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비건①] 채식라떼 한 잔 어떠세요?

  • 박연정 기자
  • 2024.01.30 16:36

비건을 지향하지만 완벽한 비건은 어려워 스스로 자책하며 음식을 내려놓은 적이 많다. [가벼운비건]은 비건을 목표하지만 온전한 비건은 버거운 사람들을 위한 비정기 연재물이다. 비건을 통해 몸을 '가볍게' 만든다는 의미와 동시에 부담 가지지 않고 비건을 '가볍게' 시작해 보자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았다. [가벼운비건]은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상황 속 조금 더 나은 선택을 제안한다. 오늘은 카페에서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비거니즘을 소개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현대인들이 장 많이 마시는 음료는 뭘까? 단연 커피일 것이다. 피곤함을 떨쳐내기 위해 혹은 음료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커피를 마신다. 어떤 이는 고소한 맛을 누리기 위해 우유를 첨가한 카페라떼를 찾는다. 하지만 무심코 마신 카페라떼 한 잔은 한 생명의 희생이 따르기도 한다. 

 

우유 한 컵을 위해 희생되는 젖소

착유 당하는 젖소. (사진 동물해방물결)/뉴스펭귄
착유 당하는 젖소. (사진 동물해방물결)/뉴스펭귄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젖소 1마리당 우유 생산량은 세계 5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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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편의점 등에서 쉽게 마주하는 우유는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걸까?

암소는 생후 약 15개월이 되면 첫 임신을 할 수 있다. 낙농업에서는 암소와 수소의 자연스러운 번식 대신 인공수정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공수정은 인간이 수소의 정액이 담긴 주사기를 암소의 질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밀집된 공간에서 강제적으로 출산한 암소는 약 10개월간 하루 평균 약 15~20ℓ를 착유 당한다. 이는 송아지가 하루에 섭취하는 양의 10배에 달한다.

낙농업에서 암소는 평균 3~4번의 강제적인 출산을 겪은 후 약 6년간의 짧은 생을 살다 임신 능력이 떨어지면 도살된다.

 

우유 대신 떠오른 식물성 대체유 

매일두유. (사진 매일유업)/뉴스펭귄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대체유(콩·아몬드·귀리 등 식물성 원료에서 단백질과 지방을 추출해 우유 맛을 낸 음료) 시장 규모는 2019년 5425억원에서 2022년 6496억원으로 약 19% 성장했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18년 27㎏, 2020년 26.3㎏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식물성 대체유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식물성 대체유가 주목받은 큰 이유는 동물복지에 관한 인식이 증가하며 채식 문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만 20∼64세 50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시행한 결과, '동물복지축산 인증제도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74.3%였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축산물 구입 경험'도 67.3%로 나타나 대체로 동물복지에 대한 높은 인지율을 보였다.

또 건강과 환경에 관심이 높은 2030세대 사이에서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소비 경향이 변하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2021년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를 중심으로 식물 기반 식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빠르게 확산됐다. 

실제 2023년 10월 세븐일레븐의 식물성 대체유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증가했다. 구매 고객 중 60% 이상이 20~30대 고객으로 집계됐다.

편의점에 진열돼 있는 우유와 두유.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편의점에 진열돼 있는 우유와 두유. (사진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경제적인 이점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우유 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서울우유 등 유업계는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우유가 판매하는 흰 우유 제품 '나100%우유(1ℓ)'는 대형 할인점 기준 3000원 선에 근접했다.

현재 씨유(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우유(200㎖) 가격은 평균 1200원~1750원 선이며 두유(190㎖)는 1300원~1500원 선이다. 

흰 우유 가격은 매년 낙농진흥회 협의에 따라 달라지는 반면 식물성 대체유는 아몬드, 귀리 등 요소가 다양해 우유에 비해 가격 민감도가 높지 않다.

환경적·경제적 이유 등으로 식물성 대체유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자 매일유업, CJ제일제당, 동원 F&B 등 많은 식품업체들이 식물성 대체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카페도 식물성 대체유 옵션을 제공하며 소비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식물성 대체유 옵션 제공하는 카페들

식물성 대체유 옵션 제공하는 카페. (표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식물성 대체유 옵션 제공하는 카페. (표 박연정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은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폴바셋 △빽다방 △커피빈 등에서 대체유 옵션을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 회사가 운영하는 앱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는 두유와 귀리 옵션을 제공한다. 두 카페 모두 두유는 무료로, 귀리는 600원을 추가하면 변경할 수 있다.

폴바셋은 두유 옵션은 제공하지 않지만 귀리는 무료로 바꿀 수 있다. 빽다방은 500원 추가 시 두유로 변경할 수 있으며 귀리 옵션은 제공하지 않는다.

커피빈은 두유와 귀리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두유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나 귀리는 500원을 추가해야 한다.

이렇듯 많은 카페가 식물성 대체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일정 금액을 추가해야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식물성 대체유에 추가금을 책정하는 것이 맞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식물성 대체유 추가금에 대한 세계적 추이

(사진 starbucksde)/뉴스펭귄

2022년 영국과 프랑스가 스타벅스 전 매장에서 식물성 대체유에 관한 추가금을 폐지했다. 이어 지난해 독일도 식물성 대체유 추가금 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글로벌 동물보호단체 페타 독일지부 기업 책임관리자는 "인기 있는 커피 체인점도 글로벌 수준을 따라야 한다"며 "전세계 모든 지점에서 식물성 대체유 추가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펭귄>은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빽다방, 커피빈 총 4곳에 식물성 대체유 추가금 폐지 의향이 있는지 문의했다. 스타벅스과 빽다방은 "아직 확정된 향후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으며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측으로부터는 답변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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