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혹은 생존전략?…'동족상잔'하는 동물 7종

  • 남예진 기자
  • 2023.12.24 00:15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지구상에 수많은 동물들이 다양한 이유로 '동족상잔'을 한다. 

인간사회에서 동족상잔(동족 간의 죽임)은 금기시된다. 하지만 야생에서 동족상잔은 약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에 서식하던 삼엽충 화석에서도 관찰될 만큼 일부에게는 종종 벌어지는 현상이다.

동물들은 영양 보충, 스트레스, 영역 침범, 생존율 향상 등 다양한 이유로 자손과 반려, 적대 무리의 동족을 사냥한다. 동족상잔하는 동물 7종과 그 이유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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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Ursus maritimus)

북극곰.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북극곰.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북극곰은 주로 수컷이 새끼나 아성체를 살해하면서 동족상잔을 한다. 2020년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북부에 서식하는 북극곰 사이에서도 동족 포식이 늘어나는 추세다.

북극곰 전문가 일리야 모르드빈세프는 "해빙 감소와 인간의 서식지 파괴로 인해 북극곰의 사냥이 어려워졌다"며 "결국 수컷 북극곰들이 암컷과 새끼를 공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규어(Panthera onca)

재규어. (사진 flickr Eduardo Merille)/뉴스펭귄
재규어. (사진 flickr Eduardo Merille)/뉴스펭귄

2010년 '사우스웨스턴 내츄얼리스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성체 재규어들 사이에서도 동족포식이 관찰됐다.

당시 수컷 재규어 2마리가 암컷 재규어를 사냥한 후, 사체 일부를 섭취했다. 다만 주변에 먹잇감이 풍족한 상황인 만큼, 굶주림 때문이 아닌 낯선 개체 간의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해 동족상잔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랑이(Panthera tig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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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다른 동족을 잡아먹은 사례는 간혹 보고된다. 대표적으로 2019년 인도 카나 국립공원에선 한 호랑이가 암컷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 2마리를 사냥한 후 섭취한 장면이 목격됐다.

현지 매체는 서식지에 사냥감이 부족하지 않았음에도 동족상잔이 이뤄져 야생동물학자들과 환경보호단체를 놀라게 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눈덧신토끼(Lepus americanus)

눈덧신토끼. (사진 flickr ALAN SCHMIERE)/뉴스펭귄

초식동물인 눈덧신토끼는 앞선 동물들과 달리 동족을 직접 사냥하진 않는다. 다만 '노스웨스턴 내츄얼리스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겨울철마다 천적인 캐나다스라소니부터 동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체를 섭취했다.

연구진은 "사체 주변에 다른 포식자가 출몰하므로, 눈덧신토끼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다만 먹잇감이 부족할 경우 영양분을 보충하고자 사체를 섭취한다"고 설명했다. 먹이가 되는 식물이 풍부한 5~8월에는 동물의 사체를 섭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색바다표범(Halichoerus grypus)

회색바다표범, (사진 flickr Magnus Hagdorn)/뉴스펭귄

회색바다표범은 생선을 주식으로 삼지만, 종종 동족도 사냥한다. 2019년 국제 학술지 '해양연구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아성체 수컷 회색바다표범이 새끼를 사냥한 뒤 지방을 섭취한 정황이 관찰됐다.

회색바다표범이 동족을 사냥하는 이유는 주식인 대구와 청어보다 회색바다표범의 지방이 무게 대비 열량이 3배나 높기 때문이다. 회색바다표범에게 있어 동족포식은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헬벤더(Cryptobranchus alleganiensis)

헬벤더. (사진 flickr Peter Paplanus)/뉴스펭귄
헬벤더. (사진 flickr Peter Paplanus)/뉴스펭귄

미국장수도롱뇽이라고도 불리는 헬벤더는 수컷이 자손의 약 14%를 먹어 치운다. 수컷은 생존율이 낮은 개체들을 섭취하므로 동족상잔이 생존율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삼림벌채 빈도와 규모가 커지면서 헬벤더의 먹이가 감소했고, 결국 수컷들이 더 많은 자손을 섭취해 문제가 되고 있다.

 

검은머리비단뱀(Aspidites melanocephalus)

동족의 꼬리부터 삼키는 검은머리비단뱀. (사진 Nick Stock, AWC)/뉴스펭귄
동족의 꼬리부터 삼키는 검은머리비단뱀. (사진 Nick Stock, AWC)/뉴스펭귄

올해 10월, 호주에서 검은머리비단뱀이 동족을 통째로 삼키는 모습이 목격됐다. 야생 생태학자 헬레나 스톡스는 "보통 뱀은 포유류보다 파충류를 선호하며, 왕도마뱀이나 다른 독사들도 동족을 사냥하기 때문에 검은머리비단뱀의 동족상잔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뱀은 서식지의 한정된 자원에 대한 경쟁력을 줄이고자 동족을 사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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