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펭이알: 뉴스펭귄의 ‘이거 알아?’>에서는 매주 월요일 동물과 환경 상식을 전달한다. 멸종위기종,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탄소문제와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헷갈리거나 잘 몰랐던 이야기를 정리한다. [편집자주]

천적이 인간뿐인데 멸종위기에 처한 이 동물은?

정답: 코뿔소

야생에 천적이 없는 코뿔소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이들의 뿔을 노린 인간들의 밀렵 때문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야생에 천적이 없는 코뿔소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이들의 뿔을 노린 인간들의 밀렵 때문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코뿔소는 육상동물 가운데 코끼리 다음으로 몸집이 크다. 하지만 덩치와는 달리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뜯어 먹으며 사는 초식동물이다. 가장 큰 특징인 뿔은 태어난 직후부터 자라기 시작해 평생 성장한다고 알려진다. 종에 따라서 뿔이 2개 나기도 하고 1개만 나기도 한다. 

이 대형 초식동물의 식습관은 단순히 ‘풀을 뜯어 먹는다’는 설명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파리를 먹기 위해 초목을 헤집고 다니는 행위로 식물이 씨앗을 뿌리게 하고 배설물을 통해서는 토양의 비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덤불을 먹어 치움으로써 다른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다닐 길도 마련해준다. 말 그대로 자연 속에서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한다.

코뿔소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심각한 멸종위기 등급인 ‘위급’ 종으로 분류돼 있다. 한때는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에 널리 분포했던 코뿔소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이제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몇몇 지역뿐이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전 세계 코뿔소의 80%가 살고 있다. 국제코뿔소재단은 남아공에 약 1만 5000마리의 코뿔소가 서식한다고 추산했다.

육상동물 가운데 코끼리 다음으로 몸집이 큰 코뿔소는 큰 덩치와는 달리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뜯어 먹으며 사는 초식동물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육상동물 가운데 코끼리 다음으로 몸집이 큰 코뿔소는 큰 덩치와는 달리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뜯어 먹으며 사는 초식동물이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코뿔소 뿔이 약이란 건 허구...천적은 인간의 탐욕

사실 다 자란 코뿔소는 갑옷 같은 피부와 힘으로 야생에는 천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들이 야생에서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코뿔소의 뿔을 노린 인간들의 밀렵 때문이다. 

코뿔소의 뿔은 장식품으로 인기가 높고 일부 국가에선 전통적으로 몸에 좋은 약재로 여겨진다. 특히 베트남과 중국 등 아시아에서 만병통치약으로 수요가 높아 뿔이나 가루 형태로 암거래되고 있다. 이들의 뿔은 금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결국 그들에게 인간의 탐욕이 가장 큰 천적인 셈이다. 

뿔을 잘라내는 과정 역시 잔인하다. 코뿔소를 발견한 밀렵꾼들이 다리를 총으로 쏘고 아킬레스건과 척추를 칼로 잘라 움직이게 못하게 한 뒤 도끼로 코의 뿌리부터 도려낸다.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남게 되는 코뿔소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을 남기고 기대하는 바와 달리 코뿔소의 뿔은 아무런 약효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람의 손톱이나 머리카락을 형성하는 단백질과 같은 케라틴 성분으로 코뿔소의 뿔을 먹는 건 손톱을 뜯어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뿐이라는 것이다. 

남아공에서는 지난해에만 약 500마리의 코뿔소가 밀렵으로 죽임을 당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남아공에서는 지난해에만 약 500마리의 코뿔소가 밀렵으로 죽임을 당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지난해 남아공서 코뿔소 500마리 밀렵으로 숨져

코뿔소 뿔은 1977년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됐으나 밀렵으로 죽어가는 코뿔소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제코뿔소재단이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1000마리 이상의 코뿔소가 밀렵으로 숨졌다. 

남아공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약 500마리의 코뿔소가 밀렵으로 죽임을 당했다.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현재 지구상에 남은 코뿔소는 아시아의 인도코뿔소, 자바코뿔소, 수마트라코뿔소, 아프리카의 흰코뿔소, 검은코뿔소 총 다섯 종이다. 이 가운데 자바코뿔소와 수마트라코뿔소, 검은코뿔소는 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CR, 위급)로 분류돼 있다. 

흰코뿔소는 다시 남부흰코뿔소와 북부흰코뿔소로 나뉘는데, 남부흰코뿔소는 19세기 말 멸종 직전까지 갔으나 보호를 통해 현재 약 1만 8000마리 정도 남아있다. 1960년 2300마리 넘게 남아있던 북부흰코뿔소는 지금은 두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 2018년 마지막 수컷이 폐사하고 현재는 케냐에 암컷 모녀 단 두 마리만 남아 자연적 번식이 불가능해 기능적 멸종에 처했다고 보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코뿔소 밀렵 방지를 위해 톱으로 뿔을 미리 잘라내기도 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코뿔소 구하려 뿔에 방사성 물질을 주입하기도

코뿔소의 멸종을 막기 위해 밀렵과 불법 포획을 막으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단순 캠페인, 서식지 보전사업부터 일부 동물원에서는 코뿔소 밀렵 방지를 위해 톱으로 뿔을 미리 제거하는 고육지책까지 쓰고 있다. 코뿔소의 뿔은 생장점을 남겨놓고 자르면 6년 뒤 다시 자란다. 다만 어린 코뿔소의 경우 뿔을 잘리면 무방비로 상태로 다른 동물의 공격에 노출되기도 한다. 

코뿔소의 뿔에 유해한 독성 물질을 주입하고 표식을 위해 염료를 염색하거나 방사능 칩을 주입하기도 한다. 코뿔소 뿔에 투입하는 방사성 물질은 코뿔소에게 통증을 유발하거나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불법 시장에서 약재로 거래되는 뿔의 가치만 떨어뜨린다고 전해진다. 일명 리소토프 프로젝트로 밀렵을 막고 방사성 물질 탐지기를 통해 국경에서 뿔 밀거래 현장을 적발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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