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신동현 기자] 생태계는 먹이사슬 등을 통해 전체적으로 틀과 ‘균형’을 유지한다. 모든 종은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이 중에서 생태계 유지에 상대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종을 ‘핵심종’이라고 부른다. 식물 번식에 공헌하는 꿀벌, 자신이 만든 서식지가 다른 동물에게도 삶의 터전이 되는 비버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환경단체 등에서는 핵심종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활동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꿀벌은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꿀벌이 사라지면 생태계는 물론 인류에게도 큰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꿀벌은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꿀벌이 사라지면 생태계는 물론 인류에게도 큰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생태계에는 여러 동식물이 있다. 그 중에서 행동이나 습성 등 여러 방법으로 먹이사슬 등에 큰 영향을 주는 종을 '핵심종'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생태계가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상대적으로큰 역할을 한다.

특정 종만 그런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포식자 포유류가 핵심종이 되기도 하고 조류나 어류, 때로는 식물까지 모두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꿀벌은 꽃가루를 운반해 식물의 번식을 돕는다. 만약 꿀벌이 사라진다면 식물들의 번식이 어려워져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식량 부족 같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익숙한 어류인 연어도 바다와 강 주변 동식물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어는 해당 구역에 사는 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죽어서는 일대의 식물들이 자라기 위한 영양분이 된다. 이들이 없어지면 바다와 강 주변 환경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연어는 바다와 강 주변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들이 없어지면 바다와 강 주변의 환경은 크게 변할 수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연어는 바다와 강 주변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들이 없어지면 바다와 강 주변의 환경은 크게 변할 수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해외 환경단체 등에서는 핵심종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활동에 힘을 기울인다. 세계자연기금(이하 WWF)과 외신 등에서 관련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이들은 비버와 검은코뿔소, 혹등고래에 관한 소식을 전했다. 이 종들도 모두 핵심종이다. 비버는 습지와 댐을 만들어 삶의 터전을 만들고 홍수나 가뭄을 막으며 강의 흐름을 늦춰 많은 생물을 지킨다.

검은코뿔소는 먹이 활동과 진흙 목욕, 배설물 등을 통해 주변 환경을 풍족하게 만들고 새로운 먹이사슬 체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혹등고래는 대량의 탄소를 흡수하여 뜨거워진 지구를 식힌다는 것이다. 이어 멸종위기에 처한 핵심종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활동을 진행하는데 이 3종은 성공적으로 복원되거나 복원 중인 사례라고 설명하며 이들의 복원이 환경생태계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서식지에 댐 만들어 삶의 터전 꾸리는 비버

비버는 서식지를 만들 때 댐을 만드는 습성으로 다양한 생물종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 이들은 나뭇가지, 진흙 등을 활용해 서식지에 댐을 만든다. 댐은 강의 흐름을 늦춰 다양한 생물들이 물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도록 돕는다. 그리고 짓는 과정에서 습지가 생기는데 수많은 종이 이 습지에서 삶의 터전을 꾸린다.

이 습지는 홍수나 가뭄을 완화하는 역할도 함께 한다. 과거 이들은 모피와 고기 때문에 학살당하며 멸종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 단체가 함께 적극적인 보호 활동을 펼쳐 현재 멸종위기에서 벗어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기준 최소관심 등급까지 개체수가 늘어났다.

비버는 생태계의 공학자라 불리며 주변 환경을 유지한다. 이들이 만든 댐은 강물로부터 다른 동물들을 지키고 건설 과정에서 생긴 습지는 삶의 터전이자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다. (사진 Allan Colton, WWF-US)/뉴스펭귄
비버는 생태계의 공학자라 불리며 주변 환경을 유지한다. 이들이 만든 댐은 강물로부터 다른 동물들을 지키고 건설 과정에서 생긴 습지는 삶의 터전이자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다. (사진 Allan Colton, WWF-US)/뉴스펭귄

다른 동물이 먹이 찾는 길 내주는 검은코뿔소

검은코뿔소는 여러 방면으로 생태계에 도움을 준다. 덤불을 먹어 치워 다른 동물들이 먹이를 찾기 쉽게 해주고 진흙 목욕을 하면서 나오는 진흙과 물웅덩이는 땅을 기름지게 하거나 물을 공급하는 등 메마른 환경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배설물도 주위 환경에 영향을 준다. 땅을 비옥하게 만들고 쇠똥구리의 서식처가 된다. 배설물에 있는 씨앗을 먹으러 오거나 쇠똥구리를 잡아먹으러 동물들이 찾아오는 등 새로운 먹이사슬 체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과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역에 85만 마리의 검은코뿔소가 있었지만, 밀렵 등 남획으로 1993년에는 2,475마리만 남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후 현지 정부와 환경보호단체의 보호 및 복원 활동으로 2023년 기준 6,000마리까지 늘어났다.

검은코뿔소는 덤불을 먹어치워 다른 동물이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만든다. (사진 Peter Chadwick, WWF)/뉴스펭귄
검은코뿔소는 덤불을 먹어치워 다른 동물이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만든다. (사진 Peter Chadwick, WWF)/뉴스펭귄

마치 나무처럼 탄소 삼키는 혹등고래

혹등고래는 탄소를 삼킨다. 먹이 활동을 통해 대량의 탄소가 고래의 체내에 쌓인다. 이렇게 혹등고래 1마리가 흡수하는 탄소량은 평균 30톤에 달한다. 또 배설물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데 이 플랑크톤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제거한다. 혹등고래는 인류의 남획으로 수만 마리에서 440마리까지 줄어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고래잡이 금지 등 여러 노력을 거쳐 현재는 8만여 마리까지 늘어나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 

혹등고래는 평균 30톤의 탄소를 체내에 흡수한다. (사진 WWF Korea)/뉴스펭귄
혹등고래는 평균 30톤의 탄소를 체내에 흡수한다. (사진 WWF Korea)/뉴스펭귄

2배로 늘어난 동남아시아 야생 호랑이

WWF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핵심종 복원 사업도 있다. 동남아시아 13개국에 서식하는 야생 호랑이의 개체수를 2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 ‘TX2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다. 앞서 설명한 것 처럼 핵심종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호랑이 같은 포식자도 그 중 한 유형이다. WWF에 따르면 호랑이 등 덩치가 큰 동물들은 생태계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WWF 코리아 관계자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사업을 진행한 결과 야생 호랑이 개체수가 3,200마리에서 6,400마리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지역주민과 협력하여 불법 밀렵 방지 교육과 함께 덫을 제거하거나 호랑이 서식지를 보호하는 활동 등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게 호랑이를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서로 공생하기 위한 여러 활동을 진행해서 호랑이의 개체수를 2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달성했다”라고 덧붙였다. 

.WWF 코리아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사업을 진행한 결과 야생 호랑이 개체수가 3,200마리에서 6,400마리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 WWF Korea)/뉴스펭귄
.WWF 코리아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사업을 진행한 결과 야생 호랑이 개체수가 3,200마리에서 6,400마리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 WWF Korea)/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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