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센터에서 야생으로 방사된 수리부엉이가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어미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는 사육장 앞에 찾아와 해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 황대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센터장 제공)/뉴스펭귄
구조 센터에서 야생으로 방사된 수리부엉이가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어미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는 사육장 앞에 찾아와 해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 황대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센터장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각각 구조 센터와 야생에서 살고 있는 수리부엉이 모녀가 1년 만에 재회하는 감동적인 순간이 포착됐다. 오랫동안 야생 조류를 구조하고 돌봐 온 전문가도 이런 장면은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달 초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에서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포착됐다. 센터에서 나고 자라 야생으로 방사된 수리부엉이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 어미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는 사육장 앞에 찾아와 해후를 하는 듯한 모습이 찍힌 것이다.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이하 센터)는 지난 2월 초부터 야생의 암컷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지속적으로 센터 내 맹금류 사육장을 찾아와 사육장 안에 있는 다른 암컷 수리부엉이 개체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뉴스펭귄에 제보해 왔다.

제보에 따르면 센터로 찾아온 야생의 수리부엉이는 센터에서 태어나고 자라 야생 적응 훈련을 거친 후 방사된 개체로 추정되는 상황. 그렇다면 사육장 안 수리부엉이와 야생의 수리부엉이는 모녀 관계다.

야생의 수리부엉이가 센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월 5일 초저녁. 센터 직원이 사육장들을 순찰하던 중 수리부엉이 사육장 바깥쪽에 검은 형체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검은 형체는 암컷 수리부엉이였다. 직원에 따르면 당시 사육장 안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으며 사육장 밖에 앉아 있던 암컷 수리부엉이는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날아갔다고 한다.

오랜 기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맹금류를 관찰해 온 황대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센터장은 “야생에서 나고 자란 수리부엉이들은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사방이 노출된 땅바닥에 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나무 위처럼 높은 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에 이상함을 감지한 황 센터장은 센터에서 맹금류 사육용으로 쓰는 먹이를 야생의 수리부엉이가 앉았던 자리에 놔두고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랬더니 20~30분 뒤 수리부엉이가 다시 나타나 거리낌 없이 먹이를 가져갔다. 그제야 황 센터장은 수리부엉이가 센터에서 방사된 개체임을 확신했다. 야생에서 나고 자란 수리부엉이는 살아 있는 동물을 사냥해 먹이로 삼기 때문에, 사육용 먹이를 낯설어 하고 잘 먹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는 몇 해 전부터 야생에서 부상을 입어 구조됐지만 후유증이 심해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수리부엉이들의 번식을 돕고 있다. 전문적인 관리 아래 2023년 4월경 처음으로 부화에 성공, 암컷과 수컷 새끼 두 마리가 센터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새끼들은 독립하기 전까지 부모와 함께 지내다가 야생 적응 훈련을 거쳐 암컷은 이듬해 봄에, 수컷은 10월께에 야생으로 방사됐다.

특별한 표식은 없지만 센터장을 비롯한 직원 및 관계자들은 이때부터 매일 저녁 센터를 찾고 있는 수리부엉이가 바로 작년 봄에 센터에서 야생으로 돌아간 개체임을 확신하고 있다. 1년 가까이 매일 돌봤기 때문에 얼굴과 실루엣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장성한 새끼 수리부엉이는 다른 사육장 근처는 얼씬거리지도 않고 곧장 자기가 태어난 사육장 바로 앞으로 날아왔다. (영상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황대인 센터장 제공)/뉴스펭귄

센터는 야생의 수리부엉이가 처음 센터에 나타났던 바로 다음 날 어미 수리부엉이와 혹시 또 올지도 모를 야생 수리부엉이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사육장 주변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했다. 촬영된 영상은 놀라웠다.

영상 속 어미 수리부엉이는 철장에 가까이 붙어 야생의 수리부엉이가 날아왔던 방향을 보고 애타게 울어댔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전날 왔던 수리부엉이가 다시 사육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육장 안의 어미 수리부엉이와 야생에 살다 온 자식 수리부엉이가 철장을 사이에 두고 스킨십을 하고 있다. (영상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황대인 센터장 제공)/뉴스펭귄

이미 장성한 수리부엉이는 다른 사육장 근처는 얼씬거리지 않고 곧장 자기가 태어난 사육장 바로 앞으로 날아와 유조(새끼) 시절에만 내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어미를 불렀다. 두 수리부엉이는 철장을 사이에 두고 스킨십을 나눴고, 어미 수리부엉이가 사육장 안의 먹이를 물어 와서는 사육장 밖에 있는 새끼에게 전해 주려고 애를 쓰는 모습도 보였다.

영상 왼쪽 상단에 어미 수리부엉이가 사육장 밖의 자식 수리부엉이에게 먹이를 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영상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 황대인 센터장 제공)/뉴스펭귄

오랫동안 센터에서 맹금류를 돌보고 지켜봐 온 직원 및 관계자 들에겐 이 모든 장면이 하나같이 낯설고 신기한 장면이다. 황 센터장은 “그날 이후로 매일같이 저녁만 되면 어미 수리부엉이가 새끼를 애절하게 부르고, 새끼는 어김없이 사육장 앞을 찾아오고 있다”며 “오랫동안 수리부엉이를 봐 왔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정말 신기한 장면”이라고 놀라워했다.

한편 지금까지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에서 태어나 야생으로 돌아간 수리부엉이는 총 세 마리, 한 마리가 암컷이고 두 마리가 수컷이다. 최근에는 센터에서 태어나 성조가 된 또 다른 수리부엉이 두 마리가 오는 3월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해 야생 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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