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멸종위기종을 왜 지켜야 하는데요?

  • 유호연 인턴기자
  • 2024.03.27 17:31
꿀벌. (사진 clipartkorea)/뉴스펭귄
꿀벌. (사진 clipartkorea)/뉴스펭귄

[뉴스펭귄 유호연 인턴기자]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참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지켜야 하는 이유를 떠올리려면 어렵다.

멸종위기종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양심과 같은 윤리적인 이유가 아닌, 인간과 지구에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안 지키면 사과·딸기·당근 못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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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장 꿀벌. 최근 월동 이후 꿀벌들이 집단폐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은 올겨울에만 200억마리에 달하는 꿀벌이 죽었다. (사진 clipartkorea)/뉴스펭귄
양봉장 꿀벌. 최근 월동 이후 꿀벌들이 집단폐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은 올겨울에만 200억마리에 달하는 꿀벌이 죽었다. (사진 clipartkorea)/뉴스펭귄

꿀벌이 없어지면 사과를 못 먹는다. 사과는 꿀벌의 수분 작용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100대 작물 중 71종이 꿀벌에 의해 수분된다. 이 100종의 작물은 전세계 식량의 90%를 담당한다. 사과, 딸기, 양파, 호박, 당근 등은 꿀벌에 의한 수분 의존율이 90% 이상이고 아몬드는 꿀벌에 100% 의존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2021년부터 3년째 월동 후 꿀벌들이 폐사하고 있는데 올겨울엔 200억마리가 죽었다. 한국양봉협회는 월동 이후 벌 무리가 절반 이상 사라졌다고 밝혔다.

원인으로는 이상기후가 지목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은 기온 변동폭이 가장 컸다. 온난한 날씨에 밖으로 나간 꿀벌들이 다시 한파를 맞아 폐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가 4년 안에 멸종한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로 유명하다. 사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한 말인지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한다. 그래도 꿀벌 개체수 감소가 인류 식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늑대를 지키니 비버가 늘었다

옐로스톤국립공원에 복귀한 회색늑대.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옐로스톤국립공원에 복귀한 회색늑대.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멸종위기종을 지키는데 왜 비버가 많아질까? 1995년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사례를 보자.

1914년부터 약 10년간 옐로스톤 관계자들은 공원에 살던 회색늑대 136마리를 모두 죽였다. 다른 생물들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당시엔 늑대의 부재가 생태계에 주는 심각한 혼란을 몰랐던 것이다.

늑대가 없어지니 포식자가 없는 엘크(와피티사슴)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엘크의 개체수 증가는 그들의 식량인 버드나무 등 식물들의 감소로 이어졌다. 또 나무가 줄어들자 그곳에 살던 새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버드나무로 집을 짓는 비버들은 살 곳을 잃었다. 나무 그늘이 없어지자 수온이 상승하며 물고기에게 부적합한 환경이 됐다.

미국은 1973년 멸종위기종법을 통해 개체수가 줄고 있는 회색늑대를 보호했다. 이후 1995년에는 옐로스톤에 늑대를 재도입했다. 그러자 통제할 수 없었던 엘크의 수가 조정되고 엘크들이 늑대를 피해 돌아다니면서 버드나무와 식물들이 다시 풍성해졌다. 강도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고 1개 밖에 없었던 비버 군락은 현재 9개까지 늘어났다.

옐로스톤 늑대의 사례는 단 한 종만 멸종돼도 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체감할 수 있게 한다. 한편 옐로스톤국립공원은 늑대 생태관광으로 연간 3500만달러(약 470억원)을 번다.

 

암을 방지했다

살충제 DDT 때문에 수가 줄은 흰머리수리.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살충제 DDT 때문에 수가 줄은 흰머리수리.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면서 환경과 인류가 함께 지켜지기도 한다. 미국 국조 흰머리수리는 20세기 중반 개체수가 급감했다. 18세기 초만 해도 30만~50만마리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1950년대에는 미국 48개주 둥지 412개가 전부였다.

미국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됐던 흰머리수리의 개체수 감소 원인은 DDT라는 살충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DDT는 새의 알을 얇게 만들어 깨지기 쉽게 했다. DDT가 사용금지된 이후 흰머리수리는 개체수가 복원되며 멸종위기종에서 벗어났다.

이후 이 DDT가 환경과 인류 모두에게 해롭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DDT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로 해양생물에 독성이 있다. 심지어 사람에게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DDT 사용금지는 흰머리수리뿐만 아니라 생태계와 인류 건강을 지키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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