도 한다. 또 해조류가 태양열을 흡수해 주변보다 따뜻한 환경을 제공한다.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해조류가 있는 수역과 그렇지 않은 수역의 온도를 비교한 결과, 해조류가 있는 곳의 표층 수온이 주변보다 몇 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해조류가 바다거북에게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라, 체온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멸종위기 바다거북들이 먹이를 찾고 쉬는 장소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어린 바다거북의 이동 패턴을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해외 학술지(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저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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