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과 함께 브런치를...'로맨틱'에 숨은 그림자

  • 이후림 기자
  • 2024.02.20 18:15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발리동물원의 오랑우탄 친구들과 함께 식욕을 돋우는 브런치로 하루를 시작하세요"

금일 기준 프로모션으로 10% 할인된 금액 65만2500루피아(약 5만6000원)에 발리동물원의 푸릇한 정원에서 오랑우탄 무리와 조식을 즐길 수 있다. 6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에는 오랑우탄과 함께 하는 조식 비용뿐 아니라 동물원 입장료, 호텔 왕복 교통편, 동물쇼 관람비, 보험 등 추가 비용이 모두 포함됐다.

조식 메뉴로는 다양한 열대과일, 갓 구운 빵, 버터밀크 팬케이크, 볶음밥을 제공한다. 식사가 끝난 뒤 발리식 커피 혹은 영국식 티 한 잔을 마셔주면 야생 오랑우탄들과 함께하는 '로맨틱'해 보이는 아침상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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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동물원 공식 사이트에서 신청 가능한 '오랑우탄과 함께하는 조식' 프로그램. (사진 발리동물원 공식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발리동물원 공식 사이트에서 신청 가능한 '오랑우탄과 함께하는 조식' 프로그램. (사진 발리동물원 공식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동물보호운동가이자 사진작가 애론 게코스키(Aaron Gekoski)는 개인 SNS에 "약 30달러를 지불하면 오랑우탄과 긴팔원숭이 등 영장류에 둘러싸인 채 조식을 먹을 수 있다"며 "그리고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은 아주 인기다. 내가 방문했을 때 적어도 100명 이상이 있었다"는 글을 13일(현지시간) 게재했다.

그는 "최근 발리동물원은 이 프로그램에 새끼 오랑우탄까지 추가했다"며 "동물을 만지는 행위는 금지였지만 관람객들은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새끼를 만지고 심지어 얼굴을 밀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관광객이 동물을 잡는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애론 게코스키 작가에 따르면 오랑우탄은 체질상 인간 질병에 감염되기 쉽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 관광지 등 사람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곳에서는 잘 살지 못한다. 

그는 "이런 상황을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해달라"며 "이렇게 잔인한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 동물원의 무책임한 행태를 바꾸는 열쇠"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동물보호단체가 지난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대표 관광지 발리와 롬복에는 윤리적으로 운영되는 동물관광시설이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는 "조사 결과 이곳의 동물관광시설 대부분은 가장 기본적인 동물복지 요구사항조차 충족하지 못했다"며 "아시아코끼리, 오랑우탄, 호랑이, 돌고래 등 거의 모든 동물이 열악한 환경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가 평가한 시설에는 이번에 논란이 된 발리동물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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