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경매 넘어간 라이스고래 터전...'석유 뽑으려고'

  • 이수연 기자
  • 2023.12.27 09:19
멕시코만에만 서식하는 라이스고래.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멕시코만에만 서식하는 라이스고래.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멸종위기종 라이스고래가 서식하는 멕시코만이 공방 끝에 석유 시추권 경매에 넘어갔다.

미국 내무부는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석유·가스 시추권을 판매하기 위해 멕시코만 일부 구역을 경매에 부쳤다. 이번 경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화석연료 시추를 대폭 줄이기로 한 2025년 전에 열린 마지막 경매로, 경매 대상은 멕시코만 해역 7300만에이커 등이다.

셰브론과 셸 등 26개 석유회사가 경매에 참여한 결과, 멕시코만 160에이커를 포함한 311개 구역에 입찰이 접수됐다. 전체 낙찰가는 3억8000달러(약 3900억원)다. 낙찰자는 이곳에서 앞으로 10년간 시추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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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600만에이커에 달하는 라이스고래 서식지를 경매 범위에서 제외하려고 했다. 그러나 석유회사들은 이에 반발하며 행정부를 고소했고, 미 연방법원은 산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미 내무부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지난달 항소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37일 이내에 시추권 경매를 진행할 것을 명령했다. 

(사진 미국 해양대기환경청)/뉴스펭귄
멕스코만 화석연료 시추로 멸종위기에 처한 라이스고래. (사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뉴스펭귄

미 해양에너지관리국에 따르면 멕시코만에서 나오는 석유와 가스는 미국 전체 생산량의 97%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곳은 라이스고래의 유일한 서식지이기도 하다. 

수염고래의 일종인 라이스고래는 연중 내내 멕시코만에서 머문다. 길이 12m, 무게는 최대 27톤에 달하는 대형고래로 최장 60살까지 살 수 있지만 해양 화석연료 산업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밤에 해수면 근처에서 쉬는데, 화석연료 시추를 위해 바다로 들어온 선박과 충돌하면서 종종 치명상을 입고 사망하기 때문이다. 낮에는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탓에 번식행위에 악영향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현재 남아있는 라이스고래 개체수를 50마리 정도로 추정했다. 그동안 브라이드고래로 오해받던 이 종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연구 끝에 2021년 ‘라이스고래'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2년 만에 멸종의 문턱에 올랐다.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에 속하는 멸종위기종이다.

한편 해양 화석연료 시추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기도 하다. 국제환경단체 오시아나는 해양 화석연료 시추를 제한하면 탄소 배출량 190조톤을 줄일 수 있으며 15년간 미국의 모든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는 효과와 맞먹는다고 예측했다.

라이스고래는 인간의 활동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사진 IUCN)/뉴스펭귄
라이스고래는 인간의 활동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사진 IUC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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