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성공하려 동족 애벌레 체액 섭취하는 나비"

  • 임병선 기자
  • 2021.09.20 00:00
동족 어린 개체에게 상처를 내 체액을 먹는 나비 (사진 Mr Kai Tea)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나비가 동족 어린 개체에게 상처를 내 체액을 먹는 독특한 행위가 포착됐다.

시드니대 생명과학부, 싱가포르 등 연구진은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왕나비아과(Danainae) 나비 성체가 동족 애벌레 몸에 상처를 낸 다음,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체액을 먹는 사례를 포착했다. 

연구진 관찰 결과, 수컷 성체는 애벌레가 죽었든 살았든 가리지 않고 체액을 섭취했다. 앞서 과학자들은 다나이나이아과 나비가 애벌레 사체에서 체액을 먹는 것을 발견하고 '소비를 위한 화학물질 절도(kleptopharmacophagy)'라는 명칭을 붙였다. 살아 있는 애벌레에게 상처를 내는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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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일부 수컷 성체가 짝짓기 성공을 위해 체내 물질을 보충하려 애벌레를 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왕나비아과 나비는 밀크위드(Milkweed, 흔히 아스클레피아스속 식물을 지칭한다)를 먹으며 애벌레 시기를 보낸다. 밀크위드는 잘랐을 때 희뿌연 독성 유액이 나오는 식물인데, 왕나비아과 곤충은 밀크위드 독성을 분해하는 능력을 가졌다. 

밀크위드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은 수컷 나비가 암컷과 짝짓기 할 때 필요한 페로몬을 촉진시킨다. 일반적으로 왕나비아과 나비 수컷 성체는 페로몬을 보충하기 위해 밀크위드 잎사귀에 흠을 낸 다음 즙을 먹는다. 

수컷 성체 입장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질을 독성을 분해한 채 몸에 저장한 어린 개체는 일종의 정화기인 셈이다. 이번 연구 저자 이카이 테아(Yi-Kai Tea) 박사는 "애벌레는 본질적으로 잘게 썬 잎을 담은 자루"라면서 "성충에게 나비는 단순히 먹이를 주는 화학물질 대체 공급원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테아 박사는 "이런 행동은 기존 진화론이 제시한 포식, 기생관계, 상리공생(참가자 모두가 이익을 얻는 공생) 등 전통 이론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진화론자 사이에서는 특정 종 성체는 종 전체 번성을 위해 어린 개체를 보호하는 대상으로 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 Mr Kai Tea)/뉴스펭귄

왕나비아과 나비는 전 세계에 약 300종 분포하며, 북미와 호주 등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제왕나비도 이에 속한다. 제왕나비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준위협(NT, Near Thretened)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사진 IUCN)/뉴스펭귄

연구진은 성체 나비가 정확히 어떤 물질에 관심을 가지는지,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행위가 발생하는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왕나비아과 성체 수컷의 독특한 행동을 연구한 논문은 학술지 '이콜로지스 더 사이언티픽 내추럴리스트(Ecology’s The Scientific Naturalist)'에 9일(현지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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