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봐도 여긴 내 구역' 황금두더지 87년만 발견

  • 남주원 기자
  • 2023.12.07 12:00
디윈턴황금두더지는 눈이 퇴화해 앞을 못 보는 대신 뛰어난 청력과 탐색 능력을 자랑한다. (사진 제공 Re:wild, JP Le Roux)/뉴스펭귄
디윈턴황금두더지는 눈이 퇴화해 앞을 못 보는 대신 뛰어난 청력과 탐색 능력을 자랑한다. (사진 제공 Re:wild, JP Le Roux)/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멸종된 줄 알았던 황금두더지가 발견돼 화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취를 감춘 디윈턴황금두더지(De Winton’s Golden Mole)가 87년 만에 재발견됐다. 이 두더지는 1936년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다.

황금두더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토착종으로 건조한 관목지나 해안가 모래언덕에 서식한다. 피부에서 나오는 기름진 분비물 덕분에 털이 무지개빛 광택을 띠며 모래언덕을 헤엄치듯 부드럽게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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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흔적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 멸종위기종 중에서도 추적하기 매우 힘든 종에 속한다. 게다가 디윈턴황금두더지가 사는 자연서식지는 대규모 다이아몬드 채굴 작업이 행해지는 탓에 생존 위협이 크다.

디윈턴황금두더지가 재발견된 남아프리카 모래해변. (사진 제공 Re:wild, JP Le Roux)/뉴스펭귄
디윈턴황금두더지가 재발견된 남아프리카 모래해변. (사진 제공 Re:wild, JP Le Roux)/뉴스펭귄

잠정적으로 멸종한 것으로 여겨졌던 황금두더지의 존재가 최근 다시 확인되기까지는 환경보호론자들과 훈련된 탐지견인 보더콜리 '제시(Jessie)'의 활약이 있었다.

현지 비영리단체 멸종위기야생동물재단(이하 EWT)과 프리토리아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년에 걸쳐 수색 작업을 펼쳤다. 팀의 일원이 된 제시는 남아프리카 북서해안 모래언덕에서 황금두더지를 찾아 나섰다.

제시는 황금두더지 냄새를 맡을 때마다 멈춰 섰고, 연구팀은 그 자리마다 모래 샘플을 수집했다. 이후 '환경디엔에이(eDNA)'라는 신기술을 통해 두더지가 모래언덕을 지나가면서 남겨진 피부 세포, 소변, 대변, 점액 등을 검출했다.

연구팀과 제시는 하루에 최대 18㎞에 이르는 모래언덕을 수색했다. 그 결과 100개가 넘는 모래 샘플을 채집했고 그중 2개에서 디윈턴황금두더지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디윈턴황금두더지는 모래 밑에 터널을 파고 산다. 앞을 못 보는 대신 표면 위의 움직임으로부터 진동을 감지할 만큼 민감하다. (사진 제공 Re:wild, JP Le Roux)/뉴스펭귄
디윈턴황금두더지는 모래 밑에 터널을 파고 산다. 표면 위의 움직임으로부터 진동을 감지할 만큼 민감하다. (사진 제공 Re:wild, JP Le Roux)/뉴스펭귄
퇴화한 두 눈은 털과 피부에 파묻혀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 제공 Re:wild, JP Le Roux)/뉴스펭귄
퇴화한 두 눈은 털과 피부에 파묻혀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 제공 Re:wild, JP Le Roux)/뉴스펭귄

2021년 실시한 현장조사 과정에서 연구팀은 디윈턴황금두더지를 목격했지만, 다른 황금두더지 종과 유사한 생김새 때문에 모래 샘플의 유전자 서열 분석 전까지는 확정할 수 없었다.

수색대 일원이었던 코버스 테론 EWT 수석보존관리자는 "많은 사람들이 디윈턴황금두더지가 아직 거기에 있는지 의심했지만, 나는 그 종이 아직 멸종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식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절대적인 우선순위"라며 다이아몬드 채굴로 훼손되고 있는 디윈턴황금두더지 서식지의 보전 조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모래에 남아 있는 황금두더지가 굴 파던 흔적. (사진 제공 Re:wild, JP Le Roux)/뉴스펭귄
황금두더지가 굴을 파던 흔적이 모래에 남아 있다. (사진 제공 Re:wild, JP Le Roux)/뉴스펭귄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과학저널 생물다양성과 보전(Biodiversity and Conservation)에 지난달 24일 공식 발표했다. 보존단체 리와일드(Re:wild)와 협력해 멸종 상태가 불분명한 종 찾기를 목표로 하는 '잃어버린 종 찾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됐다.

한편 황금두더지에는 총 21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중 10종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등재된 멸종위기종이다. 디윈턴황금두더지는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단계에 처해 있어 야생절멸 직전이다.

모래언덕에서 땅굴을 파고 있는 디윈턴황금두더지. (영상 제공 Re:wild, JP Le Roux)/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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