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폭설, 지구가 더워서라고?' 지구가열화의 아이러니

  • 유호연 인턴기자
  • 2024.02.22 17:48
22일 새하얀 눈이 쌓여있는 성북구 아침 풍경.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22일 새하얀 눈이 쌓여있는 성북구 아침 풍경. (사진 유호연 인턴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유호연 인턴기자] 갑작스러운 한파와 폭설 원인으로 '지구가열화'가 지목된다.

22일 하루아침에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대설특보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오전 7시까지 적설량 13.8cm를 기록했다. 고성에서는 67.7cm에 달하는 눈이 쌓였다.

같은 날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1℃로 폭설과 함께 차가운 공기가 기습했다. 앞서 19일 최저기온이 영상 4.2℃였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추워진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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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난 상황이 아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2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도 한파와 폭설 등 6대 경보가 유지 중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한파와 폭설과 같은 이상기후 원인으로 지구가열화를 꼽는다. 그렇다면 지구는 뜨거워지는데 왜 날씨는 춥고 눈이 올까?

 

지구가열화는 우리를 춥게도 한다

지구가열화가 날씨를 덥게 만든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구가열화는 우리를 춥게도 한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북극의 맹추위가 쉽게 내려와 한파가 생기기 때문이다.

북극에 위치한 강한 한랭바람인 '폴라보텍스'는 평소 제트기류(극부근 저기압과 저위도 고기압 사이에 위치한 강한 기류)에 둘러싸여 있어 남하할 수 없다. 그러나 지구가열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에는 고기압이 형성된다. 이때 줄어든 기압차로 인해 약해진 제트기류를 폴라보텍스가 뚫면서 남하해 한파가 발생하는 것이다. 

폴라보텍스. (사진 NOAA)/뉴스펭귄
폴라보텍스. (사진 NOAA)/뉴스펭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이하 NOAA)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북극 평균기온이 6.4 ℃라고 밝혔다. 이는 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현지매체 CBS는 올해 1월 일주일 동안 미국에서 한파로 89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영하 56℃를 기록했다. 한국도 북극한파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전국 최저기온은 영하 24.1℃, 체감온도는 35.1℃를 기록했다.

 

지구가 더워지면 폭설이 온다

지구가열화로 인해 폭설도 빈발하게 된다. 지구온도가 높아지면 전체 강설량은 줄지만 극단적인 폭설 빈도는 증가한다.

22일 오전 7시쯤 서울 여의도 풍경. (본사 DB)/ 뉴스펭귄
22일 오전 7시쯤 서울 여의도 풍경. (본사 DB)/ 뉴스펭귄

기후과학자 저스틴 맨킨은 "지구가열화로 폭설이 올 가능성이 증가한다"며 "대기가 뜨거워지면서 수분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CNN과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또 북쪽에서 온 한파와 지구가열화로 따뜻해진 바다가 만나면 큰 기온차를 발생시킨다. 이 차이가 클수록 바다에서 증발되는 수증기가 급격하게 냉각되고 구름이 쉽게 만들어지면서 폭설을 야기한다.

지난 16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3년 연 기후분석'에 따르면 2023년 해수면 온도는 17.5℃로 최근 10년(2014년~2023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절정으로 가는 지구가열화

2023년은 전 지구 연평균 온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 C3S/ECMWF)/뉴스펭귄
2023년은 전 지구 연평균 온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 C3S/ECMWF)/뉴스펭귄

2023년은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지구 연평균 온도는 14.98℃로, 산업화 이전 시기인 1850년부터 1900년 대비 1.45℃ 상승했다. 이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제시된 제한선인 1.5℃에 임박한 수치다.

NOAA는 2024년이 역대 가장 따뜻한 연도 5순위 안에 포함될 확률을 99%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 연평균 기온은 13.7℃였다. 1973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온도다. 평년과 비교하면 1.2℃ 상승했고, 종전 1위였던 2016년보다도 0.3℃ 높은 수치다. 

평균기온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사진 기상청)/뉴스펭귄
평균기온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사진 기상청)/뉴스펭귄

 

점점 친숙해지는 이상기후

지구가열화의 영향을 이제는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다.

반기성 케이웨어 예보센터장은 "(한파같은) 기후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극단적인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한다"고 YTN 뉴스라이더에서 설명했다. 지구가열화가 여러 기후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

유희동 기상청장은 "장마철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관측 이래 처음으로 남북을 관통한 태풍 등 경험해 보지 못한 위험기상으로 인해 피해가 컸다"고 '2023 연 기후특성 분석'에서 말했다. 

홍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본문 내용과는 상관없습니다. (사진 unplash)/뉴스펭귄
홍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본문 내용과는 상관없습니다. (사진 unplash)/뉴스펭귄

2023년 우리나라 강수량은 역대 3위를 기록하며 충북 청주에서는 100년에 한번 내리는 강수량으로 침수사고가 발생했다. 여름에는 더운 날씨로 냉방기기 사용량이 늘면서 정전 558건이 발생했다. 앞서 5년간 평균적으로 발생한 것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다.

벚꽃시즌에는 기후위기를 더욱 체감할 수 있다. 통상 4월에 개막되던 진해 군항제는 빨라지는 개화시기로 인해 올해는 3월 22일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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