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대신 쓰레기? 인류세에 180도 바뀐 소라게

  • 남예진 기자
  • 2024.01.29 16:15
깨진 유리병의 병목을 이고 다니는 소라게. (사진 The plastic homes of hermit crabs in the Anthropocene 논문)/뉴스펭귄
깨진 유리병의 병목을 이고 다니는 소라게. (사진 The plastic homes of hermit crabs in the Anthropocene 논문)/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해양 내 플라스틱 폐기물이 흔해지면서 조개껍데기 대신 플라스틱 폐기물을 집으로 삼는 소라게가 늘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최근 발표했다.

플라스틱은 해양에서 가장 흔한 폐기물로, 환경오염을 일으킬 뿐 아니라 야생동물의 삶을 뒤바꾼다. 대표적으로 폐플라스틱 섭취, 끼임 사고로 인한 야생동물 부상 및 사망 사고가 소셜미디어와 연구를 통해 꾸준히 보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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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소라게 역시 플라스틱 폐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연구 저자인 마르타 슐킨 교수는 "소라게는 부드러운 복부를 보호하고자 연체동물의 껍데기를 은신처로 삼지만, 이를 차지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진은 온라인에 게재된 야생 소라게 사진 2만9000장을 통해 얼마나 많은 소라게가 폐기물을 은신처로 택하는지 조사했다.

대다수의 소라게는 플라스틱 뚜껑을 선호했지만, 일부는 전구소켓, 유리병 병목 등 고철, 유리로 이뤄진 폐기물을 집으로 택했다. (사진 The plastic homes of hermit crabs in the Anthropocene 논문)/뉴스펭귄
대다수의 소라게는 플라스틱 뚜껑을 선호했지만, 일부는 전구소켓, 유리병 병목 등 고철, 유리로 이뤄진 폐기물을 집으로 택했다. (사진 The plastic homes of hermit crabs in the Anthropocene 논문)/뉴스펭귄

분석 결과, 육지에 서식하는 소라게 16종 중 최소 10종에 달하는 소라게가 폐기물을 집으로 택했다. 일부는 전구 소켓, 유리병 병목을 택했지만 85%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선호했다.

그런데 소라게는 왜 조개껍질 대신 플라스틱 폐기물을 택할까?

2019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연체동물 수가 감소했다.

반면 해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의 수는 171조개에 달하며,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2040년에는 2.6배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즉 단단한 껍질을 가진 연체동물의 감소로 소라게가 패각을 수급하기 어려워졌지만, 플라스틱 폐기물이 흔해졌기 때문에 폐기물을 택하는 소라게가 늘어난 것이다.

또 플라스틱만의 독특한 외형과 색상이 암컷의 이목을 끌 수 있고, 키틴으로 이뤄진 패각보다 가벼워 소라게 입장에선 에너지 소비량이 적은 플라스틱을 선호한다.

마지막으로 폐기물로 뒤덮인 환경에선 조개껍질보다 플라스틱으로 위장하는 쪽이 쉽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인류세의 새로운 진화적 압박과 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여파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플라스틱에 갇힌 소라게. (사진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뉴스펭귄
플라스틱에 갇힌 소라게. (사진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뉴스펭귄

한편 플라스틱을 적극 활용하는 소라게의 모습을 보고 '진화의 일부분'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피해를 우려하는 학자들도 있다.

실제로 2019년 연구에서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매년 수십만 마리의 소라게가 빈 조개껍데기를 찾아 나서다 플라스틱에 갇혀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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