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열대어 잡아 키우려 '구피천' 찾는 사람들

  • 안수연 인턴기자
  • 2024.03.18 18:41

 

죽당천에 열대어가 산다

[뉴스펭귄 안수연 인턴기자]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을 가로지르는 7.8km의 죽당천 상류에는 '구피천'이라는 별명을 가진 하천이 있다. 관상용으로 널리 사육되는 열대어 구피가 마구 잡히기 때문이다.

죽당천 일부는 인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냉각수로 사용되는 폐수가 방류돼 하천 평균수온이 20도 이상 유지된다. 방류수가 방출될 때는 40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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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이곳에 누군가가 구피를 방류했다. 이후 죽당천삼거리는 사계절 내내 열대어를 잡으러 오는 시민들로 가득 차게 됐다. 

구피를 잡으러 죽당천삼거리에 방문한 시민이 뜰채를 보여주고 있다. 구피를 키우고 싶어 안성에서 차를 타고 방문했다는 부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들어올리기만 해도 구피가 잡힌다고 설명했다.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구피를 잡으러 죽당천삼거리에 방문한 시민이 뜰채를 보여주고 있다. 구피를 키우고 싶어 안성에서 차를 타고 방문했다는 부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들어올리기만 해도 구피가 잡힌다고 설명했다.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왜, 누가, 무엇을 잡는가

지난 15일 죽당천삼거리에 도착하자마자 뜰채와 반도를 든 시민을 맞닥뜨렸다. 장화도 아닌 '크록스'를 가볍게 신은 모습이다. 비교적 낮은 하천물에서 1시간가량 물고기를 잡았다는 부부의 스티로폼 박스에는 구피가 가득 차 있었다. 

구피를 키우고 싶어 안성에서 차를 타고 방문했다는 부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들어올리기만 해도 구피가 잡힌다고 설명했다. 

반도로 열대어를 잡으려는 20대 남성. 열대어가 잡힌다는 정보는 네이버 카페에서 보고 죽당천을 방문했다.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 뉴스펭귄
반도로 열대어를 잡으려는 20대 남성. 열대어가 잡힌다는 정보는 네이버 카페에서 보고 죽당천을 방문했다.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 뉴스펭귄

반도로 고기를 잡는 20대 남성은 토종어와 열대어를 키우는 마니아다. 죽당천 정보는 네이버 카페에서 얻는다. 구피말고 열대어 플레코를 잡으려는 그는 2시간 정도 잡았지만 아직 플레코는 못 잡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 죽당천삼거리에서 반도로 구피를 잡고 있는 남성

죽당천삼거리에서 잡힌 생이새우.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죽당천삼거리에서 잡힌 생이새우.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열대어 말고도 '생이새우'를 잡으러 온 중년 남성도 있었다.

시중에서 1마리에 300원인 생이새우는 관상어들의 어항이나 수족관에 생기는 이끼를 없애주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남성은 생이새우를 한시간에 3만원치나 잡았다. 

 

이구동성으로 외친 "몰라요"

이 밖에도 많은 시민들이 허리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열대어를 잡고 있었다. 단 한명을 제외한 모든 시민의 공통점은 구피천이 왜 따뜻한지에 대해서는 이유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하천이 왜 따뜻한지, 이 온도가 어떻게 계속 유지되는지 그 이유는 몰라요."

죽당천삼거리 건너편은 모두 논과 밭이다.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죽당천삼거리 건너편은 모두 논과 밭이다.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구피천 바로 옆은 논과 밭이다. 구피천과 논 사이의 길로 매일 학교를 가는 인근 고등학생들에게는 열대어를 잡으러 오는 타지 사람들이 익숙하다.

호양고등학교 1학년 이상윤 학생은 매일 하굣길에 구피 잡는 사람들을 목격한다. 옆에 있던 친구는 "저도 물고기 잡으러 들어가 봤는데, 부모님이 공장 방류수 때문에 물이 오염돼 있을 수 있으니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육안상으로는 깨끗한 물과 다양한 어류, 새우가 잡히는 '구피천'.

물의 온도를 느껴보고 싶었으나 따뜻한 이유를 알고 갔기에 하천에 손을 넣는 것이 망설여졌다. 하천을 보면 동시에 반도체 공정 중 냉각수로 쓰이고 방류되는 40도의 폐수가 떠올랐다. 인공적으로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구피가 살게 된 이 하천의 생태계는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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