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우다영 기자] 길거리에서 관광객들에게 음식을 구걸하던 코끼리가 36시간 동안 움직임을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58세 코끼리 ‘마누(Manu)’는 인도 한 외딴 지역에서 심각한 탈수와 관절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구조 당시 마누는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누워 있었으며, 피부에는 욕창이 생기고 건강 상태는 위중한 상황이었다. 마누의 이야기는 코끼리 관광 산업이 만든 어두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도의 한 외딴 지역에서 58세 코끼리 ‘마누(Manu)’가 36시간 동안 쓰러져 있던 상태에서 구조됐다. (사진 Wildlife SOS-Atharva Anil Pacharne)/뉴스펭귄
인도의 한 외딴 지역에서 58세 코끼리 ‘마누(Manu)’가 36시간 동안 쓰러져 있던 상태에서 구조됐다. (사진 Wildlife SOS-Atharva Anil Pacharne)/뉴스펭귄

마누는 '구걸하는 코끼리(begging elephant)'로 불렸다. 관광객이나 지역 주민으로부터 음식을 얻기 위해 길거리로 내몰린 코끼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세계동물보호협회(WAP)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관광지에서 운영되는 2923마리의 코끼리 중 77%가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좁은 공간에 사슬로 묶인 채 하루 종일 갇혀 있거나, 영양 부족과 제한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방치된다.

마누 역시 오랜 시간 적절한 관리 없이 방치되며 건강이 악화됐다. 발견 당시 그는 36시간 넘게 움직이지 못한 채 쓰러져 있었으며, 심각한 탈수, 관절 부상, 욕창 등의 증상을 보였다.

코끼리 '마누' 구조 현장. (사진 Wildlife SOS-Atharva Anil Pacharne)/뉴스펭귄
코끼리 '마누' 구조 현장. (사진 Wildlife SOS-Atharva Anil Pacharne)/뉴스펭귄

현지 구조단체인 Wildlife SOS는 마누에게 즉시 수액을 투여해 탈수 증상을 완화하고, 염증 치료와 관절 관리를 시작했다. 움직일 수 없는 마누를 '특수 크레인과 슬링 시스템(지지 장치)'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일으켰으며, 약 20시간의 이동 끝에 Wildlife SOS 코끼리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에서 진행된 정밀 검사 결과, 마누는 관절 염증과 미세 골절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마누는 레이저 치료, 관절 마사지, 맞춤형 영양 공급을 받으며 점차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Wildlife SOS는 마누의 치료 경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그의 회복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마누와 같은 코끼리들은 관광 산업에 이용되기 전 ‘파잔(Phajaan)’이라는 훈련 과정을 겪는다. (사진 WAP)/뉴스펭귄
마누와 같은 코끼리들은 관광 산업에 이용되기 전 ‘파잔(Phajaan)’이라는 훈련 과정을 겪는다. (사진 WAP)/뉴스펭귄

마누의 사례는 코끼리 관광 산업이 만들어낸 비극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관광 산업에 이용되는 코끼리들은 본격적인 훈련을 받기 전 ‘파잔(Phajaan)’이라는 과정에 놓인다.

파잔은 어린 코끼리를 어미로부터 강제로 떼어내 학대를 통해 복종하도록 만드는 전통적인 조련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코끼리들은 막대기와 갈고리 같은 도구로 맞거나, 좁은 공간에 가두어 굶기는 등의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세계동물보호협회 수석 수의사인 얀 슈미트-부르바흐(Dr. Jan Schmidt-Burbach)는 “이 과정에서 코끼리들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신체적 손상을 입고,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부적절한 환경에서 길러진 코끼리들은 심리적 불안을 겪으며, 종종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인다.

2025년 1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 열린 종교 축제 도중 코끼리가 군중 속으로 돌진해 20여 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4년 6월에는 같은 지역에서 조련사가 훈련 도중 코끼리에게 짓밟혀 사망하는 사건이 보고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코끼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코끼리를 이용한 관광 산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마누의 구조는 단순한 동물 구조 사건이 아니다. 이는 관광 산업이 만들어낸 비극의 한 단면이며, 인간의 오락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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